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킹엄궁·윈저궁·귀금속·미술품·우표컬렉션·풍력발전기 등 ‘총 19조원’ 매년 꾸준히 늘어
과거 이렇게 말했던 영국왕 조지 6세(1895~1952)는 일찌감치 이 사실을 깨닫고 마치 기업의 회장인 양 느끼고, 행동했었다. 이는 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여왕은 부친의 그 유명한 문구를 늘 반복해서 인용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왕실의 재산을 관리 및 유지, 그리고 확장하고 있다. 이유인즉슨, 여왕 역시 부친이 말했던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왕실은 군주라는 상징을 넘어 이제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가 됐으며, 무엇보다도 이로 인해 영국 왕실에게 아주 특별한 수익, 다시 말해 사회적 영향력과 국민의 존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고 있다. 영국 왕실이 잘나가는 여느 대기업 부럽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영국 왕실을 가리켜 ‘주식회사’라고 표현하면서 5월 19일 열리는 해리 왕자(33)의 결혼식을 앞두고 점점 더 막강해지는 영국 왕실의 부의 배경과 근원에 대해 보도했다.
영국 왕실의 총 자산은 150억 유로(약 19조 원)에 이르며, 다양한 투자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은 왕실 가족들에게 주기적으로 지급된다. 그 수익의 25%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몫이다. 사진은 지난 4월 1일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2세. EPA/연합뉴스
영국 왕실의 이런 획기적인 변화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찰력과 확고한 의지 덕분이었다. 여왕이 이렇게 변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영국 왕실은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통속적인 부류로 간주되고 있었으며,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다이애나비를 궁에서 내쫓는 무자비함으로 국민적 원망을 사기도 했었다.
왕실의 전환점은 1992년에 찾아왔다. 그 해는 여왕 스스로 ‘끔찍한 해’라고 불렀을 만큼 사건사고가 많은 해였다. 먼저 윈저궁에 사상 최악의 화재가 발생해 궁 일부가 소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는가 하면, 차남인 앤드류 왕자 부부가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는 별거를 시작했으며, 다이애나는 전기를 통해 왕실의 내밀한 이야기를 대중에 폭로하기도 했었다.
이런 격동의 해를 보내면서 여왕은 변화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결정적인 사건은 다이애나의 죽음이었다. 왕실 전기작가인 앤드류 모튼은 “윈저 가문은 다이애나의 죽음을 통해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그 후로는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무렵부터 여왕은 왕실을 하나의 기업처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가계를 완전히 바꾸고, 권력 구조를 파기했다. 오래된 왕실 후견인을 민간업체의 홍보 전문가들로 교체했으며, 대중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서 시장 전문조사가를 고용해 주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금융전문가를 통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여기에는 이미지 변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기존에 왕실이 갖고 있던 ‘냉소적인’ 이미지에서 ‘온화한’ 이미지로의 변화를 꾀했다.
왕실의 이런 변화는 사실 압박감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기도 했다. 당시 화재로 소실된 윈저궁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영국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왕실 사유지인 윈저궁에 세금이 투입될 예정이자 국민적 원성과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여왕은 중요한 특권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납세 면제권이었다. 전통적으로 영국 왕실은 납세의 의무를 면제받고 있었지만 여왕은 과감히 이를 포기하고 자진해서 세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가령 왕실 정원 파티를 열 경우 고용되는 직원들의 임금이나 여행 경비, 각종 행사비 등 지금까지 영국 정부에서 지불했던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대부분을 여왕의 개인 비용으로 충당하기 시작했다. 현재 여왕은 자신의 개인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랭카스터 공국’이 보관하고 있는 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찰스 왕세자 역시 ‘콘월 공국’이 관리하고 있는 개인 사유지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고 있다. 또한 찰스 왕세자는 윌리엄과 해리 왕자 두 아들 가족의 경비도 대주고 있다. 가령 케이트 왕세손비는 2011년 결혼 이후 의상비에만 50만 유로(약 6억 원)를 지출했는데, 이 가운데는 1만 3000유로(약 1600만 원) 상당의 샤넬 드레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영국 왕실의 자산은 버킹엄궁(사진)을 비롯한 부동산, 대대손손 물려지는 귀금속, 세계적 미술품 컬렉션, 풍력발전기 등 막대하다.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부분의 왕실 자산은 영국 전역에 걸쳐 있는 토지를 비롯해 버킹엄궁, 윈저궁, 샌드링엄 하우스, 발모럴 성 등의 부동산, 그리고 대대손손 물려지는 귀금속, 미술품, 우표 컬렉션 등 다양하다. 가령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션의 경우 그 가치는 110억 유로(약 14조 원)에 달하며, 우표 컬렉션의 경우에는 1억 2000만 유로(약 15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 이밖에도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는 왕실은 스코틀랜드 해안가에 35대의 풍력발전기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왕실의 모든 재산은 ‘영국왕립토지위원회’가 관리하고 있으며,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을 모두 합한 왕실의 총 자산은 150억 유로(약 1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실 자산 관리인의 다양한 투자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은 왕실 가족들에게 주기적으로 지급되고 있으며, 그 배당액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요컨대 현재 ‘영국왕립토지위원회’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25%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몫인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영국 왕실의 재산이 해가 갈수록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왕립토지위원회’의 성공적인 투자로 인해 지난해 왕실 자산의 가치는 8% 상승했다. 이 가운데 엘리자베스 여왕의 소득은 8700만 유로(약 1110억 원)에서 9300만 유로(약 1190억 원)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왕실의 런던 내 부동산 보유 면적도 지난 1년간 4896㎡ 늘어났다. 현재 왕실 소유의 부동산 가운데는 런던의 대표적 쇼핑 번화가인 리젠트 스트리트도 포함되어 있다. 왕실 자산 관리인의 부동산 사랑은 특히 유별난데, 이는 런던의 부동산 가치가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왕실은 기록적인 수익을 거두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무려 3억 7000만 유로(약 4700억 원)의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왕실 구성원 각각의 자산은 얼마나 될까.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단연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순자산은 5억 5000만 달러(약 6000억 원)에 달하며, 거의 대부분은 부친인 조지 6세로부터 물려받은 영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왕실 가족이 여름 휴가를 보내는 곳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에 있는 발모럴 성의 가치는 현재 1억 4000만 달러(약 1500억 원)며, 왕실의 사설 관저로 사용되고 있는 샌드링엄 하우스의 경우에는 6500만 달러(약 700억 원)다. 이밖에도 여왕의 자산은 종마 사육장, 경주마, 과수원, 풍력발전단지, 보석, 가구, 조부에게 물려받은 우표 컬렉션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여왕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랭카스터 공국’은 ‘영국왕립토지위원회’와는 별도로 여왕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해마다 여왕에게 1700만 유로(약 216억 원) 정도의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리스 왕족 출신인 남편 필립공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3000만 달러(약 324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찰스 왕세자의 순자산은 1억 달러(약 1080억 원)다. 대부분의 소득은 ‘콘월 영지’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 2500만 달러(약 270억 원) 상당의 배당을 받고 있다.
윌리엄과 해리 왕자는 30세 되던 해 모친인 다이애나비로부터 각각 1500만 유로(약 200억 원)에 달하는 신탁과 영지를 상속 받았다. 상속 재산이 많기는 하지만 두 왕자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돈도 벌고 있다. 윌리엄 왕자의 경우에는 헬리콥터 구조 조종사로 일하면서 연봉 6만 2000달러(약 6700만 원)를 받고 있으며, 이렇게 번 돈은 전액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해리 왕자의 경우에는 육군항공부대에서 장교로 근무하면서 연 4만 5000달러(약 4900만 원)를 벌고 있다.
찰스 왕세자의 대부분의 소득은 ‘콘월 영지’에서 나오고 있으며, 연 2500만 달러(약 270억 원) 상당의 배당을 받고 있다. 콘월 영지를 방문한 찰스 왕세자.
영국 왕실의 수입원 가운데 또 하나는 영국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이른바 ‘왕실교부금’이란 것이 있다. 이는 의회에서 왕실에 제공하는 일종의 보조금으로, 1760년 조지 3세 왕이 자신의 영지 가운데 일부를 국가에 기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영국 왕실은 영지에 대한 관리 및 유지비 명목으로 의회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다.
여왕이 받고 있는 왕실교부금은 연 1290만 달러(약 140억 원) 정도며, 남편인 필립공이 받고 있는 금액은 연 44만 2000달러(약 4억 7000만 원)다. 필립공의 명목은 여왕을 보조해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왕실교부금’은 올해 중반까지 약 8700만 유로(약 1000억 원)가 지급될 예정이며, 여기에는 버킹엄궁 수리비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관, 전기 및 난방 시설이 노후화된 버컹엄궁은 향후 10년간 약 4억 2000만 유로(약 5300억 원)를 들여 수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국 왕실의 인기는 과거에 비해 그 어느 때보다 상당히 높은 상태다. 여태껏 윌리엄과 해리 왕자만큼 국민적 호감도가 높았던 왕족은 없었다. 심지어 해리 왕자의 경우에는 지난 1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무려 87%의 응답자가 호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생전에 다이애나비가 받았던 인기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까닭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왕실 경영권’을 구세대인 찰스 왕세자를 건너뛰고 젊은 세대인 윌리엄 왕자에게 넘겨주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기작가인 모튼은 왕실 관계자의 말을 빌려서 “여왕은 두 손자에 대해 막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들 찰스 왕세자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신뢰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왕은 윌리엄과 해리 왕자에게 ‘스타 기질’이 있다고 말하면서 ‘믿을 만한 진정한 왕위 계승자’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편 해리 왕자의 결혼식에 소요되는 4000만 유로(약 510억 원) 상당의 비용은 왕실이 전액 부담할 예정이다. 결혼식에는 2640명의 일반인 하객도 초대되었으며, 차와 소시지 등 하객에게 제공되는 음식만 총 30만 유로(약 3억 8000만 원)에 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대한 비용이긴 하지만, 사실 왕실 기업에게 이는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고 ‘포쿠스’는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해리 왕자 결혼식의 경제 효과 패션계 ‘메건 효과’ 수천억 수익 예상 ‘로열 패밀리’라는 브랜드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해리 왕자의 결혼식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날 전망이다. 윈저궁에서 열리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36)의 화려한 결혼식은 비록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수십억 명의 시청자들이 TV 및 SNS 생중계를 통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왕실 가문의 결혼식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막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하곤 했었다. 무엇보다도 영국 내수 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왔던 것이 사실. ‘포쿠스’는 결혼식과 같은 ‘슈퍼 이벤트’가 한 번 열릴 때마다 영국 경제에 수십억 유로 이상의 경제 효과가 창출되곤 했다고 말했다. 이번 해리 왕자 결혼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포쿠스’는 관광 및 미디어 산업계에서만 3억 4000만 유로(약 433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브랜드 파이낸스’는 패션산업, 개인소매업, 기념품 제조업체의 수익이 4억 5000만 유로(약 5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EPA/연합뉴스 여기에 앞으로 마클의 영향력이 더해질 경우 경제 효과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해리 왕자와의 결혼을 통해서 앞으로 영국 왕실의 대표적인 패셔니스타로 떠오르게 될 마클이 패션계에 미칠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마클이 결혼 발표 당시 착용했던 흰색 외투의 경우에는 언론에 공개된 지 단 몇 분만에 완판되기도 했었다. 620유로(약 79만 원) 상당의 이 외투는 캐나다 브랜드인 ‘라인 더 라벨’의 제품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앞으로 마클이 패션계에 1억 6000만 유로(약 2040억 원) 상당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른바 ‘메건 효과’다. 앞으로 마클이 입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인기를 얻고 유행이 되면서 상당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브랜드 파이낸스’의 데이비드 헤이는 “마클은 킴 카다시안의 세련된 버전이다. 그녀의 브랜드 파워는 인플루언서로서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마클을 새가족으로 맞는 것은 이미지에 집착하는 영국 왕실에게는 절묘한 홍보수단이 아닐 수 없다.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한 데다 환경보호 및 여성인권 활동에 적극적인 미국인 마클이 영국의 젊은 세대들이 윌리엄과 해리 왕자, 그리고 케이트 왕세손비에게 바라고 있는 대외적인 이미지와 완벽하게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마클의 성장 배경은 현대판 동화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LA 출신의 싱글맘인 아프리카계 요가 강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마클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여배우로서 성공을 거두고 마침내 영국 왕실에 입성하는 동화를 써내려갔다. 이에 대해 ‘포쿠스’는 어떤 홍보 전문가라 할지라도 아마 이보다 더 극적인 홍보 전략은 세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마클의 이런 캘리포니아표 매력과 라이프스타일이 장차 버킹엄궁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를 증명하듯이 웨딩 케이크 역시 전통적으로 해러즈 백화점에서 제작해오던 관례를 벗어나 이스트 런던에서 핫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푸드 블로거가 제작하기로 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타임’지는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마클을 선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마클의 친구이자 볼리우드 배우인 프리앙카 초프라는 “마클은 냉소적인 세상에서도 동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게 해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