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논쟁 확실해 경선 이상 과열 조짐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장 후보로 압축된 2인. 왼쪽부터 문상모, 변광용 예비후보.(가나다 순)
[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제시에서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공천 신청자들로 넘쳐났다. 이로 인해 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많은 관심을 받는다.
보수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던 거제지역에 이렇게 진보정당의 후보자가 넘쳐나게 된 것은 2017년 5월 대선 당시 거제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홍준표 후보를 큰 차이로 이긴 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앞서 2016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후보가 새누리당 김한표 후보에게 단 730표, 0.7%차이의 피 말리는 승부 끝에 결국 석패했다. 바로 이 즈음이 표심에 변화가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변곡점이란 시각도 있다.
특히 대선 당시 현역이던 권민호 전 시장이 한국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입당했고, 800명이던 권리당원의 수가 8,000명을 넘기는 등 민주당은 계속 약진했다. 이에 비해 한국당은 상대적으로 인물난에 허덕였다.
이 같은 흐름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민주당에서는 변광용 전 거제지역위원장, 문상모 전 서울시의원, 장운 전 노무현재단 경남상임대표, 이영춘 전 삼성중공업 상무, 우성 문사모 회장 등 5명의 거제시장 예비후보자가 등록해 경합을 벌였다.
이후 경남도당 공천관리위는 지난 7일 거제시를 문상모·변광용·장운 등 3인 대상 경선지역으로 결정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거제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명예 퇴직한 서일준 전 거제부시장이 이미 단수추천으로 후보를 확정짓고 경쟁자를 맞을 채비를 갖췄다.
주목되는 대목은 민주당 거제시장 경선이 어느 순간 거센 상호 비방전으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예전보다 민주당의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데 따라,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 것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포문은 문상모 후보가 열었다. 문 예비후보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거제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조폭사주 정적제거 사건’을 거론하며 변광용 예비후보의 무조건적인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9일에는 문 후보의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거제 민주당 청년·여성당원 20여명이 기자회견을 통해 변광용 후보의 ‘조폭연루 의혹’을 거론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변 후보는 “당시 조폭출신이 진보진영 한 의원을 통해 자신을 불러내 의도적으로 함정에 빠트렸다. 오히려 나는 피해자”라며 “수사결과 참고인 조사를 통해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10일에는 민주당 거제시장 장 운 예비후보와 도·시의원 예비후보 11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변 후보의 즉각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적 처벌을 떠나 의혹을 안은 후보가 선택되면 본선에선 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변 후보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일축했다. “도를 넘어선 상대 후보 흠집 내기”라며 우려도 함께 표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허위사실 유포 및 상호 비방 없는 클린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11일에는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후 불출마한 김해연 전 도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문상모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조폭연루의혹 논란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그런 가운데 3인 경선에 포함됐던 장운 후보가 17일 사퇴를 발표하며 문상모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고, 변광용 후보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19일에는 급기야 무소속 시장 출마자인 윤영 전 국회의원마저 후보 사퇴를 발표하며 문상모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 시장 경선구도는 문상모·변광용 양강 구도로 정립된 것과 함께 변광용 후보를 두고 여타 후보들이 연합해 대립하는 형태가 됐다. 변 후보는 적전분열을 우려하며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으며, 문 후보는 옥석을 가리자며 싸움터로 나오라고 재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거제시장 문상모 후보와 문 후보를 지지하는 김해연·윤영·장운 등의 주장은 한결같다. 변광용 후보가 법적인 책임은 없을지라도 이른바 ‘조폭사주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으니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무조건 사퇴하고, 서울시의원 재선경력으로 행정경험이 풍부한 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자 측의 입장은 당연히 달랐다. 문 후보 측이 변 후보의 조폭관련 의혹을 집중 공격한 것처럼, 변 후보 측은 문 후보의 서울시의회 의원 재직 당시 의정활동을 두고 날을 세웠다.
변광용 예비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변 후보는 그동안 두 번의 시장 출마와 두 번의 국회의원 출마 등으로 당원과 시민들로부터 수차례 검증을 받았다. 이에 비해 몇 달 전 거제로 내려온 문 후보에 대한 검증은 과연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시의원 8년 동안 의정활동은 어떠했는지, 무슨가치관과 신념으로 정치활동을 해왔는지, 주변의 평가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 당원들과 시민들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밴드에 올라 온 ‘재임기간 중에 시정질의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모 시의원이 다시 출마한다는데, 바른 것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며 “문 후보의 시의원 재임기간 중 의정활동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상모 후보는 시정질의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에서 나온 근거도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시정질의는 시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때 필요한 것이다. 인지도 없는 정치인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면서 “나는 서울시 주요정책에 대해 주도적으로 일을 해왔다. 박원순 시장과 큰 틀에서 시정을 함께 의논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상모 후보는 지난 3월 7일 출마 기자회견 당시 “거제의 위기가 엄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층들은 무엇을 했으며, 호황시절을 구가하며 특정세력의 배만 불리는 데에만 매달렸던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선거는 누가 거제를 살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거제부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변광용 후보는 지난 19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관광분야 정책발표를 갖고 최근 거제지역 경선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재차 우려를 표명한 뒤에 “끝까지 당당하게 정책으로 승부하는 클린 선거운동을 진행하겠다”며 “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중앙 정치인맥을 활용해 조선산업을 부활시키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거제경제를 꼭 다시 살리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문상모·변광용 두 예비후보는 오는 25일과 26일 이틀간의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십여 년간 진보진영에게는 척박한 땅이었던 거제를 지켜온 변광용 후보가 4전5기의 꿈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중앙에서의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출마한 서울시의원 출신의 문상모 후보의 전략이 먹힐 것인지에 많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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