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3일 공정위는 갤럭시아가 경영난 및 자금난으로 퇴출위기에 처하자 효성그룹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기획, 효성투자개발(HID)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현준 회장과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 임석주 효성 상무, 각 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어 효성에 17억 1900만 원, 갤럭시아 12억 2700만 원, 효성투자개발 4000만 원 등 총 30억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고, 시정명령도 내렸다.
공정위 조사결과 효성투자개발의 지원으로 조현준 회장에 부당한 이익이 귀속되고,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기반마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 재무본부는 2014년 갤럭시아의 재무상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여러 계열사를 지원주체로 설정하고 자금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갤럭시아는 조현준 회장이 지분 62.78%를 보유한 사실상의 개인회사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해 11월 효성 재무본부는 결국 효성투자개발을 지원 주체로 결정하고, 직접 금융회사를 섭외하고 거래구조를 기획·설계했다. 효성투자개발은 효성의 지시에 따라 조 회장이 지배주주인 갤럭시아가 발행한 2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페이퍼컴퍼니(금융회사 설립)와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무상 지급보증을 제공했다고 한다. 전환사채 발행규모는 갤럭시아 자본금의 7.4배에 달한다.
투자가 이뤄지면서 한계기업인 갤럭시아는 퇴출을 모면했다. 특수관계인인 조현준 회장 역시 투입한 기존 투자금도 보존, 경영권도 유지됐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갤럭시아가 얻은 금리차익이 최소 15억 3000만 원이며, 이 중 조 회장에 귀속된 차익은 최소 9억 6000만 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효성 측은 같은날 입장자료를 통해 “대주주의 사익 편취가 아닌,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투자”라고 반박했다.
효성은 “갤럭시아는 지난 2008년 LED(발광다이오드) 사업을 개시한 이래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선도기업”이라며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었을 뿐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경쟁력과 투자가치를 갖췄기 때문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어 “TRS는 적법한 금융투자상품이고 효성투자개발은 갤럭시아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보고 TRS계약을 통해 수익 목적으로 정상 투자한 것”이라며 “대주주가 갤럭시아로부터 배당금 등 직접 이익을 취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전환사채는 원래 부채이기 때문에 대주주가 이로 인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현준 회장은 당시 그룹 전략본부장으로서 그룹의 주력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갤럭시아나 효성투자개발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겨 그들 책임 하에 운영하도록 했다”며 “경영진이 지시,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향후 조사과정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