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장 그때는 25 대 0 지금은 24 대 1…서울시의원 그때는 96 대 0 지금은 97 대 3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1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합동 참배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이 관계자가 2006년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06년은 역대급 패배를 맛본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역대급 승리를 거뒀던 해다. 이때도 싹쓸이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이번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보다 더 크게 졌다.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60.5%를 득표해 27.31%를 획득한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오 후보의 당선 유력이 발표될 정도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52.8%, 낙선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23.3%였다.
경기도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패배한 당시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59.68%를 얻어 진대제 열린우리당 후보가 얻은 30.75%를 거의 더블 스코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56.4%, 낙선한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35.5%를 얻었다.
특히 2006년의 자유한국당의 싹쓸이는 기초자치단체장 선출 결과를 보면 더욱 쉽게 이해 가능하다. 2006년 선거에서는 서울시 25곳 구청장 전부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은 한국당이 서초구 한 곳만 건져 24 대 1이라는 결과표를 받았다.
서울시의원 선거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006년 당시 서울시의회를 꾸리는 서울시의원은 서울 96개 지역에서 선출됐는데 96곳 전부를 한나라당이 이겼다. 96 대 0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은 100개 지역구에서 선출됐다. 이 중 97개 지역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한국당은 3개 지역밖에 이기지 못했다. 비례대표 의원을 감안해도 의석수 110개 가운데 102개를 민주당이 확보해 약 93%를 차지했다.
경기도에서도 싹쓸이가 2006년과 2018년 데칼코마니처럼 이어졌다. 2006년 한나라당은 시장, 군수 등 경기도내 31곳 기초자치단체장 중 27곳을 확보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구리시 1곳에 그쳤고 무소속이 3곳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이 29곳에서 당선됐고 자유한국당은 연천, 가평 두 곳에 그쳤다.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서울시의회에서는 민주당 외에는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정당이 없다. 서울시의회 교섭단체 구성·운영 조례에 따르면 10인 이상 의원을 가진 정당만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6명에 불과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이번 개표 결과를 보면 지역구 경기도의회 129석 가운데 128석을 민주당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1곳을 얻는 데 그쳤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의회 142석 중 정당별 의석수는 민주당 135석, 한국당 4석, 정의당 2석, 바른미래당 1석이 됐다. 경기도의회의 교섭단체를 꾸리기 위한 최소 의석 수는 12석으로 민주당 외에는 교섭단체를 꾸릴 수도 없다.
교섭단체를 꾸리지 못한 광역의원들의 배치도 역시 민주당이 결정할 수 있다. 교섭단체를 꾸리지 못한 의원의 상임위 배치는 의장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의회를 구성하는 상임위원장도 거의 전부 민주당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자리 정도는 한국당에 양보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2006년 서울시의회의 약 96%를 차지한 한나라당이 야당에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양보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장예찬 정치평론가는 “시도의회는 시장과 도지사 등을 견제하는 자리”라며 “시장과 시의회, 도지사와 도의회가 한 쪽으로 쏠리면 단체장이 하고 싶은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의회와 행정 권력이 유착해도 견제하기 힘든 단점도 크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