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계기’ 경찰대 출신 변호사 인기…‘남북 경제교류 기대감’ 북한 전문가도 러브콜
# 10위권 로펌은 경찰 출신 전관 영입전
“저희도 미리 경찰대 출신으로 몇 명 뽑아놨죠.” (대형 A로펌 관계자)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법한 대형 로펌 관계자가 털어놓은 분위기다.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을 2~3명 이상 확보해 놨다는 설명이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전부터,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의 대기업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어서 미리 다 대비했다”고 덧붙였다.
김앤장 등 대형 로펌들이 경찰 출신 전관 변호사 영입에 나섰다. 고성준 기자
기존 전관으로 불리운 판·검사들에 비해 연차는 물론, 규모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로펌들 사이에서 최근 주목을 받는 정도는 상당하다. 국내 독보적 1위 로펌 김앤장을 비롯, 법무법인 동인까지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로펌들은 대부분 경찰 출신 전관 영입에 적극적이다. 앞선 로펌 관계자는 “경찰대에 재학하던 중 사법고시에 합격했던 이들은 물론, 의무 복무 기간을 끝낸 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 모두 인기가 좋다”며 “단순 대기업 사건을 떠나, 소소한 형사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경찰대 출신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결정적인 계기다. 경찰에 수사권과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되면서 경찰과 소통할 수 있는 변호사가 필요해졌다. 기존에는 경찰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송치 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뢰인에 대한 변호를 펼쳤다면 이제는 경찰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는 탓에 기존 검찰 출신 전관으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기존 판검사 출신 전관들의 경우 경력에 따라 최소 수억 원, 드물게는 최대 10억 원까지도 보장해 줘야 하지만 경찰 출신 전관들은 그에 비해 급여가 낮다. 또 다른 로펌 관계자는 “기존에 우리 업계가 거액을 주고도 ‘전관’을 영입했던 이유가 수사 과정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대가였다면 경찰 출신들은 그런 네트워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대 출신 선후배 간 네트워크가 끈끈한 것도 장점이다.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센 기업인 범죄 사건의 경우 경찰대 출신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경제팀에서 수사를 받는데, 경찰대 선후배가 수사와 변호를 맡게 된다는 점을 의뢰인들에게 어필하기 좋다는 것. 앞선 A 로펌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지휘를 하고 경찰이 대기업 수사를 할 때는 상대적으로 연차가 높은 검찰 전관 변호사가 검찰과 소통하고, 경찰 전관 변호사가 실무를 도맡아 하면서 경찰과 소통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 수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향후 로스쿨 졸업 경찰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검찰 출신은 경찰에 가도, 경찰 수사 프로세스에 밝지 않아 경찰 출신만큼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경찰 출신 법조인이 많지 않아, 서초동에서 경찰 출신 전관에 대한 로펌들의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북한 관련 전문가 어디 없소?
서초동의 또 다른 채용 트렌드는 ‘북한’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바뀌면서 북한과 관련된 경제 교류 기대감이 상당하다. 김앤장은 물론, 율촌과 바른 등 대형 로펌들은 북한과 관련된 팀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법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점. 북한 관련 제재도 복잡해, 이해도가 높은 법조인이 드물다. 자연스레 북한법에 밝은 법조인들에 대한 로펌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최고의 북한법 전문가로 평가받는 한 법조인은 최근 한 대형 로펌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북한에 대한 경제 교류 활성화가 기대되니, 기존에 꾸려진 북한 관련 법률팀을 맡아달라는 제의였다. 그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이렇게 로펌에서 북한에 대한 전문성 때문에 제대로 영입 제안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개성공단 등 한국 내 기업들의 북한 진출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로펌들이 북한 시장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실 대형로펌들은 제각기 북한 관련 팀을 꾸려왔다. 하지만 UN·미국의 대북 제재와 경색 기조였던 남북 관계 탓에 실질적인 경제 교류 자문이라기보다는, 연구 용역에 치중돼 있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가 가시화되자 대형 로펌들도 기업 자문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섰다.
굴지의 1위 로펌 김앤장은 북한법 대응팀을 확대했다. 종전 북한 전문가들로만 구성돼 있던 팀에, 규제 제재 대응 전문 변호사와 외교관 출신 고문들을 대거 합류시켜 실질적인 기업 자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 법무법인 광장도 적극적이다. 권순엽 미국변호사와 임형섭 변호사 등 8명만 있던 ‘북한·통일법제팀’을 20명 이상의 팀으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특히 북한 내 자금조달 및 제도 수립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합류시켜 경쟁력 확보를 도모했다. 이밖에 북한 관련 팀을 운영해 왔던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율촌 역시 각각 20명 안팎으로 팀을 재정비하며, 손님(기업) 모시기에 나섰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대북 경제 교역은 북한 내 임대 부지 계약부터 투자, 인건비와 세금 문제까지, 완전 새롭게 하나하나 확인해 진행해야 한다”며 “북한 개방모델에 대한 대기업들의 자문이 잇따르고 있어 한동안 북한 시장에 밝은 전문 법조인 러브콜이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