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따라가다 비경 속으로 내가 ‘쏘~옥’
▲ 진천 농다리에서 가을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위)과 정갈한 비구니 사찰 보탑사. | ||
충북 진천은 예부터 수해(水害)와 한해(寒害)가 없는 곳으로 유명했다. 춥지도 않고 물난리 날 걱정도 없으니 천혜의 자연환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물난리는 진천과 거리가 멀다. 1000년이 넘은 세월을 견디며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고 세금천에 남아 있는 농다리가 그 증거다.
농다리는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놓여 있다. 통일신라 말기나 고려 초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다리다. 아무리 비가 많이 오고 세금천 물이 거세게 휘달려도 농다리는 끄떡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다리는 세금천에 큰 돌들을 쌓아 교각을 만들고 그 위에 반석을 올려 이은 형태다. 징검다리의 발전된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잘 다듬은 돌들을 정확히 끼워 맞춰 예술적으로 만든 다리가 아니라 생긴 그대로의 돌들을 사용해 만들었다. 그 투박함 때문에 더 정감이 간다.
다리는 길이 93.6m, 폭 3.6m로 꽤 큰 편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옛날 다리 가운데 가장 긴 다리다. 진천읍에서 3번 군도를 타고 초평지 방향으로 달리다가 우측으로 난 작은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농다리 가는 길이다.
3번 군도 변에는 신라 흥덕왕 5년(830년)에 만든 마애불입상이 있다. 마애불은 커다란 암석에 새긴 불상을 말한다. 이 작품은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을 나타낸 것인데 형태가 많이 손상돼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지만 몸통과 손모양 등은 확인할 수 있다.
진천군에서는 이곳 농다리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해 놓았다. 농다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농다리전시관이 주차장 한편에 마련돼 있고 농다리 건너에는 꽃을 심고 정자를 세웠다.
이곳을 지나는 세금천의 물은 흐르는 듯 마는 듯 유순해 보인다. 그러나 농다리를 건너다보면 유속이 제법 빠름을 알 수 있다. 교각 사이를 통과하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정자 위에 올라서면 파란 하늘 아래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세금천과 그 물길을 가로지르는 농다리의 풍경이 평화롭게 보인다.
진천에는 아름다운 저수지가 많다. 농다리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초평지는 진천을 대표하는 저수지 중 하나다. 1942년에 저수지를 만들기 시작해 1958년 완성됐지만 용수량 확보를 위해 1986년 기존 댐보다 2㎞ 하류로 댐의 위치를 옮겨 지었다.
▲ 보탑사 산신각. 보통의 사찰 건물에서 볼 수 없는 굴피집 형태다(위).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초평저수지. | ||
초평지는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낚시터이다. 겨울철 얼음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계절 다 좋은 낚시터다. 잉어, 붕어, 가물치, 뱀장어 등이 서식하는데 조황도 좋은 편이다.
백곡지와 연곡지도 진천의 명소다. 백곡지는 초평지와 쌍벽을 이룰 만큼 큰 저수지지만 연곡지는 자그마하다.
백곡지는 진천읍에서 34번 국도를 따라 서북쪽으로 달리면 나온다. 1949년 완성된 백곡지 역시 1980년대 초 저수지제방 확장공사를 거쳤다. 백곡지 드라이브코스는 장관교에서부터 이어진다. 장관교를 건너 조금만 올라가면 진천종박물관이 나오는데 한번쯤 들를 만하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범종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백곡지는 수량이 풍부한 요즘 더욱 조황이 좋다. 특히 잉어가 많이 난다.
연곡지는 초평지와 백곡지에 비해 규모가 많이 작다. 그 대신 운치가 있다. 연곡지 가는 길에는 길상사와 김유신 장군 탄생지 등이 있다. 길상사도 김유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지다. 이곳은 김유신 장군의 영정을 봉안한 사당이다. 김유신 장군은 지금의 진천읍 상계리 계양마을에서 태어났다. 태령산 기슭에 복원된 생가가 있고 무술연습을 했다는 치마대와 김유신 장군의 탯줄을 봉안한 태실이 정상에 있다.
길상사처럼 중요 인물을 모시는 사당이 진천에 또 있다. 정송강사다. 가사문학의 거장 송강 정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다. 원래 경기도 고양군 원당면 신원리에 있던 것을 현종 6년(1665년)에 우암 송시열이 지금의 묘소로 자리를 정하고 사당을 지었다.
만뢰산 기슭에 자리한 보탑사는 1991년도 고건축 문화재 팀이 이곳을 답사하고 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의 감독 아래 1996년 준공됐다.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통일을 기원하며 지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전통목조건축문화를 재현한다는 목표도 있었다.
보탑사는 비구니절로 경내가 매우 정갈하게 가꾸어져 있다. 작은 연못과 청동으로 만든 관음상 등은 이곳이 비구니절임을 실감케 한다.
3층 목조 건물인 보탑사 대웅전은 법주사 팔상전처럼 경내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1층 금당에는 석가여래와 비로자나불 등이 있고 2층 법보전에는 경전을 봉안하고 있다. 3층 미륵전에는 미륵불을 모시고 있다.
보탑사 아래에는 아직도 연꽃이 피어 있다. 연꽃이 지고 난 자리에 연실이 샤워기처럼 여기저기 올라와 있지만 이제 막 꽃망울을 올리고 있는 백련과 홍련도 많이 눈에 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중부고속국도 진천IC→21번 국도 좌회전→진천읍→진천농공단지 방면 좌회전 후 3번 군도 타고 직진→진천농다리
★먹거리: 진천은 초평붕어찜이 유명하다. 초평지 부근에 붕어찜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많다. 그중 ‘송애집’(043-532-6228)을 추천한다. 큼직한 냄비에 씨알이 굵은 붕어를 넣고 무와 시래기, 수제비를 넣어 얼큰하게 쪄내는 붕어찜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잠자리: 숙박은 진천읍 읍내리 쪽으로 가는 것이 낫다. 농교나 다른 관광지 주변에 숙박업소들이 거의 없다. 읍내리에는 진천관광호텔(043-533-0010), 세화파크텔(043-534-6363) 등 숙박업소들이 많다.
★문의: 진천군청(http://www.jincheon.go.kr) 문화관광과 043-539-362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