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후보 ‘통일 포스터’ 연상 손그림 화제…오거돈 후보 기호 ‘1’은 크게 얼굴은 작게
웃는 얼굴이 들어간 정형화된 선거 벽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벽보가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자신의 벽보를 만든 김수근 서울 종로구 시의원 후보는 “얼굴보다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무소속 6번 김수근 후보의 벽보가 최근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의 벽보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제작됐다. 윗줄에는 ‘남북연합군사훈련’, 아랫줄에는 ‘발해를 꿈꾸며’라고 크게 쓰여 있다. 한반도 그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위아래가 뒤집혀 있으며, 태극기와 인공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함께 담겨 있다.
무엇보다 김 후보 벽보의 양 옆으로 비교적 평범한 모습의 벽보들이 걸려 있어 김 후보의 벽보가 유독 더 눈에 띄었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성의 없다” “선거가 장난이냐”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부터 “색다르다” “얼굴만 크게 실려 있는 벽보보단 낫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줄을 이었다.
김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막상 출마해보니 벽보, 현수막, 선거사무소 모두 후보자의 얼굴만 크게 걸려 있고 ‘참일꾼’ ‘어디 동네 아들’ 이런 말만 잔뜩 쓰여 있더라. 이런 건 외국에서도 희한하게 보고 있는 부분”이라며 “얼굴을 넣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강하게 어필하고자 이 같은 디자인을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 살배기 아들이 쓰는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가지고, 제가 직접 집에서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밤을 꼬박 새서 그림을 그렸다. 비용은 스케치북에 4000원이 들었다”며 “하지만 새벽이어서 아들의 응원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벽보 그림에 대해 “초등학교 때 통일에 대한 포스터를 그리곤 했는데, 이번 벽보는 초등학생들의 통일 포스터를 많이 참고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반영해서 그림을 그린 것”고 부연했다. 또, “무엇보다 통일과 평화가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위대한 시기라는 점을 벽보에 담고 싶었다”며 “남북이 서로 총을 겨누는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휴전선이 아닌 한반도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제를 잡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제출하니 담당자가 놀랐다. 선관위에서 ‘사실을 적시한 것이냐, 아니면 이렇게 될 거라고 믿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며 “‘자한당 도주, 바미당 도주’를 보더니 명예훼손으로 걸릴 수 있다고 했고, 인공기를 보고서도 ‘선거법상 문제는 없지만 국가보안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더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후에도 몇 차례 저한테 전화를 해서 ‘얼굴은 진짜 안 넣을 거냐’고 재차 묻기도 했다”며 “벽보가 화제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제 시각에서는 오히려 벽보에 후보자 얼굴만 크게 넣는 게 더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거기에 익숙해져 있지만, 뭐가 정상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총선때의 김수근 후보 선거 벽보.
당시 이 벽보는 세간의 화제를 끌었다. 자필로 작성한 벽보로 다소 가독성도 떨어지고 과격한 표현으로 보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비판이 따랐지만, 이후 그해 12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실제 국회에서 통과되며 다시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더구나, 김 후보의 ‘박근혜 탄핵소추안’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한참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그의 ‘예지력’에 대한 많은 말들이 나왔다.
사진=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선거 벽보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벽보도 이슈가 됐다. 일반적인 후보들은 벽보에 자신의 얼굴을 크게 담는 편인데, 오 후보는 자신의 얼굴은 우측 하단에 작게 넣고 자신의 기호인 숫자 ‘1’을 벽보 정 가운데에 크게 배치시켰다. 게다가 배경색으로 민주당의 정당색인 파란색이 아닌 이전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의 상징색인 하늘색을 사용한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또한, 벽보에서 오 후보는 심각하고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미소, 활짝 웃는 얼굴을 벽보에 담은 타 후보들과는 다른 점이다. 이에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오 후보가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래서 3전 4기라고 하고, 당연히 비장할 수밖에 없다”며 “부산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비장하게 이번 선거를 맞으며 당선이 된다면 비장한 각오로 부산시정을 살피고, 부산 시민이 행복한 시대를 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보통의 후보들처럼 넥타이를 매지 않고 셔츠의 단추를 푼 것에 대해선 “형식에 얽매인 시정을 하지 않고 열린 시정을 펴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얼굴과 정책은 작게, 기호 숫자 1을 크게 담은 것에는 “인물을 부각했던 기존의 포스터와는 달리 민주당이 힘을 합쳐 부산 정권 교체를 이뤄야 된다는 의미를 담아 숫자 1을 강조했다”면서 “오 후보도 만족하고, 부산 시민들과 주변인들이 매우 잘 만들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획일화된 현수막은 가급적 지양하고자 했다”며 “외벽 현수막 구상단계부터 영화 포스터와 같은 현수막을 만들고 싶었다”며 “여기에 오 후보의 친근한 이미지를 더했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