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초기부터 최악의 환경관리 실태 비난 제기…양산시 ‘침묵‘ 아리송
가옥이나 건물을 철거한 뒤 발생한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땅에 그대로 방치되거나 묻힌 모습.
[일요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양산사송지구 공사현장이 착공 초기부터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옥 철거 후에 남은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고, 지하수 폐공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산시의 묵인 내지 방조도 논란거리다. 감사원 등 유관기관이 나서 강도 높은 지도와 점검을 펼쳐야 한다는 날선 지적이 나온다.
양산사송지구는 부산과 양산의 접경지역 요지인 양산시 동면 일대에 들어서는 신도시다. 정식 사업명칭보다는 사송신도시로 더욱 잘 알려졌다. 사송신도시는 2007년 택지개발사업으로 개발계획을 승인받은 후 보금자리주택지구와 공동주택지구로 사업 명칭이 변경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업 추진이 계속 늦춰졌다.
사업은 LH가 2016년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승인 취득 이후 LH는 지난해 10월 (주)태영과 포스코건설이 참여하는 태영컨소시엄(태영)을 민간공동개발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29일 드디어 공사에 들어갔다. 기공식은 지난 2월 13일 진행됐다.
사송신도시는 양산시 동면 내송·외송·사송리 일원 276만 6465㎡를 개발해 주거지구로 만든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단독주택 430가구 및 공동주택 1만 4463가구 등 총 1만 4893가구를 지어, 4만에 가까운 인구를 수용하게 된다.
이 가운데 공동주택은 민간이 6739가구를 분양하고 LH가 7724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건설이 민간공동개발사업자로 참여하면서 ‘포스코 더샵’ 등의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과 영구임대아파트도 건설될 예정이다.
양산시도 신도시 개발에 맞춰 도시기반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김일권 시장이 새롭게 당선됨에 따라 시 권력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지만, 사송신도시 도시기반 조성의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송신도시 도시기반 조성의 백미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과 양산 북정동을 잇는 총연장 11.43㎞ 규모의 양산도시철도다. 양산시는 사송신도시가 준공되는 2020년 말까지 도시철도를 완공한 뒤 시운전을 거쳐 2021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송신도시에는 양산도시철도 7개 역 가운데 2개가 들어선다. 시는 이외에도 난방과 상하수도 공급 및 쓰레기 처리 등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 중이다.
이런 청사진을 지닌 사송신도시가 환경문제로 거센 논란에 직면했다. 폐기물 매립, 특정폐기물 방치, 지하수 폐공 미처리 등 문제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현장에서 불거진 환경 문제가 하나 같이 시공사가 자의적으로 벌인 행위라는 점에서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드러난 환경문제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기존에 있던 가옥이나 건물을 철거한 후 발생한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땅에 그대로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폐기물이 땅에 묻히거나 방치되는 모습은 현장 도처에 널려 있어 쉽게 확인이 가능한 상태였다.
사업시행 중에 생긴 폐기물을 적정 처리하지 않고 땅에 묻는 것은 가장 전근대적인 방법이며 명백한 불법이다. 특히 환경단체가 나서 발주처인 LH에다 시공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해도 돌아온 것은 미온적인 대답뿐인 것을 전해졌다. 공기업인 LH와 국내 1군 업체인 태영 등이 함께 손을 맞잡고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사단법인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폐기물을 적정 처리하지 않고 땅에 매립한 게 고스란히 드러났는데도 대책 수립이나 관리감독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LH가 태영을 비호하고 감싸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사 진행 중에 발생한 폐윤활유 등을 적정 보관하지 않고 무단 방치하거나 투기한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는 폐기물관리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이전에 공사시행에 대한 기본인식이 수준미달인 까닭에 발생한 결과인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양산시 동면 사송리 일대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지하수 관정이 수백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지하수 폐공은 불과 10%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수 폐공을 방치하면 생활하수, 산업폐수, 폐기물 및 농약 등으로 오염된 지표수가 흘러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한번 오염되면 수질을 정화하는데 많은 기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폐공 처리 시에 지하수 관정을 철거한 후 이물질 제거하고, 이어 모래 같은 불투성 재료로 메우는 등의 지표면 처리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양산 사송신도시 예상 조감도.
양산시의 묵인 내지 방조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장의 상황이 이런데도 양산시 담당부서는 착공 이후 해당 사업장에 과태료 부과를 단 한 차례 내리는 데 그쳤다. 환경단체가 최근 제기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리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해주 대표는 “양산시와 LH는 수백여 개의 지하수 관정이 있는 것을 알고도 묵인하며 지하수법과 환경법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면서 “양산시는 관련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것과 더불어, 즉시 LH공사에 전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지하수 관정을 찾아 폐공 조치한 후에 공사가 재개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산시가 행정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현실은 폐기물을 적정 처리하지 않는 LH와 태영을 비호하는 뉘앙스가 짙다”며 “이에 우리 초록생활은 사송지구 주택지 개발과 관련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향후 전국 규모의 감시활동을 양산지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감사원에 집중 감사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산시가 사송신도시의 불법과 탈법을 묵인하는 게 양산시와 태영 간의 연결고리가 오래되고 끈끈한 까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태영이 그동안 양산에서 많은 건설사업을 진행해온 까닭에 지역 건설업자들 사이에서는 ‘양산=태영’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이 형성될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양산시 관료들이 태영을 향해 강도 높은 지도와 감독을 펼칠 수 없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유착관계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이제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 만큼, 전임 시장 임기 동안에 쌓인 이 같은 해묵은 적폐를 혁파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