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성사냐 법정관리냐 분수령…더블스타 인수 후 ‘먹튀’ 우려는 상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더블스타-산업은행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관련 공동기자회견에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왼쪽),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이 참석했다. 고성준 기자
# 더블스타, 금호타이어 인수하면 ‘대박’
현재 중국 타이어업체 순위를 보면 켐차이나(China National Chemical)에 인수된 세계 5위 피렐리가 압도적인 1위다. 이어 중처(中策)타이어인데, 더블스타보다 매출이 4배 이상 많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중처를 제치고 바로 피렐리 뒤에 설 수 있다.
더블스타는 중국 내에서 상용차와 버스용 타이어만 주로 만든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국내와 중국, 미국, 베트남에 8개 공장과 3개의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공장과 베트남 공장은 10년 이내에 지은 최신 공장이다. 향후 약간의 투자만 이뤄진다면 생산능력(현재 연 800만 본)을 3배가량(2300만 본) 키울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외에도 BMW 등 세계 다양한 자동차 업체에 신차용 타이어를 납품한다. 더블스타는 전혀 갖고 있지 못한 네트워크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한국 공군기용 타이어를 개발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유일한 업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군용기용 타이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블스타가 6400억 원에 이를 인수하고 채권단 지원까지 얻어낸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금호타이어 왜 어려워졌나
금호타이어는 2012~2013년 연속 흑자경영을 하며 2014년 말 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한다. 금호타이어 순손익은 적자와 흑자를 오락가락했지만 영업손익만큼은 2016년까지 줄곧 흑자였다. 37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2016년에도 영업이익이 1201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572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해 순손실액 1118억 원을 넘어섰다. 매출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비용절감 및 생산효율화를 이루지 못한 게 결정적 부담이 된 셈이다.
최근 10년간 매출이 가장 많던 2012년 4979명의 직원에 나간 급여는 2666억 원이다. 2016년 2조 9274억 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는 5011명에 3458억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은 줄고 원자재 가격은 올랐으며, 직원 수(5040명)는 늘어 급여 부담이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우선매수권을 가졌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원가부담을 높여 경영실적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더블스타 6363억 원 증자하면 회생 가능할까
지난해 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실사했다. 결과 청산가치가 1조 원으로 존속가치(4600억 원)를 크게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금호타이어 순자산은 9914억 원으로 자본금(9545억 원)을 웃돈다. 자본잠식은 아니다. 문제는 부채다. 총액이 3조 5095억 원에 달하고, 유동자산(1조 3897억 원)이 유동부채(2조 3339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 6363억 원이 투입되면 그만큼 부채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2000억 원 규모의 채권단 지원이 이뤄지면 상환압력도 완화된다. 자금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하지만 계속 외부자금이 투입될 수는 없다. 영업 흑자전환이 중요하다. 산은과 더블스타가 감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고임금자를 중심으로 15%가량의 인력만 줄이면 연간 1000억 원가량을 줄일 수 있다. 감원만 되면 끝일까. 그렇지 않다. 원가절감에 이어 매출 확대가 중요하다.
# 아킬레스건 중국공장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던 2011년 중국 CCTV가 금호타이어 난징공장에서 타이어에 잔량 고무를 사용한다는 방송을 내보낸 이후 매출이 급감한다. 생산 규정상 문제는 없었지만 대규모 리콜을 해야 했고, 소비자 반발로 매출이 급감했다. 한때 20%에 달했던 중국 시장 점유율은 7%대로 추락한다.
2012년 난징, 톈진, 충칭 3개 공장의 매출은 1조 942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986억 원으로 4956억 원이 줄었다. 전체 매출액 감소폭 1조 1942억 원의 41.5%다. 다만 손익의 진폭은 크지 않다. 중국 3개 공장 매출이 1조 원을 넘었던 2011년과 2012년 손익은 139억 원 적자, 147억 원 흑자다. 2015년과 2016년 연속 4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638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들 중국 3개 공장의 부채비율도 각각 168%, 157%, 101%로 오히려 국내보다 양호하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은 맞지만 아주 부실덩어리는 아닌 셈이다. 산업은행은 중국 지방정부 소유 업체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반중 감정 등이 사라지며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중국 공장만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금호차이나의 매력도는 떨어진다”며 “중국과 한국 본사는 밀접히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타이어 사원모임 소속 직원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더블스타 ‘먹튀’ 가능성
차이융썬 회장은 고용보장 등에 대한 확약은 피한 채 기술만 빼가지는 않겠다면서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공언했다. 한국인 경영자에 경영을 맡기고 더블스타 측은 사외이사만 파견하겠다는 요지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후 취한 방식이다.
그런데 피렐리를 인수한 켐차이나, 볼보를 이수한 지리자동차와 더블스타는 큰 차이가 있다. 두 회사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수합병(M&A)의 큰손이다. 또 켐차이나는 타이어업체가 아니며 지리자동차는 중국 내 판매 5위의 자동차 강자다. 지리자동차는 볼보에 이어 최근 독일 벤츠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반면 더블스타는 외형도 작고 타이어업계에서 위상도 낮다.
지난 20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지정 정보 공개 웹사이트 Cninfo에 공시된 더블스타의 매출액은 2011년 63억 위안(한화 약 1조 718억 원)에서 2016년 49억 위안(8363억 원)으로 급감했다. 2014년 101.81%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180.27%로 높아졌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대금도 칭다오 정부 산하 공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마련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당장 경영능력이 없는 더블스타는 일단 돈을 들여 최대주주가 된 후 금호타이어에서 배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결국 금호타이어의 모든 노하우는 중국과 공유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차도 애초부터 ‘먹튀’를 공언하지 않았다”며 “GM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떠날지 말지는 철저하게 중국 본사의 이익을 기반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그밖의 변수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현지 업체에 밀려 고전 중인데, 금호타이어는 현대·기아차의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어 신차 프로젝트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며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가 되면 현대·기아차가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안정적 납품을 위해 신차용 납품명단에서 배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납품 중단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미국 공장에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한편 금호타이어 주주들은 새로운 자본 투입을 기대하고 있다. 더블스타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주가는 3자배정 유상증자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증자로 발행주식이 늘어나도 주가 희석보다는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