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취미’를 제2 직업으로…주말부업·점심부업 정부가 적극 장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로망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본업은 어려울지 몰라도 부업이라면 충분히 그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본업이 공인회계사인 치에 씨는 ‘최애취미’인 파스텔힐링아트 강사 일도 병행하고 있다.
첫 직장이었던 대형 감사법인은 보수는 괜찮았지만, 피로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잠시 휴직을 했고, 그때 만난 것이 아트테라피(예술심리치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묘사하자, 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렸다. 특히 파스텔힐링아트는 솜씨가 서툴러도 쉽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 푹 빠지게 됐다. 힐링을 체험한 그는 “‘나처럼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길로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이 강좌를 열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수강생 모집부터 장소 확보 등 크고 작은 준비가 많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이런 고민도 잠시, 디지털시대를 맞아 취미교실 강사와 수강생을 연결해주는 인터넷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생각보다 쉽게 부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었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스트리트아카데미’다. 강사 등록란에 간단히 입력만 하면, 개인홈페이지가 만들어질 뿐 아니라 자신의 블로그 및 SNS를 통해 공유도 할 수 있다.
반대로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카테고리를 통해 관심 있는 강좌를 찾고 쉽게 예약하는 구조다. 이렇듯 강좌 매칭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2월 말 기준으로 스트리트아카데미에 등록된 강사는 약 1만 2000명, 수강생은 17만 명에 달한다.
‘주말에는 부업으로 지방에서 일한다.’ 이런 선택사항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는 “부업·겸업 한정으로 전략 고문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후쿠야마시 관계자는 “저출산·인구감소 시대에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고심책이다. 민간전문가가 꼭 필요하며, 이들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지금까지 없었던 정책을 펼치고 싶다”고 배경을 밝혔다.
‘스트리트아카데미’는 취미교실 강사와 수강생을 연결해주는 인터넷플랫폼이다.
‘주간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지방의 경우 우수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덧붙여 잡지는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의 60%가 ‘보람 있는 일이라면 지방으로 이직도 검토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를 매칭시키면 지방 활성화는 물론, 새로운 ‘인재 환류’ 모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 본업에 도움이 되므로,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해서 등등 일본인들이 부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시킨 것이 바로 일본 정부다. 특히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하는 방식 개혁’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가 ‘부업 확산’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올 초 후생노동성은 ‘부업 및 겸업 촉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연내에 관련 입법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일본 정부가 부업을 장려하는 이유는 생산인구 감소에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부업·겸업으로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벌써 직원들의 투잡(겸업)을 허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직원들이 다른 업종에서 경험을 쌓아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봐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능력 개발과 함께 추가 수입도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일본 부업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부업 자체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예전처럼 시간과 체력을 빼앗기는 직종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때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다. 예를 들어 방이나 사무실을 대여해주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부업, 일러스트나 PC업무 등 자신의 특기를 시간단위로 파는 재능 부업, 가사대행업, 번역, 블로그포스팅 등등 장르가 매우 다양해졌다. 대체로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본업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업을 하는 회사원 3명 중 1명은 점심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기기가 발전하면서 굳이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간다이아몬드’는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수입을 얻는 점심부업 풍조야말로 디지털시대에 꼭 맞는 부업”이라고 평했다. 물론 꼭 점심시간이 아니더라도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수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베스트다.
부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선배들의 조언을 참고해보자. 자신에게 딱 맞는 부업을 찾은 경험자들은 “왜 부업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부업에서 보람이나 즐거움을 찾는 쪽인지, 아니면 업무기능(스킬) 향상을 위해서인지 목적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즐거움을 추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가르치는 일을 부업으로 삼으면 좋다. 반면 스킬 향상을 위해서라면 본업과 같거나 비슷한 업종의 일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컨설팅 계열의 부업이 가장 알맞다. 또 부업으로 생활비를 벌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되도록 시간적·육체적으로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일을 선택하는 편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다.
최근 스마트폰 앱이나 웹사이트 등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재능공유마켓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나날이 매칭 서비스도 발전 중이다. 이제부터는 관련 서비스 검색이 중요하다. 각각의 목적에 맞는 서비스를 찾아 활용하면 된다. 부업을 원한다면 어쨌든 시도해보자. 실패해도 잃는 것은 없다. 본업이 있기 때문이다. 80세가 넘어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스마트폰앱까지 개발한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82)는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 나이는 상관없습니다. 지금 첫발을 내딛어 보세요.”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