손흥민-기성용-김민재가 주축…포지션별 대체자-파트너 구상 완료단계…홍정호·박주호 활약시 발탁 가능성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신태용호.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지구촌 축제가 마무리된 이후 세계의 눈은 이제 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3월 6일 현재, 월드컵 개막까지 딱 100일이 남았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준비가 한창이다. 남은 일정은 3월 A매치로 북아일랜드, 폴란드와 나란히 친선경기가 예정돼 있다. 월드컵 이전 마지막 공식 A매치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여름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신태용 체제에서 12경기를 치렀다. 약 6개월 동안 50여 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다녀갔다. 월드컵까지 100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에 참가할 23인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플랜 A로 자리 잡은 4-4-2
급하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신태용 감독은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답답한 경기력’이라는 과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11월 A매치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며 경기력이 달라졌다. 강호 콜롬비아-세르비아를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고 12월 동아시안컵에서는 2승 1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한 4-1 승리는 백미였다. 본선에서 사용될 포메이션 또한 현재로선 4-4-2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대표팀서 부진하던 손흥민은 2골을 기록한 콜롬비아전을 기점으로 살아났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공격…김신욱-이근호-손흥민 유력
연말부터 이어져 온 동아시안컵과 전지훈련 일정에서 국내파 김신욱과 이근호는 대표팀 승선이 유력한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김신욱이 최근 4경기에서 연속골을 기록하며 급부상했다. 이근호 또한 신태용 체제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두 선수는 월드컵 23인 엔트리 중 공격수 한 자리를 각각 차지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전부터 대표팀 내부에선 ‘손흥민 활용법’에 공격진 운용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분석이 이어져 왔다. 손흥민은 현재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가장 날카로운 창이다. 큰 부상 등의 돌발 상황이 아니면 손흥민의 월드컵 출전에 이견은 없다.
위 세 명을 주축으로 공격진을 꾸린다는 가정 하에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공격수는 1명에서 최대 2명이다. 손흥민은 최근 국가대표에서 미드필더로 분류됐다. 신태용 체제에서 그간 대표팀을 드나든 공격수는 이동국, 황희찬, 지동원, 황의조, 이정협, 진성욱 등이다. 이동국은 신 감독이 직접 “영웅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하며 작별을 고했다. 이들 중 신 감독과 2016 리우 올림픽에 함께 나섰던 황희찬과 진성욱이 앞서가는 모양새다.
#중원…기성용 대체자 혹은 파트너 찾기
대한민국 대표팀의 미드필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은 기성용이다. 대표팀 내 기성용은 절대적인 존재다. 최고 스타 손흥민보다도 경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기성용이 월드컵에 출장하면 ‘파트너 찾기’, 결장하면 ‘대체자 찾기’가 언급된다. 소속팀에서의 활약 또한 최근 도드라지고 있다. 유럽 시즌 종료 후 이적이 유력한 기성용 개인에게도 이번 월드컵은 중요한 대회다.
최근 중원에서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정우영이다.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하며 깊은 인상을 심었다. 다만 정우영은 중원 터줏대감 기성용의 파트너라기보단 대체자 역할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대한민국 미드필드에서 구자철의 존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나쁘지 않다.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리그 경기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분데스리가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하기도 했다.
국내파에선 이창민과 이찬동이 신뢰를 받고 있다. 이명주·주세종 또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이지만 입대(경찰청)로 인한 변수가 있다. 또한 중원에는 사이드 자원으로 분류되는 고요한과 이재성, 수비수인 장현수 등 멀티플레이어들의 ‘중원 개입’도 가능하다.
#사이드…이재성-권창훈 강세
신태용 체제 대표팀이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콜롬비아전에서 선발로 나선 측면자원은 이재성과 권창훈이었다. 전통적 윙어보다 다소 중앙지향적인 이들의 특성은 현재 대표팀 체제에 최적화돼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왼쪽에는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모양새다. 그는 후반 조커 출전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거나 특유의 킥력으로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팀 내 최고참급으로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 또한 기대된다. 지난 대회에서 한국은 ‘신구 조화’가 최대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들 3인이 월드컵에 나선다면 남은 자리는 하나다. 김태환, 남태희, 윤일록, 이승기, 황일수 등이 대표팀을 드나들었다. 이 중 이청용의 부진이 뼈아프다. 한때 대표팀 에이스로도 활약했던 이청용은 소속팀과 대표팀 양쪽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현우는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우승에 일조하며 최우수 골키퍼 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수비…막내 김민재가 중심
신태용호에서 떠오른 최고 스타는 중앙 수비수 김민재다. 만 21세의 어린 나이, A매치 출장 5경기 만에 대표팀 중앙수비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장현수는 여론의 호불호를 떠나 최근 대표팀 지도자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는 선수다. 소집 때마다 대표팀을 지켰다. 권경원은 신태용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대표팀 경력을 쌓은 선수다. 대표팀 경력은 짧지만 많은 선수들이 시련을 겪은 중국 무대에서 살아남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김기희, 김영권, 김주영, 송주훈, 윤영선, 정승현 등이 기회를 받았다.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측면 수비에서는 ‘전북 듀오’ 김진수-최철순이 주전으로 분류된다. 김민우, 고요한도 전술 변화에 따라 중용받을 수 있다. 이들의 뒤를 홍철, 오재석 등이 쫓고 있다.
#골키퍼…A매치 4경기 조현우 존재감 과시
신 감독은 자신이 맡은 12경기에서 총 5명의 골키퍼를 선발했다. 많은 이들이 김승규-김진현의 2강 체제를 예상했지만 조현우가 변수로 떠올랐다. 조현우는 데뷔전인 세르비아전에서 인상적인 선방을 선보이더니 단기간에 A매치 4경기에 출전했다. 짧은 경력임에도 움츠러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단단하다. ‘영건’ 김동준이나 구성윤이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장지현 SBS sports 축구 해설위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신태용 감독이 밝혔듯이 대부분의 선수 명단을 이미 머릿속에 그려 넣고 있을 듯하다”면서도 “그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 중 해외에서 뛰다 국내로 복귀한 홍정호, 박주호 등을 평가전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남은 기간 대표팀의 준비에 대해선 “자신감을 쌓는 게 최우선”이라면서 “조직력이라는 것도 강팀과의 경기에서 결과를 낼 때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신태용 체제 0경기, ‘도전자’들의 앞날은? 석현준, 홍정호, 박주호, 이용.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 수시로 이름을 올려도 어색하지 않을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선발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남은 100일간 이들은 언제든지 대표팀에 승선할 저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망 또한 밝다. 석현준은 신태용 체제 초반부터 합류가 가능했지만 새 리그(프랑스) 및 소속팀 적응과 관련한 배려로 대표팀에서 빠졌다. 이후 부상과 부진 등이 겹치며 시기를 놓쳤다. 리그 후반기 시작과 함께 선발로 복귀하며 호시탐탐 월드컵 출전 기회를 노린다. 독일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박주호는 커리어 최초로 K리그에서 활약하게 됐다. 울산 현대 페이스북 캡처. 홍정호와 박주호는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자연스레 대표팀에서도 멀어진 케이스다. 이들은 지난겨울 나란히 K리그로 이적하며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각각 전북(홍정호)과 울산(박주호)이라는 강팀에 소속돼 이미 시즌을 시작했다. 신 감독도 이들에게 “기회가 열려있다”는 말로 화답했다. 이용도 소속팀 내 포지션 경쟁자이자 국가대표 주전 최철순과 함께 동반 월드컵 출전을 노린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주전풀백 이용은 그간 자신을 괴롭히던 부상(탈장)을 털어내고 산뜻한 시즌 출발을 알렸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