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이희진, 수백억 꼭꼭…은닉 재산 조사 피하려 벌금 대신 노역형 택할 것”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가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은 선고 직전 이 씨의 최측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익명 보장을 요구한 A 씨와 B 씨는 ‘친구나 주변 지인까지 사정 없이 뒤통수치는 모습을 보며 한마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까이서 지켜본 이 씨 모습과 재산 등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다음은 최측근들과 나눈 일문일답.
―이 씨와는 어떤 사이였나
“비즈니스적 사이를 넘어 사생활도 아는 사이였다. 조언도 구하는 사이였다. (B 씨는) 이 씨 말에 따라 투자를 하기도 했다.”
―친분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허락하게 된 배경은 뭔가.
“괘씸해서 그렇다. 이희진은 주변 측근들에게까지 뒤통수를 쳤다. 동창이나 사회 모임 구성원까지 투자를 유도해 수익 버는 용도로 썼다. 그래서 주변에 남은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럼 이 씨가 뒤통수를 쳐왔다면 친해진 배경은 뭔가.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이희진은 술도 못 마시고 말도 많지 않다. 예전에는 태도도 나쁘지 않았다. 돈 벌다 점점 이상해진 케이스다. 점점 돈 이야기만 했다. 나중에는 리플리 증후군(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같은 모습도 보였다.”
―동생도 같이 구속됐다. 동생은 어떤가.
“동생은 가끔 사고는 쳤지만 본성은 착한 편이다. 모범생 타입인데 돈이 많아지면서 약간 비뚤어진 경우다. 동생은 이번 일에 크게 관여도 안 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희문은 나오기를 바란다.”
―이 씨가 여자친구로 유명한 반서진 씨에게 10억 원을 달라는 소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이미 준 건데 남자가 쪼잔하게 왜 그러냐’는 반응이었다. 금액이 많긴 하지만 사랑하는 사이였고 그래서 준 건데 이제와서 돌려받을려고 하는 게 어이없기도 했다.”
―그가 구속되고서도 몇 가지 의문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이 씨를 조력해주는 쩐주가 있다는 설이다.
“그건 다 사실이 아니다. 이 씨와 빌딩으로 얽힌 김 아무개 씨가 뒷배라는 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 씨는 성격상 자신 위에 누가 있는 걸 못 참는다. 주변에는 온통 좋은 소리, 달콤한 말만 하는 사람만 있고 쓴소리하는 사람은커녕 나이 먹은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사람을 뒤에서 누가 조종한다는 이야기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
―이 씨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 수준이 너무 높아 그를 신뢰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걸 이 씨가 직접 썼다고 믿는 사람도 있나. 그건 다 직원들이 써주는 거다. 본인 말투에 맞게 각색만 할 뿐이다.”
―그럼 평소 이 씨는 뭘하고 지내나.
“보통 집에서 휴대전화 게임을 한다. 집 밖으로도 잘 안 나온다. 소셜미디어에 글 올리는 게 가장 큰 취미다. 자신의 글에 댓글이나 자신이 언급된 글을 읽는 게 취미인 말하자면 ‘관심종자’다.”
―이 씨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추측이 난무한다.
“그건 주변에서도 평가가 갈린다(A 씨는 200억~300억 원대, B 씨는 1000억 원 이상을 예측한다). 그래도 수백억 원은 있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비트코인이다. 투자목적보다는 자금세탁용으로 100만 원 이하에 투자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지만 10배 이상을 번 셈이다. 꽤 대박난 O2O 스타트업 CB(전환사채)에도 투자해 10배 이상 벌었다고도 알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로 40배 오른 블루홀 주식도 갖고 있다. 확실한 정보에 투자해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었다.”
―재산만큼 변호사 비용도 엄청나게 썼다는 말도 있다.
“주변에서 알기로는 10억 정도라고 알고 있다. 현재 선임한 변호사가 예전에 대형 주식 사기 혐의를 받은 피의자를 무죄를 만들어준 경력이 있다. 그래서 선임한 걸로 안다.”
―블루홀이 엄청나게 오르면서 ‘이희진 재평가설’도 나왔다.
“그건 다 헛소리다. 특히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 출시 전까지 이희진 스스로 정크 주식으로 판단해 가치를 매길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희진은 회원들에게 좋은 종목이라서 판 게 아니다. 장외주식 중에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으면 가리지 않고 팔았다. 그냥 가져다가 얼마 이윤을 붙여서 파는 무위험 수익을 추구했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앞서 말한 O2O 스타트업같이 확실한 소스는 회원들에게 넘기지 않고 자기가 투자했다.”
―구속 전 재산을 숨겨 뒀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당연히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제대로 조사 안 한 면도 있다. 증권사 계좌나 제2금융권 계좌 등에 숨겨 놓은 재산도 많다고 알고 있다.”
―아직 이 씨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희진은 처음부터 싸게 사서 사람들에게 홍보해 비싸게 팔려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다.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도 있었다. 그건 이희진이 일 시작 전 한 대형 로펌에 법적 자문을 구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도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던 거다.”
―이 씨가 구속되기 전 반응은 어땠나.
“절대 구속이 안된다고 믿었다. 주변에서 해외로 도피하라는 말도 있었는데 특유의 자신감 있는 말투로 ‘구속 절대 안된다. 걱정 말라’고 주변에 말했다. 결국 구속됐음에도 ‘6개월 뒤 구속 만료되면 나온다’고 호언 장담했다. 자신만만한 배경은 사전에 로펌에서 법적 검토를 받았기 때문이지 반성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이 씨가 어쨌건 맨 바닥에서 여기까지 온 힘은 뭐라고 생각하나.
“운이 좋았다. 돌아보면 참 갈림길마다 운이 좋았다. 나중엔 욕심이 지나쳤다.”
―이 씨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희진은 거의 100% 노역형을 선택할 것이다. 나오기 위해 벌금을 낸다면 자금 출처를 조사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생이라도 나온다면 이희진이 주변 사람들에게 빚진 돈과 상황을 정리했으면 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