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탈당에 ‘진정성’ 지적…“민주당, 의석수 급하겠지만 영양가 없어”
강길부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하는 동시에 그를 둘러싼 ‘민주당 입당설’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강 의원의 잦은 탈당과 입당 전력으로 울산을 비롯한 정치권의 시선이 싸늘하기만 하다. 연합뉴스
강 의원은 5월 6일 “오늘 자유한국당을 떠나고자 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자신이 몸 담고 있던 한국당을 탈당했다. 그의 탈당은 예견된 일이었다. 강 의원은 이전부터 “최근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며 “당 대표가 지방선거에 지원유세를 올까봐 걱정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홍 대표가) 사퇴를 안 하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탈당을 시사해 왔다.
강 의원은 홍 대표를 비난하며 탈당의 명분을 쌓았고, 홍 대표는 바로 반격에 나섰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 의원을 향해 “자신이 밀었던 군수가 공천이 되지 않았다고 탈당하겠다고 협박하던 분이 그 명분으로 탈당하려니 옹색하다고 생각했는지 뜬금없이 남북 관계를 명분으로 내걸고 탈당하겠다고 한다”며 “조용히 나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렇게 강 의원은 5월 16일 한국당을 탈당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강 의원의 한국당 탈당을 두고 공천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 의원의 불만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친박계 후보들을 집중 공천하며 비박계를 제외시켰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을 강 의원의 지역구인 울주군에 공천했고, 강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때 강 의원은 공천에 반발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김 전 청장을 가볍게 누르고 울주군에서 당선됐다.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온 뒤에도 공천 잡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의원과 김 전 청장이 기싸움을 벌인 것이다. 울주군에서 4선을 지낸 강 의원과 한국당 울주 당협위원장이었던 김 전 청장이 서로의 영향력을 앞세워 공천싸움을 벌였다.
울주군수 공천을 두고 강 의원은 자신의 측근인 한동영 울산시의원을, 김 전 청장은 이순걸 전 울주군의회 의장을 추천했는데 중앙당은 김 전 청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강 의원은 예정된 수순대로 한국당을 탈당했다. 그의 탈당과 동시에 강 의원이 민주당으로 입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정치권에 나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강 의원이 5월 30일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그의 ‘민주당 입당설’에 무게가 실렸다. 일각에선 그가 송 후보 선거 캠프에 합류할 것이란 예상이 흘러나왔다. 강 의원의 한 측근은 “강 의원이 민주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도 강 의원의 입당을 환영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보수성향이 강한 울산 울주군에서 4선을 지내 지역기반이 튼튼한 강 의원이 입당하는 것을 민주당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추측이다. 아울러 현재 울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강 의원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강 의원의 탈당은 같은 당, 주변 지역구 의원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박맹우 한국당 의원(울산 남구을)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같은 울산, 같은 정당 동료의원으로 서운함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서운함보단 배신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강 의원의 탈당) 그 자체가 온당치 못한 행위여서 울산에서 욕을 많이 듣고 있고 (울산시·구의원들이) 다들 돌아섰다”며 “그는 수차례 당적을 변경해 정체성이 모호하다. 민주당이 머릿수(의석수)가 급하다보니 받을 수는 있겠으나, 한국당에서 단물 다 빨아먹은 사람인데 영향력, 아니 반(反)영향력 인물을 받아주겠나”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강 의원 측은 탈당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 측은 “강 의원은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친이계(친이명박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했고 19대 총선에서는 친박계(친박근혜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했다. 강 의원은 과거 이러한 일을 두 번 겪고 무소속으로 울주군에서 출마해 당선됐다”며 “이번에는 친홍계(친홍준표계)와 친박계로부터 왕따 비슷하게 당했다. 김무성 의원은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복당파고, 강 의원도 마찬가지인데 강 의원은 유독 공천권에서 배제당해왔다”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강 의원 측은 ‘민주당 입당 여부’를 묻자 “아직 민주당 입당에 대해선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이 없어서 말을 하기가 어렵다. 지방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거취에 대한 결정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지역민들의 지역발전 기대가 높은데, 집권여당에 소속돼야만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울산시의회 의원은 “그분은 매일 (정당을) 왔다갔다하는 사람 아닌가. 그가 바른정당으로 옮길 때 울산에서 혼자 옮겼으니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도 사이가 좋진 않았을 것이다. 울주군민들이 그를 뭘 믿고 뽑아줬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분이 지금 연세도 있고 후배를 위해 양보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 민주당에 가서 뭘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에서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어떤 영향력이 있어보이진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실제로 강 의원은 자신의 정치인생을 통틀어 탈당을 일곱 번(대통합민주신당 제외) 했다. 한나라당을 세 번, 새누리당을 두 번, 바른정당을 한 번, 한국당을 한 번 탈당하며 대표적인 ‘철새’ 이미지의 정치인이 됐다. 때문에 민주당이 의석수를 위해 강 의원의 입당을 무작정 허락한다해도 여론의 따가운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강 의원은 워낙 탈당과 입당을 자주 해서 원래 여론이 좋지 않았고, 이번 탈당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며 “민주당은 국회의원 배지가 오니 머릿수만 채우려고 (받아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입장에선 거부할 것도 없다. 울산에 네 개의 구가 있는데, 민주당 소속의 구청장 후보들 모두 과거엔 다 한국당 출신이었기 때문”이라며 “울산은 원래 민주당 세가 없는 곳이다. 민주당 송 후보도 민주노동당으로 한 번 무소속으로 두 번 출마했지 않나. 민주당은 인기가 없었는데 이번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인기를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강 의원이 민주당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의 지역구이던) 울주군만 보면 (민주당에) 안 오는 것보단 나을 수도 있다. 울산 전체는 아니지만 울주군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민주당이 지금 인기가 있지 않느냐. 거기에 강 의원은 숟가락을 얹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