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형이냐 관리형이냐…이해찬 등 강성 친문은 부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은숙 기자
8월 열리는 민주당 전대는 여권 권력구도의 분수령이다. ‘오는 2020년 총선→2022년 지방선거·대선’으로 이어지는 권력이동의 핵심이다. 관전 포인트는 전대 성격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관리형 전대냐 대권형 전대냐, 그것이 문제로다’다. 여권 복수 관계자는 전대 구도의 첫 번째 변곡점으로 전대 성격을 지목했다. 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불명예 퇴진과 무관치 않다. 안 전 지사는 유력한 차기 당권 후보자였다.
그러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으로 사실상 정계은퇴 수순을 밟았다. 비문계 구심점인 안 전 지사가 무대에서 사라지자 민주당 차기 전대 성격은 관리형 대표 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른 인사만 15명 안팎에 달한다. 이해찬(7선), 이석현(5선), 김진표·박영선·송영길·설훈·안민석(4선), 윤호중·이인영(3선) 의원, 박범계·신경민(재선) 의원, 김두관(초선)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6월 송파을 재보선에 나선 최재성(3선) 전 의원, 김부겸(4선) 행정안전부 장관, 연임 도전설에 휩싸인 추미애(5선) 대표 등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론된다. 여의도 한 인사는 “발을 걸칠 수 있는 인사는 모두 거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중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사는 극소수다. 당 관계자들이 전대 레이스 성격을 바꿀 ‘키맨’으로 김부겸 장관을 꼽는 이유다. 김 장관은 2016년 8·27 전대 당시에도 태풍의 눈이었다. 앞서 치러진 4·13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자, 곧바로 차기 대권열차에 탑승했다. 당권 도전과 대권 직행을 놓고 고심한 그는 후자를 택했다. 김 장관은 친문계의 높은 벽에 부딪혀 당내 경선 도중 후보직에서 물러났지만, 정권교체 이후 문 대통령을 부름을 받고 정부 1기 내각에 들어갔다. 김 장관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민주당 차기 전대는 ‘포스트 추미애’를 넘어 ‘포스트 문재인’ 체제를 가늠하는 대선 전초전으로 격상할 가능성이 크다. 비문계 구심점이 안 전 지사에서 김 장관으로 이동하는 ‘여권 권력구도 시프트’인 셈이다.
민주당 한 의원실 보좌관은 “당 내부에서도 김 장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최근 여의도에는 김 장관 측이 BH(청와대)에 당권 도전 시그널을 보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6·13 지방선거 이후 단행될 청와대의 소폭 개각과 맞물린 ‘김부겸 귀환→당권 도전’ 시나리오가 핵심이다. 당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후 개각과 함께 김 장관이 전대에 나선다면, 사실상 BH가 용인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 출마 여부에 따라 조기 대선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친문계 내부에선 곤혹스러움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굳건한 상황에서 차기 대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다. 친문계 관계자는 “지금은 당 내부 역학관계보다는 나라 바로 세우기에 집중할 때”라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5월 14일 해외범죄수익환수 조사단 설치를 지시하면서 적폐청산 2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만 두 번 할 정도로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유가·고금리·강달러’의 신 3고 현상이 덮치면서 갈 길 바쁜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도 “집권 2년차의 중요성은 김 장관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막판까지 고심하겠지만,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 주류의 고민은 이뿐만 아니다.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이해찬 의원 출마 여부는 주류 내부 구도를 흔들 요소다. 국회의장직을 포기한 이 의원은 차기 당권 도전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해찬 출마설’에 대해 “(출마 여부에 대해) 주변 얘기를 듣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친문계 내부에선 ‘문 대통령·이해찬 당 대표’ 구도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012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 대표를 맡았던 이 의원은 야권단일화 대상자였던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 측으로부터 2선 후퇴를 요구받았다. 친노 2선 후퇴 논란이 야권단일화의 문을 막자, 당시 문재인 캠프의 메시지팀장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친노계 9인방은 2선 후퇴를 전격 선언했다. 민주당 새 원내사령탑은 친문 직계인 홍영표 의원이 꿰찼다. 친노·친문 중진인 문희상 의원은 20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청와대로선 친문이 주요직을 장악하는 그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의원이 출마할 경우 범주류 후보 중 일부는 당권 도전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노계 좌장인 이 의원과 사투를 벌이는 그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내부 분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당권 도전자 다수는 범주류다. 윤호중 의원 등은 친문 직계다. 박범계 의원은 현 수석대변인이다. 김진표 의원은 정권 초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고 송영길·이인영 의원은 신주류인 86(60년대 생·80년대 학번)그룹 핵심이다. 민주평화국민연대 출신의 설훈 의원 등도 범주류에 속한다. 한때 비문계였던 이종걸 의원조차 주류 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김두관 의원은 원조 친노로 분류된다. 여기에 2년 전 친문계가 전략적으로 추대한 추 대표의 연임도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여권 차기 당권이 물고 물리는 권력구도로 얽힌 셈이다.
전대 룰과 친문계의 전략적 선택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일단 2016년 8·27 전대와 마찬가지로 ‘컷오프(3명)’ 도입에 대한 공감대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난립하는 후보 정리와 함께 이변 가능성의 문을 열면서 흥행까지 끌어낼 수 있어서다. 2년 전에도 그랬다. 추 대표와 양강 후보로 꼽힌 송영길 의원은 컷오프에서 탈락했다. 대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종걸 의원이 본선에 직행, ‘대의원 45%·권리당원 30%·여론조사 25%’의 룰로 본선에서 승부를 펼쳤다. 본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지도 관심사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후보간 짝짓기인 합종연횡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친문계의 밀어주기는 전대 막판 최대 변수다. 2년 전 친문계의 선택은 ‘추미애 카드’였다. 추 대표는 친문계의 지지를 업고 60여 년의 민주당 역사상 최초로 대구·경북(TK) 출신 여성 당수에 올랐다. 다만 이번 전대에서는 막판까지 친문계의 고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친노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은 상왕 이미지 탓에 당 주류도 부담스러워하는 존재다. 서울 송파을 재보선에 나선 친문계 최재성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강경파를 꼽히는 최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앞서 추 대표 측 인사들도 최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직계인 윤호중 의원은 비문까지 껴안을 수 있는 화합형 인사로 꼽히지만, 중량감은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밑바닥 당심을 훑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호남 인사라는 점이 강점이자, 딜레마다. 당·청이 국정 주도권을 쥔 상황에선 호남보다는 비호남 인사를 세우는 게 낫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친문계는 ‘친정체제냐, 관리형이냐, 통합형이냐’를 놓고 장고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평론가는 “당 주류가 친정체제를 구축한다면, 당 반대편도 끌어안을 수 있는 윤호중, 관리형이라면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통합형이라면 원조 친노인 김두관 의원 등을 각각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지방선거 결과도 전대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상 언론인
3철 영향력 있다?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3철’의 파워는 건재할까. 여권 전당대회를 앞두고 3철의 영향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3철이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합류했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을 말한다. 전 의원도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냈다.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낸 일부 후보 측이 물밑에서 3철 주변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는 3철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친문 조직표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렸다. 하지만 3철이 이들의 러브콜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정권 출범 이후 당내 권력구도와 선을 그은 이들이 섣불리 나설 경우 계파 논란만 가중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괜한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중립에 한 표를 던졌다. 이들의 영향력을 두고도 의견은 분분하다. A 후보 측 관계자는 “3철의 조직력이 만만치 않다”며 “표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후보 측 관계자는 “그들 스스로 ‘3철은 없다’고 한 마당에 영향력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도의가 아니다”라며 “3철이 전대 판을 흔들 변수라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3철 중 유일하게 6·13 지방선거 경선에 나선 전 의원은 당내 경기지사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전 의원은 1차 경선에서 36.8%에 그치면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59.96%)에게 패했다. 당 지도부가 경선 막판 도입한 결선투표제는 성사조차 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경선 발표 직전 “지난해 대선을 통해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이 전 시장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승리’를 예상했다. 그리고 적중했다. 지난 1년간 정부 전면에 나선 것도 3철이 아닌 ‘청와대 3실장’(임종석 비서·정의용 안보·장하성 정책실장)이었다. 3철은 정부 출범 이후 줄곧 ‘3철 프레임’ 해체에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지난 3월 10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전 의원 북 콘서트에 참석해 “3철은 이제 없다”며 해단식을 선언했다. 양 전 비서관은 “3철이 주홍글씨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고 이 전 수석은 “제 이름은 3철이 아닌 이호철”이라고 덧붙였다. 전 의원도 경선 기간 내내 “3철은 나쁜 프레임”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 이 전 수석은 오거돈 민주당 후보의 ‘O.K 캠프’에 합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 의원은 컷오프 탈락 뒤 국회로 복귀했다. 지난 3월 14일 현실정치 불참 입장을 밝힌 양 전 비서관은 “6·13 지방선거 전 돌아오지 않겠다”며 미국으로 출국했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