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무알콜 맥주 한잔 효과…일본에선 ‘아이우베’ 입운동 인기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이 나온다. 대체 코골이는 왜 생기는 걸까. 도호대학 의료센터 오모리병원의 다카이 유지로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코골이는 ‘소리’다. 소리는 물리적 매체가 진동해 발생하는 것으로, 코골이의 경우 목젖 부근의 점막이 떨려서 발생한다. 특히 기도가 좁아지면 숨을 쉴 때 공기의 흐름이 빨라지고, 이것이 목젖 부위를 더 떨리게 해 코골이가 심해진다.”
덧붙여 기도가 좁아지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이에 다카이 교수는 우선 비만을 꼽았다. 그는 “살이 찌면 찔수록 목 부위에 지방이 쌓여 기도가 좁아진다. 또 혀의 크기가 비만도에 비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똑바로 누워 자면 그 혀가 기도를 누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하나는 “노화와 함께 혀 뒤쪽이 밑으로 처지면서 기도를 좁게 만드는 케이스”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지방으로 전환되는데, 혀 주변 조직 또한 탄력이 떨어져 혀가 늘어지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코골이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여성은 폐경기 이후 코골이 증상을 자주 겪게 된다. 기도 주변 근육의 탄력을 유지해주는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은 “수면 연구자들이 무알콜 맥주의 효능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스페인 연구팀의 실험이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야간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에게 2주 동안 무알콜 맥주 333ml를 매일 마시게 했다. 그런 다음 수면상태를 분석했더니 “수면의 질이 개선된 것은 물론, 코골이 같은 숙면을 방해하는 증상이 나아졌다”고 한다.
슬립 테라피스트 미하시 미호 씨는 그 이유에 대해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과 향은 홉 성분에 의한 것이다. 홉은 무알콜 맥주에도 포함돼 있으며 진정 작용으로 숙면을 돕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알콜 맥주에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가 함유돼 있는데, 흔히 ‘알파(α)파’라고 불리는 뇌파 발생을 증가시켜 수면의 질을 높인다”면서 “덕분에 코골이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무알콜 맥주를 매일 저녁 반주로 곁들인 결과, 극적으로 코골이가 줄어든 환자가 있다고 한다.
다만 일반 알코올 섭취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잠들기 전에 맥주를 마시면 푹 잘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음주는 잠을 빨리 들게 할 순 있어도 효과는 잠깐뿐이다.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는 데다 코골이를 심하게 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호흡기 내과의사인 기노시타 씨는 “술을 마시면 숨이 얕아진다. 게다가 목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 기도가 좁아지므로 코골이가 심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꼭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라면 잠들기 3시간 전에 마시라는 조언이다.
잠자는 자세도 코골이에 영향을 미친다. 반듯하게 누워 자면 혀나 목젖 등이 뒤로 처지면서 기도가 더 좁아진다. 만약 코를 곤다면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턱과 혀가 뒤로 쏠리지 않아 호흡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또 베개는 높지 않은 걸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볍게 눌러주기만 하면 코골이가 완화되는 방법도 있다. 바로 경혈이다. 코골이는 기도가 좁아져 발생하지만, 코가 막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각각 잘 듣는 경혈이 따로 존재한다. 먼저 기도가 원인인 코골이에는 ‘인영(人迎)’이라는 경혈이 효과적이다. 인영은 목 근육을 풀어주는 경혈로, 목울대 양쪽에 위치하고 있다. 턱밑을 손으로 만졌을 때 동맥이 ‘통통’ 뛰는 것이 느껴지는 자리다. 민감한 곳이므로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가볍게 70~80회 정도 좌우로 흔들면서 자극해준다.
코에 이상이 있어 코골이를 하는 경우, 잘 듣는 경혈은 ‘상성(上星)’이다. 상성은 꽃가루알레르기에도 효과가 있으며 특히 코막힘으로 잠 못 이루는 이에게 추천한다. 이마 정중앙,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부위에서 위쪽으로 2cm 지점에 위치한다. 중지로 둥글둥글 돌리면서 20~30초간 눌러 자극한다.
아울러 취침 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방법도 권한다. 물의 온도는 자신의 체온보다 약간 높은 38~40도 정도가 좋다. 적당한 온도의 물은 부교감신경을 우위로 만들어, 혈압을 내리고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덕분에 잠들기가 훨씬 쉬워진다. 또 수면을 취하는 동안 호흡기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니 일석이조. 잠자기 1~2시간 전의 목욕이 가장 이상적이다.
여행지 등에서는 온천물이 뜨거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땐 평소보다 좀 앞당겨 취침 2시간 이상 전에 목욕을 마치도록 하자. 여기에 탄산 형태의 입욕제도 추천한다. 보온효과가 높아지면서 코고는 증상이 줄어든다.
수면호흡클리닉의 시라하마 류타로 원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손발을 따뜻하게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코골이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것은 다리를 감싸는 레그워머다. 무릎에서 발목까지 덮는 용품으로 종아리를 따뜻하게 해줘 신고 있는 것만으로 혈액순환이 개선된다. 주로 수족냉증이 있는 여성들이 신지만, 검은색과 회색 같은 기본스타일도 나와 있어 남성도 부담 없이 착용 가능하다. 반면 보통의 양말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므로 신고 자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방의 습도 역시 중요하다. 방안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콧속 점막이 말라 코가 막히고 코골이가 심해진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호텔 방은 건조해지기 쉽다. 코가 막혀 잠을 못 이루고, 설령 잠들었다 해도 코를 골기 딱 좋은 환경이다. 가급적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 젖은 타월을 이용한다든지, 호텔 욕조에 어느 정도 따뜻한 물을 받아둔 후 욕실 문을 조금 열어두면 가습기 역할을 해준다.
근본적으로 코골이를 고치고 싶은 사람은 일본에서 유행 중인 ‘아이우베’ 체조를 따라해 보자. 먼저 ‘아~’하고 입을 크게 벌린다. 그런 다음 ‘이~’하고 입을 옆으로 벌린다. 가능한 목에 근육이 불거져 나올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이어서 ‘우~’하고 입을 쭉 내민다. 마지막으로 ‘베’하고 혀를 내미는데, 이때 혀끝을 아래턱까지 길게 빼주는 것이 포인트다. 1일 30회씩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실시한다. 간단하면서도 ‘코골이 개선에 효과가 좋은 입 운동’으로 알려졌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