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창규 회장을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으로 불러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에 굳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황 회장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이어 ‘회사 자금 유용을 직접 지시했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전·현직 임원들이 국회의원 90여 명의 후원회에 KT 법인자금 4억 3000여만 원을 불법후원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 과정에서 황창규 회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등 관여한 사실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KT 측이 자금 출처를 감추고자 여러 임원 명의로 후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KT 임원들이 자회사를 거쳐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현금화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국회의원에 기부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 KT 본사와 자회사 등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황창규 회장이 이 같은 후원 행위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이날 황 회장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 후원금을 낸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KT가 주요주주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입법 사안을 다룬 국회 정무위원회, 통신 관련 예산·입법 등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통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등에게 기부금이 흘러갔다고 파악하고 있다.
KT 측이 후원금을 낸 국회의원 가운데 법인자금인 줄 알고도 받은 경우가 있는지 등 정치권의 위법성 유무도 경찰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한편 시민·노동단체들로 구성된 KT민주화연대는 이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창규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부역자로 낙인됐고, KT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과 고용노동부에 여러 건이 고발된 인물”이라며 “황 회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