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은 면역력 좌우하고 수명과도 연관…“근육량 높이세요”
체온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큰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나 계단 오르기가 효과적이다. 일요신문DB
체온 관리는 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너무 낮아도, 높아도 문제다. 심각한 것은 최근 전체적으로 체온이 낮은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평균 체온은 36.5℃지만, 현대인들의 체온은 이보다 낮게 측정된다. 원인은 다양하다. 과로,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으로 현대인의 몸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이와 관련, 도쿄의과대학의 특임교수 테이츄와 씨는 “지금 체온이 35℃인 사람이 적지 않다. 저체온 상태가 계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평소 자신의 체온을 알아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몸 안을 들여다볼 순 없지만, “신체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기준이 바로 체온”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할 때 잰 체온을 ‘평열(平熱)’이라고 부른다. 만일 자신의 평열을 알고 있다면, 몸 상태를 체크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가령, 급격한 체온 변화가 있다면 ‘건강상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
와세다대학 인간과학학술원의 나가시마 교수는 “가정에서 체온을 측정하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체온은 심부체온과 표면체온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심부체온은 내부 장기나 근육의 온도로 보통은 측정하기가 어렵다. 반면 표면체온은 피부나 점막에서의 체온을 말하며, 비교적 측정이 용이하다.
먼저 올바른 체온 측정법은 동일한 부위에서 같은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사용하는 겨드랑이 체온계는 땀을 닦은 후 마른 상태에서 측정한다. 체온계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운 후 팔을 가슴에 대고 강하게 밀착시킨다. 그런 다음 체온을 재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체온은 하루 중에도 몇 차례 변화를 보인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의 체온은 낮지만, 이후 서서히 올라가다 저녁부터는 다시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자신의 평열을 파악하려면 매일 같은 시간에 계측하는 것이 포인트다.
‘일본노년의학회’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남성 931명의 체온을 조사한 결과(오후 2시 계측), 평균 평열은 36.26℃였다”고 한다. 그리고 평열의 높고 낮음에는 개인차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 같은 온도의 미열이 난다 해도 평열이 낮은 사람은 평열이 높은 사람에 비해 몸이 더 무겁게 느껴졌으며 증상이 심했다. 또 뚱뚱한 사람은 땀을 자주 흘리기 때문에 체온이 높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지방이 많아 몸이 냉한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건강관리를 위한 이상적인 체온이다. 이에 대해, 테이츄와 교수는 “겨드랑이 체온으로 36.5~37.0℃가 적정 체온”이라고 밝혔다. 흔히 평열이 37.0℃라고 하면 ‘열이 있다’며 놀랄지도 모르나 오히려 장기가 건강하고 혈액순환이 좋은 상태임을 뜻한다.
연구 보고에 의하면 “체온이 1℃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30%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반대로 체온이 1℃ 올라가면 체내 화학반응에 꼭 필요한 효소가 활발하게 작용해 면역력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인체의 장기, 간은 노폐물을 배출하는 해독작용을 하는데 체온이 올라갈 경우 해독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육도 마찬가지다. 체온이 올라가면 근육이 이완돼 몸의 유연성이 높아진다.
이렇듯 체온이 올라가면 장기와 근육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활동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 반대로 체온이 낮으면 대사가 느려져서 피로감이나 무력감을 느끼기 쉽고, 활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요컨대 ‘체온이 우리 인생을 좌우하는 영향력까지 지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체온을 높이는 간단 비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체온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인종과 식습관, 나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건 ‘근육의 양’이다. 근육량이 많으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몸이 기본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양이 늘고,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체온을 높이려면, 몸을 많이 움직여 근육을 키우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큰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는 “출퇴근 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 지속적인 운동으로 체온을 올리라”는 조언이다. 덧붙여 우리 몸에서 제일 큰 근육은 허벅지 대퇴근으로, 이는 계단을 오르내림으로써 쉽게 단련이 가능하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걷기’를 통해 체온을 올릴 수도 있다.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연구소에 따르면 “매일 8000보 걷기, 여기에 20분쯤 중강도 운동(살짝 땀이 날 정도의 빠른 걸음)을 더하면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운동으로 대사가 좋아지는 데다, 체온이 올라가 면역력이 증가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백질이 풍부한 닭 가슴살은 체온을 올리는 최고의 식재료다.
또한 식사에 의해서도 체온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음식을 먹은 후 체온이 상승하곤 하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식사유발성열생산’이라 부른다. 이와 관련, 나가시마 교수는 “고단백 음식은 식사유발성열생산이 커 체온상승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더욱이 단백질은 근육을 만드는 재료가 되므로 근육량을 늘리는 데도 적합하다.
흔히 단백질하면 고기와 생선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나가시마 교수는 “고칼로리인 육류를 과다 섭취할 경우 내장지방이 늘어나고, 동맥경화 같은 질환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교적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이 풍부한 닭 가슴살을 체온을 올리는 최고의 식재료”로 꼽았다. 덧붙여 그는 “체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꼭꼭 천천히 씹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편 최근 교토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동물실험 결과, 생선 기름 섭취 시 체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선 기름이 지방연소를 촉진하는 갈색지방세포를 늘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EPA, DHA를 함유한 꽁치,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을 섭취해도 효과는 비슷했다”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