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VS 야 “김해신공항 확장 고수”
동남권신공항과 관련한 문제는 부산·경남지역에서 꽤나 오래되고, 또한 커다란 무게감을 가진 논란거리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6월 국토부가 ‘김해신공항 건설’이라는 절충안을 내놓고,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한 지역정치권에서 이를 수용하자 갈등과 대립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밝힌 이른바 ‘V자 활주로안’이 김해지역에 막대한 소음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김해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김해신공항 건설을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김해시를 지역구로 하는 민주당 소속 김경수·민홍철 의원은 “근본적인 소음대책 없는 김해신공항은 부적합하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월 27일 김해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오거돈(오른쪽 위)·정경진(오른쪽 아래) 예비후보의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 장면.
부산에서도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역여권을 중심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관문 공항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가덕도신공항을 재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김해신공항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재천명했다. 서 시장은 김해신공항 건설에 따른 소음피해가 극에 달할 것이라는 경남지역 정치권의 비판에 “신공항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더욱 증폭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시장 출마예정자들이 저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주장하고, 김해지역 여권도 소음대책 없는 김해신공항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 내린 결정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과 경남을 넘어 중앙당 최고위층까지 나서 김해신공항 건설에 쐐기를 박으려 하고 있다. 각론에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총론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이다.
먼저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자인 오거돈 전 장관은 2월 27일 가진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은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며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주장했다. 오 전 장관은 “가덕신공항이 글로벌 물류거점으로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현재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2월 26일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도 “동남권신공항은 부산지역 발전을 위해 중요한 사안”이라며 “지난 결정(김해신공항 건설)의 바탕이 된 일부 데이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야당의 대응은 홍준표 대표의 김해신공항 정책발표로 정점을 찍었다. 홍 대표는 지난 2월 27일 오전 김해비즈니스센터에서 김해신공항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해신공항 건설이 확정된 이후 소음피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면서 자칫 건설이 지연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홍 대표는 “김해신공항 건설로 발생하는 소음피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김해공항 인접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330만㎡ 규모로 국제공항 도시인 김해국제에어시티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홍 대표의 기자회견에는 서병수 시장도 배석했다. 김해신공항 건설은 예정대로 추진하고 소음문제는 국제에어시티 건설로 해결하자는 당론에 힘을 보탠 셈이다.
첨예한 대립은 부산뿐만이 아니라 김해도 같은 모양새다. 한국당 후보로 김해시장엔 나선 정장수 전 경남도지사 비서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김해신공항 추진 의지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국제에어시티 건설로 소음피해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평소 밝혔듯이 11자로 활주로를 건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부산시가 엑스포 예정부지도 맥도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시민들이 우려하는 11자로 활주로 건설로 발생하는 소음피해 문제는 기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재선에 나설 뜻을 밝힌 민주당 소속의 허성곤 현 김해시장은 정 전 실장과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허 시장은 ‘대책 없는 신공항 건설 반대’라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소속 다른 김해시장 출마예정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시선은 곧 부산시장에 출마할 뜻을 밝힐 것으로 점쳐지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입으로 쏠린다. 김 장관은 3월 1일 현재까지 부산시장 출마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장관마저 출마의 변을 통해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밝힌다면, 한국당 후보로 유력한 서병수 시장과 민주당 후보 간에 ‘김해신공항 건설’과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놓고 격돌하는 구도가 정립된다. 김해 역시도 후보자들 간의 정책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신공항 문제는 PK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