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향에 취한 터널
▲ 머루와인터널은 길이가 무려 579m에 달한다. 사진은 터널 끝에 위치한 머루와인 시음장. | ||
▲길잡이: 대전-통영 고속국도 무주IC→무주읍 방면 19번국도→무주1교차로에서 우측 727번지방도→북창리에서 우측 산성교 건너 안국사 방면 직진→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적상분소 지나 500m→머루와인터널.
▲문의: 머루와인터널 063-322-4720, 063-322-5931
머루와인을 맛보려면 적상산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 다양한 종류의 머루와인을 보관하는 터널이 있다. 적상산은 덕유산과 함께 널리 알려진 무주의 명산이다. 해발고도 1034m의 제법 높은 산으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사고와 고려시대에 세워진 안국사 등의 사찰을 품고 있다.
터널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적상분소 너머에 있다. 안국사로 오르는 길이다. 자동차가 적상산 거의 정상부에 자리한 안국사까지 갈 수 있도록 길이 닦여 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거의 통제가 된다. 적상산 기후는 덕유산과 같다고 보면 되는데, 눈이 많은 편이고 이 때문에 길은 자연스레 눈에 파묻혀 버린다. 안국사로 오르는 길이 워낙 가파른 탓에 차량 운행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적상분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국사 방향으로 걸어서 500m쯤 가면 왼쪽에 터널이 보인다. 입구에 ‘머루와인 비밀의 문’이라고 적혀 있다. 이 터널은 무주양수발전소 건설을 위하여 작업용 터널로 사용하던 곳이다. 적상산에는 880m 지점에 호수와 양수발전소가 있다. 터널은 이 호수를 만들기 위해 뚫은 것이다. 사면이 능선으로 둘러싸인 곳에 댐을 짓고 산밑으로 흐르는 상곡천의 물을 끌어올려 채워 넣었다. 호수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적상산의 너른 품 뒤로 멀리 덕유산 향적봉이 잡힌다.
터널로 들어서자 바깥에 비해 따뜻한 느낌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섭씨 13~17도의 온도를 항상 유지하기 때문에 와인의 맛이 변함이 없다. 터널은 길이 579m, 폭 4.5m, 높이 4.7m다. 터널 전부를 개방하고 있지는 않다. 사람의 출입이 잦아질 경우 온도의 변화 등 변수가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약 150m 깊이까지만 출입을 허락하고 있다.
이곳에는 칠연양조, 샤또무주, 산립조합, 덕유양조 등 4개 와이너리에서 제조한 약 2만 병의 머루와인이 저장되어 있다. 무주는 국내 최대의 머루 재배단지로 연간 600여 톤을 생산하는 곳이다. 대부분 해발 500~900m 고원에서 재배하는데, 이로 인해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성분이 다른 곳에 비해 높다.
무주에서는 머루농가 110여 가구와 4개의 와인업체가 손잡고 무주산머루클러스터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각 와이너리는 붉은진주, 샤또무주, 루시올뱅, 구천동머루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마다 단맛, 신맛, 쓴맛, 떫은맛의 정도가 다르다. 터널 끝에 시음장이 있는데 종류별로 시음해 볼 수 있다. 입맛에 맞는 와인은 그 자리에서 구매 가능하다. 시음장 앞에는 카페처럼 테이블이 여럿 놓여 있다. 터널 천정에 은은하게 조명을 달아 놓아 분위기가 있다.
애주가들은 그 새를 참지 못하고 구입한 와인을 이곳에서 마시기도 하는데, 남은 것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보관하기도 한다. 터널 내에서 구입한 와인 중에서 1/3이상 남은 것들에 한해서 최대 1년6월까지 허용된다. 이보다 적게 남은 것은 변질의 우려가 있다. 보관료는 무료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