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수백억 상속세 탈루 혐의 조 회장 구속영장 청구 검토중
조양호 회장이 6월 28일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최준필 기자
‘일요신문’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15시간 넘게 수사하면서, 조 회장이 관여됐던 문희상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 관련 대한항공의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도 추궁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조양호 회장에게 자신의 처남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문희상 의원의 처남 김 아무개 씨는 “문희상 의원이 대한항공 측에 부탁해 실제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름을 올려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 의원 처남과 문 의원 사이 민사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는데,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울남부지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양호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한 대형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는데, 이때 발생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은 조 회장 개인 사건이었음에도 대한항공이 지불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 당시 변호사 비용 역시 대한항공이 처리한 사실도 검찰은 수사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사 선임 비용도 회사 돈으로 지불됐다. 당시 조 전 부사장 사건 역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변호 비용이 발생했는데, 검찰은 회사 측이 지불한 이 돈이 횡령과 배임 혐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사건마다 30억~40억 원에 달하는 로펌 변호사 선임 비용을 조 회장이 아닌, 대한항공 측에서 지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수백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와 함께 조 회장이 약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이른바 ‘차명 약국’을 운영한 혐의(약사법 위반)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2000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 대형 약국을 개설해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행법상 약국은 약사 자격증 없이 개설할 수 없는데, 조 회장이 약사 면허가 없음에도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검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조 회장 측이 약국 개설 직후부터 챙긴 부당이득이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정석기업이 약사에게 약국을 임대해준 것이며, 조 회장은 해당 약국에 금원 투자를 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 ‘상속세 누락’에 발목잡힌 조양호 회장…검, 구속영장 검토
조 회장 측은 검찰 수사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검찰의 조 회장 처벌 의지는 상당하다. 확인된 조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액이 200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검찰은 조 회장이 세금을 누락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아버지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프랑스 파리의 부동산 등 해외재산을 상속받았지만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 조 회장 남매가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임준선 기자
조 회장 측은 “뒤늦게 상속세 미납분을 알게 됐다. 납부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조세포탈의 가중처벌) 위반 혐의를 적용해 조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부인 이명희 씨는 갑질 폭행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하고도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냐”며 “그에 비하면 조 회장은 범죄 금액도 크고, 회사 돈을 유용하는 등 혐의가 좋지 않다, 구속영장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진에어 면허 취소 여부는 잠시 ‘보류’…한숨 돌리나
경찰·검찰·관세청·법무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교육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농림축산검역본부까지, 모두 11개 사법·사정기관이 한진그룹과 조 회장 일가를 조사 중인 가운데, 지난주 항공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진에어 면허 취소 여부는 국토교통부가 ‘신중한 선택’을 했다. 행정처분 결정을 2달가량 미루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진에어 면허 취소 논란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중 하나인데, 조 전 전무는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미국 국적인 상태에서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진 것.
6월 29일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진에어를 대상으로 청문절차를 거친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차관은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사실은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결격 사유 해소로 현 시점에서 취소가 곤란하다는 상반된 견해가 도출됐다”며 “항공법령에서 정한 절차인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진에어 청문, 면허 자문회의 등을 거쳐서 면허 취소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