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1분에 1000억엔 투자 유치” 속전속결 승부사
원하는 먹잇감을 집요하게 쫓다가 승산이 보일 때 속전속결로 처리한다. 이것이 바로 흉내 낼 수 없는 손정의 사장만의 진면목이다. EPA/연합뉴스
“1분에 1000억 엔은 내 기록이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의 전설적인 일화는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2016년 9월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독대한 일이다. 당시 손 사장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기술에 사우디가 투자해줄 것을 설득했다. 회담시간은 불과 45분. 그러나 손 사장은 여기서 450억 달러(약 48조 원) 출자 동의를 이끌어내며, 투자금 유치에 성공한다. 후에 이를 두고 손 사장은 “1분에 10억 달러를 갖고 왔다”며 자랑삼아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 사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익히 유명하다. 2006년엔 보다폰 일본법인을 매수했는데, 당시 일본 역대 최대 금액인 1조 7500억 엔을 쏟아 부었다. 조만간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시작된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일생일대의 도박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으로 일본 3대 이동통신 회사 중 하나로 키워냈다.
2013년에는 미국의 휴대전화 업체인 스프린트를 1조 8000억 엔, 그리고 2016년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을 무려 3조 3000억 엔을 들여 인수했다. 특히 ARM 인수는 속전속결로 끝냈다. 협상부터 합의까지 단 2주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손 사장은 “관련 인수합병(M&A) 구상은 10년 전부터 해왔다”고 밝혔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는 초저소비 전력 반도체칩을 대량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이렇듯 원하는 먹잇감을 집요하게 쫓다가 승산이 보일 때 속전속결로 처리한다. 이것이 바로 흉내 낼 수 없는 손 사장만의 진면목이다. 사실 그의 과감한 투자 시작은 1995년 미국 야후 설립자인 제리 양과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손 사장은 첫 대면임에도 불구하고 야후 가치를 높이 사 거액 2억 엔을 투자하는 한편, 이듬해 자신도 야후재팬을 설립했다.
지금은 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도 손 사장은 일찌감치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손 사장은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잭 마(중국명 마윈)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불과 6분 만에 20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했다. 역시 첫 대면이었다. 올해 3월에는 사우디 왕세자와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손정의 사장. 그의 사전에 만족이라는 단어는 없어 보인다.
“어설픈 정신상태의 일류보다 열심히 하는 삼류가 낫다.” 나가모리 회장은 사원들을 직접 호통을 치며 가르쳤고, 그들과 힘을 합해 지금의 일본전산을 만들었다. 사진=일본전산 페이스북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1973년 시골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한 회사를 세계 최고 모터회사로 키우는 데까지는 남다른 그의 인재관이 한몫했다.
창업 당초 일본전산은 마쓰시타 전기산업(현 파나소닉), 히타치 등 대기업의 모터에 밀린 데다 기술력, 자본, 설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특히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때 나가모리 회장은 “어설픈 정신상태의 일류보다 열심히 하는 삼류가 낫다”는 전략을 취했다. 소위 ‘삼류’로 불리는 열정 충만한 ‘범재’를 채용해 일류기업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신규 채용에서 남들보다 식사 빨리 먹기, 화장실청소 등 독특한 면접을 통해 열정맨을 가려냈다.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없진 않았으나 이렇게 채용한 사원들을 직접 호통을 치며 가르쳤고, 그들과 힘을 합해 지금의 일본전산을 만들었다.
그가 구사한 또 하나의 무기는 인수합병(M&A)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부실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기업 재생의 신(神)’으로 추앙받는다. 흡사 삼류대 출신, 혹은 다른 회사에서 떨어진 낙오자를 뽑아 단련시킨 인재 관리법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다만 시대가 바뀌어 회사에 모든 걸 바치는 ‘맹렬사원 주의’는 전환기를 맞았다. 일본전산은 일하는 방식 개혁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잔업 제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동시에, 초과근무 수당이 줄어드는 만큼 직원들의 수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여금 등 보조금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강렬한 개성을 내뿜는 마에자와 사장은 회사 운영 방식도 독자노선을 달린다. 보너스를 사원과 부장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고,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사진=공식 트위터
#‘예측 불가능 IT오너’ 마에자와 유사쿠
일본 최대 온라인 의류쇼핑몰 조조타운의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도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인물이다. 2004년 “인터넷으로 누가 옷을 사냐”며 다들 비웃었을 때 그는 과감히 의류쇼핑몰을 창업, 보란 듯이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일본 부자 순위’에서 14위에 오를 만큼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원래 뮤지션이었던 마에자와 사장은 음악적 감각은 물론, 패션 센스 또한 뛰어났다. 덕분에 패션에 민감한 ‘패피(Fashion People)’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고,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경제권을 만들어냈다. 올해 들어서는 자체 브랜드도 출시했는데, 입는 순간 치수를 재주는 센서 내장형 바디슈트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바디슈트를 입고 스마트폰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신체 모든 부위의 치수가 즉시 측정되는 것이다. 아울러 측정한 치수 데이터를 활용해 나에게 딱 맞는 옷을 고르는 일도 가능해진다.
‘주간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조조타운의 실적은 상장 이후 10분기 연속 ‘증수증익(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을 달성했다”고 한다. 더욱이 일하는 방식에서도 독자노선을 달리고 있다. 가령 조조타운의 보너스는 사원도, 부장도 일률적으로 지급된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파격적으로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일본식 경영에 도전 중이다.
마에자와 사장은 미술품 수집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초상화를 123억 엔에 낙찰 받아 주목을 받았다. 우리 돈으로 무려 1200억 원이 넘는 가격이다. 이에 대해 마에자와는 “나는 운 좋은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간혹 그는 “오늘은 한가하니까 질문공세를 받는다”며 트위터에서 네티즌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어느 네티즌이 “마에자와 사장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일이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살려서 사람과 사회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멋진 액티비티다. 정말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만 사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