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채용과정에서 성차별 점수조작 혐의가 드러자나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 사진=박정훈 기자
1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검사장 김우현)는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사한 결과 12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양벌규정에 따라 회사법인도 기소됐다.
은행별로는 부산은행이 성세환 전 은행장 등 7명이 불구속기소되고, 3명이 구속기소돼 기소 대상자가 가장 많았다.
사건을 수사한 부산지검에 따르면 성세환 전 은행장은 지난 2012년 11월 진행된 5·6급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부산시 세정담당관 송 아무개 씨로부터 아들 채용청탁을 받고 시험점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송 씨는 부산은행 전 수석부행장 정 아무개 씨로부터 부산시 시금고 재유치와 관련해 편의제공을 청탁받은 뒤, 성 전 은행장에게 아들 채용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조문환 전 새누리당 의원의 딸 채용 부탁을 받고 시험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부산은행 경영지원본부장인 박 아무개 씨 등 직원 4명도 재판에 넘겼다. 조 전 의원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은행도 박인규 전 은행장을 포함해 총 8명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박 전 은행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7차례에 거쳐 시험점수를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박인규 전 은행장은 지난해 11월에는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감사에 나서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인사부 직원들을 시켜 컴퓨터를 교체하고 채용비리 관련 서류를 폐기하게 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하나은행도 함영주 은행장이 불구속기소되는 등 2명이 구속기소 되고 5명이 불구속기소돼 지탄을 받았다.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함영주 은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녀 합격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불합격자 9명을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는다. 이어 이듬해 신입행원 채용에서도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 10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광구(60) 전 은행장을 포함, 6명이 불구속기소된 우리은행 역시 사정은 매한가지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이 전 은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조카 등 불합격자 5명을 합격시킨 등 혐의를 받는다.
이어 이 전 은행장은 2016년 신입행원 채용과 2017년 대졸 공채 과정에서도 은행간부 등의 자녀를 부정하게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총 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아무개 전 부행장 등 3명이 지난 2015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다만 윤종규 은행장은 기소를 피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윤종규 은행장도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강제수사를 벌였지만, 합격자 변경 사실을 보고받거나 강요하는 등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처분했다.
불합격자 점수를 높이고 합격자 점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광주은행 양 아무개 전 부행장과 서 아무개 전 부행장 등 4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양 부행장은 신입행원에 지원한 자신의 딸 면접에 직접 참여해 고득점을 부여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서울북부지검 등 6개 검찰청에서 동시다발로 수사를 벌였다. 또한 올 5월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한은행 채용비리 수사자료도 넘겨받아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중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