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윤곽 드러났지만 여기저기서 선거 불복 파열음
부산시청 일대 전경.
부산 지방선거 구도가 유례없이 뜨겁게 과열된 것은 시장 선거를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까지 보수의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에 기인한다. 실제 부산시장 선거는 최근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병수 시장이 민주당 오거돈 후보에게 단 한 차례도 앞서지 못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보수의 텃밭으로 인식되며 회자되어온 공식인 ‘공천=당선’은 이제 부산에서도 그 견고한 틀이 점차 와해되는 분위기다. 여당인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까지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 된 것이다. 그러자 저마다 출사표를 던지며 각축을 벌였다. 아직 경쟁이 끝나지 않은 곳도 다수 존재한다.
이는 한국당도 비슷한 모습이다. 비록 예전에 비해 지지세가 약해졌으나, 아직 기초자치단체장에서는 수성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부산시장 선거는 한국당이 다소 열세이지만 자치구 선거는 이와 다를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필연적인 결과로 마찰음이 잇달아 번지고 있다. 여야 모두 아직 기초단체장 후보를 100% 확정하지 않은 가운데, 이미 후보 확정을 마친 지역을 중심으로 거친 파열음이 나온다.
#후보 확정 발표 이후 번복하고 재발표한 민주당
민주당 부산시당 공직선거 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단수추천 후보자 8명을 발표했다. 심사 결과 서구에 정진영, 동구 최형욱, 북구 정명희, 해운대구 홍순헌, 사하구 김태석, 강서구 노기태, 수영구 김혜경, 사상구 강성권 후보 등이 단수 추천됐다.
영도구는 김철훈·박영미, 부산진구는 서은숙·조영진, 동래구는 김우룡·전일수, 남구는 박재범·안영철, 금정구는 전상우·정미영 등 2인 경선으로, 기장군은 김수근·김한선·이현만 등 3인 경선으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중구는 계속심사 지역으로 분류했고, 연제구는 적합한 후보가 없어 재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시당의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8일 진행된 발표를 마치 데자뷔처럼 인식하도록 만드는 발표를 지난 8일 이미 가졌다. 당시 부산시당은 해운대구 홍순헌, 사상구 강성권, 동구 최형욱, 북구 정명희, 사하구 김태석, 금정구 박인영, 수영구 김혜경, 서구 정진영, 강서구 노기태 등 9명을 단수 추천한다고 밝혔다.
두 번의 발표에서 단수추천이 바뀐 대목은 바로 금정구다. 당초 전상우 부산대 MBA총동문회장이 컷오프 탈락됐지만, 재발표에서는 박인영 예비후보와 2인 경선으로 구제됐다.
민주당 부산시당이 이처럼 발표를 번복하고 재발표하는 행보를 보이자, 그 배경에 많은 의혹의 시선이 모인다. 발표가 번복된 주된 배경은 경쟁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거센 항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당이 1차 발표를 진행한 이후 다른 이유도 아닌 탈락한 일부 후보자들의 불만에 이를 번복한 것을 두고 비난여론이 비등하다.
그런 가운데 재발표가 이뤄졌지만 뒷맛 역시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이들까지 경선 명단에 포함시켜 또 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기장군의 김수근 전 부산시의원은 시당에 사퇴서까지 제출했지만, 이번에 적합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2인 경선에 포함된 금정구의 박인영 예비후보도 공정성 논란이 일고 당이 자신에 대한 단수추천 발표를 철회하자, 지난 17일 SNS에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재심, 공천, 사퇴 등 모든 행위를 무효로 하고 공천신청자 모두를 대상으로 다시 심사하라는 중앙당 지침이 있었다. 때문에 공천신청 후 사퇴한 김수근·박인영 후보도 적합도 조사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탈당 후 무소속 강행 및 고발사건 등으로 자중지란 겪는 한국당
한국당 공천 후폭풍의 백미는 단연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다. 그는 한국당 부산시장 공천이 서병수 시장에게로 돌아가자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유세를 펼치는 중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처럼 정치적인 배수진까지 쳐가며 강경대응하고 나선 것은 자신이 줄기차게 요구한 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까닭이다. 그의 무소속 출마는 지지율 회복이 시급한 서병수 시장에게 반드시 풀어야만 할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의 행보는 민주당이 오거돈 후보로 중심으로 급속하게 결속력을 갖추는 것과 사뭇 대비된다. 오거돈 후보 측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였던 정경진 전 부산시행정부시장을 18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조직구성에 화룡점정을 했다.
부산진구에서는 후보자 자격론을 두고 서로 시비가 붙었다. 부산진구에서의 논란은 한국당 부산시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지난 1일 김영욱 전 시의원을 단수추천하기로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부산진구청장 예비후보로 함께 나선 황규필 전 원내행정국장이 2일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중앙당이 이를 받아들이며 공관위의 단수추천 결정을 뒤집고 경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공천 문제가 중앙당과 부산시당 간의 힘겨루기로 비화되면서 첨예한 갈등이 표출됐다. 특히 중앙당이 경선을 100% 여론조사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 여론조사 50% 당원 50%를 예상했던 김영욱 전 시의원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전 부의장이 무소속이나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