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대로 다스 지분 30%만 인정하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 의미 상실”
검찰은 다스 경영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비로 대납한 60억은 제3자인 다스에게 제공된 뇌물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제공된 뇌물이 된다. 즉 이 전 대통령은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단순 뇌물죄’를 적용받게 된다. 검찰은 2월 25일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구속영장에도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적시했다.
검찰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규정하면서 검찰은 ‘부정한 청탁’의 유무를 입증할 책임을 덜게 됐다.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하는 제3자 뇌물죄와 달리 단순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련해 뇌물을 수수하면 성립한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의 주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월 초 이동형 다스 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비공개 소환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지분 일부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검찰의 주장과 자신은 다스와 전혀 무관하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 모두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다스 사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동형 씨가 배신했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구세주’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을 누가 믿겠나. 반대로 다스가 100%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보는 검찰의 논리도 무리가 있다”며 “자금 흐름을 보면 이동형 씨 말대로 이상은 회장, 고 김재정 씨, 이 전 대통령이 3분의 1씩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맞다. 상식적으로도 몇십 년 동안 김재정 씨의 명의를 빌려 다스를 운영했고, 김 씨가 다스 설립 비용도 거의 지원했는데 지분을 하나도 안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 대한 영향력 전체를 부인하는 것보다 일부 지분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앞의 변호사는 “판례를 토대로 할 때 단순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지분율이 최소 50% 이상이어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이동형 씨의 주장대로 30% 정도만 지분율을 인정한다면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한 혐의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검찰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규정하면서 다스-삼성의 ‘연결고리’였던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책임을 덜게 됐다. 앞의 변호사는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역할만 보면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핵심인데 국정원 특활비로 구속기소되면서 빠졌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하기 위해 김 전 기획관을 얼마나 봐준 거냐”며 “검찰이 국정원 특활비로 묶어두고 삼성 대납 관련 압박을 주니 김 전 총무기획관이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