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화장품 등 브랜드·효능보다 유해성분 함유 여부 따져봐야
“법적으로 허용된 성분이라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최근 일본 주간지 ‘주간겐다이’는 발병 위험이 있는 화학성분들을 집중 소개했다. 특히 곧 다가올 무더운 여름철, 주로 사용하는 일용품들을 주시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뽀송뽀송 청결을 유지시켜주는 제품들 중에는 유독 화학물질 범벅이 많다는 지적이다.
치약, 구강청결제 같은 위생관리 용품에 첨가된 화학성분의 유해성 여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의외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치약, 구강청결제 같은 위생관리 용품이다. 이들 제품에는 세정력을 높이기 위한 계면활성제와 착색제, 치아 손상을 막아주는 화학성분이 첨가돼 있다. 그리고 이 성분들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치곤 한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불소’다. 불소는 충치 예방에는 좋지만, 장기간 신체에 흡수될 경우 암 유발 등 안정성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치약에 들어가는 불소의 양이 극소량이라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양을, 얼마나 사용해야 해로운지 확증이 없기 때문에 불소의 유해성은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다.
아울러 주의 깊게 봐야 할 성분이 ‘라우릴황산나트륨(SLS)’이다. 거품이 나도록 일반 치약에 흔히 사용되는 합성 계면활성제로, 세척력이 강한 나머지 피부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충분히 헹궈내지 않으면 건강한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구취제거를 위해 구강청결제를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휴대와 사용방법이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 다만 ‘살리실산메틸’이 포함된 제품은 한 번 더 생각하고 구입하자. ‘주간겐다이’에 따르면, 살리실산메틸을 계속 투여했더니 ‘오히려 뼈와 연골 파괴를 초래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소염 작용이 있는 살리실산메틸 성분은 먹는 의약품으로는 금지돼 있으나, 제조사 측은 “구강청결제는 먹는 의약품이 아니니 괜찮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혹시라도 삼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 다른 위생용품인 물티슈와 휴대용 손세정제에도 유해성분이 존재한다. 주로 살균성이 뛰어난 ‘염화벤잘코늄’이라는 성분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이 물질이 쓰여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염화벤잘코늄이 폐를 통해 체내로 유입되면 피부염과 신경장애를 초래하며, 삼켰을 경우엔 혈압저하와 경련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저항력이 떨어지는 60대 이후 고령자라면 각별히 조심하자.
나이가 들수록 노화체취, 일명 ‘홀아비 냄새’ 때문에 고민이다. 방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탈취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인공향료가 들어간 방향제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성분명이 아닌, 단순히 ‘향료’라고만 표기돼 있어 정확히 어떤 물질을 합성해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향료의 안전성 여부는 사실상 미지수다.
더욱이 스프레이 타입은 분사 시 대부분 밑으로 가라앉는다. 저항력이 약하고 키가 작은 아이, 혹은 애완동물이 있다면 직접 입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해성분을 분사함으로써 초래될 위험성을 잘 따져보는 편이 좋다.
여름에 많이 찾는 벌레퇴치제나 의류용 방충제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방충성분이 인간에게도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모기나 벌레 접근을 방지하는 스프레이형 퇴치제에는 대부분 ‘디트’가 사용되며, 의류용 방충제에는 ‘엠펜스린’ 같은 방충성분이 들어간다. 전자는 경련이나 혈압저하를, 후자는 어지러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꼭 방충제가 필요한 경우라면 이러한 화학물질 대신 천연허브로 만든 제품으로 방충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장품이나 핸드크림을 고를 때도 인공첨가물을 조심해야 한다. 모처럼 비싼 돈을 주고 구입했는데, 오히려 피부에 악영향만 끼쳤다면 사기당한 기분일 것이다. 문제가 되는 유해성분은 합성 방부제인 ‘파라벤’과 피마자유(아주까리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얻은 ‘피이지(PEG)’를 들 수 있다.
먼저 파라벤은 방부 효과는 뛰어나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피마자유는 본래 천연 유래 성분이나, 화학반응을 거쳐 탄생한 피이지는 단백질을 변성시킬 우려가 있다. 또 파라벤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최근에는 ‘무(無) 파라벤·피이지’를 강조한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구입 시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해보자.
우리가 매일 쓰는 샴푸, 보디워시에는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LES)’ 같은 합성 계면활성제가 포함돼 있다. 쉽게 말하자면 풍부한 거품으로 세정력을 좋게 해주는 물질이다. 이런 성분이 함유된 샴푸를 사용할 경우 두피를 손상시키는 건 물론 탈모 유발, 피부 건조, 백내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피부장벽이 약한 사람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SLES가 들어간 보디워시 또한 세정력이 강하기 때문에 오래 문지르거나 보디워시로 자주 씻는 것은 좋지 않다.
생필품인 주방세제, 세탁세제를 고를 때에도 ‘합성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진 않은가’를 체크하는 일이 첫 번째다. 식기에 남은 유해성분이 음식을 통해 우리 몸에 축적될 수 있고, 세탁 시 완벽하게 헹구지 않는다면 옷에 남은 세제찌꺼기가 각종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쉽다.
정체불명의 화학물질로 넘쳐나는 시대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을 줄이는 ‘화학물질 디톡스’가 필요하다. 나고야공업대학의 사이토 가쓰히로 명예교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은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떤 물질은 몇 년 혹은 몇 십 년이 지난 후에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복수의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각각의 화학물질이 조금씩 체내에 쌓이고, 그 화학물질들이 다시 결합해 문제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브랜드나 효능만 보고 제품을 골라선 안 된다. 뒷면에 적힌 성분 표시를 꼼꼼히 살핀 후 유해성분이 많은 제품은 피하는 것이 건강을 위한 길이다.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