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후 첫 경기서 친정팀 상대 결승 홈런 ‘짜릿’…‘사이클링 히트’ ‘1경기 3홈런·7타점’ 등도 터닝포인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5월 14일부터 시작한 연속 출루 행진을 7월 14일 현재 49경기로 늘렸다. 1993년 훌리오 프랑코가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수립한 단일 시즌 최다 46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와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가 보유한 현역 최장 기록을 넘어 현역 선수 최다 연속 출루 신기록을 기록했다.
올스타 선발과 연속 출루 신기록이란 인생 최고의 선물을 안고 있는 추신수를 지난 13일, 원정 경기 차 방문한 볼티모어에서 만났다.
추신수와의 인터뷰 주제는 ‘메이저리그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추신수는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던 6가지 사례를 설명했다. 그 내용을 살펴본다.
추신수가 연속 경기 출루 신기록과 생애 첫 올스타 선발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첫 번째는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된 후 처음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홈런을 친 순간이다. 상대팀이 공교롭게 시애틀이었고 투수는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였다. 한때 동료였던 시애틀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낸 상황이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인생이 드라마라고 하는데 야구도 드라마 같을 때가 많다. 그 순간이 그랬다.”
2006년 7월 26일 클리블랜드는 벤 브로사드와 현금을 얹어 시애틀의 추신수와 마이너리그 선수 지명권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추신수는 이적 후 바로 주전으로 등록돼 2006년 7월 29일 첫 경기에 출전하는데 상대팀이 시애틀이었다.
6회말 0-0의 상황.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이 홈런은 이날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추신수의 홈런 덕분에 1-0 승을 거뒀다.
잘 알려졌다시피 추신수는 시애틀에서 외야수 경쟁에 밀려 트레이드 대상이 되었다. 당시에는 시애틀을 떠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클리블랜드로의 이적은 추신수의 야구 인생에 중요한 반전 기회로 작용한다. 이적 후 첫 홈런은 추신수에게 자극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추신수는 “그 홈런만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2006년 8월 4일 보스턴 원정 경기에서 역시 상대팀 에이스 조시 베켓을 상대로 만루 홈런을 때려냈을 때이다. 6회초 1사 만루, 3-3 동점 상황이었다. 베켓의 초구를 잡아 당겨 우중간 담장을 살짝 넘기는 홈런을 터트린 것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번째 만루 홈런이었다.”
추신수의 만루 홈런은 역전 결승 만루 홈런이자 시즌 2호 홈런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추신수의 홈런에 힘입어 7-6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홈런 전까지 7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추신수는 2회초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을, 5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세 번째 타석에서 드디어 귀중한 홈런을 만들어 낸 것. 전날까지 타율이 1할9푼으로 입지가 불안했던 추신수로선 만루 홈런 덕분에 팀 내 입지를 새롭게 다질 수 있었다.
클리블랜드 시절 추신수는 다양한 기록을 양산해냈다. 2010년 9월 18일 커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원정 경기에 우익수 겸 3번 타자로 출전한 추신수는 5타수 4안타(3홈런) 7타점 3득점을 기록해 팀의 11-4 승리에 일등공신으로 뽑혔다. 이날 추신수는 통산 3번째 만루 홈런을 터트리면서 개인 최다 타이인 7타점을 쓸어 담았다(2009년 7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도 7타점 기록 수립). 이 경기에서도 클리블랜드는 11-4 승리를 거뒀다.
“한 경기에서 홈런 3개와 7타점을 올린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그걸 해낸 것이다. 정말 짜릿했던 경기로 기억되는 순간이었다.”
2015년 7월 22일. 추신수는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팀 역사상 8번째 기록이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야수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이날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추신수는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3득점을 올리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3루타를 터트리며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추신수는 “언젠가는 사이클링 히트를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부진을 거듭했을 때 나온 사이클링 히트라 더 큰 의미가 있었다”면서 “3루 베이스에 도달하는데 전반기 동안 안 좋았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회상했다. 추신수의 사이클링 히트는 후반기 반등의 계기로 작용했다.
“그 다음은 클리블랜드 구단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던 2년 연속 20홈런-20도루, 3할 타율 기록이다. 투고타저가 심했던 시즌이었는데 투수들의 많은 견제를 견뎌내고 이룬 기록이라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2010년 추신수는 타율 0.300 22홈런 90타점 22도루 81득점으로 당시 개인 최다 홈런과 타점, 도루를 모두 경신했다. 팀 내 타격 거의 전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2년 연속 타율 3할 20홈런-20도루는 1900년 이후 클리블랜드에서 나온 첫 기록. 이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돼 14타수 8안타 3홈런 3도루 10사사구 타율 0.571의 대활약을 펼친 끝에 금메달 획득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병역 면제 혜택이란 보너스까지 받았던 시기.
“신시내티 시절 내셔널리그 1번타자 최초로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을 기록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클리블랜드에서 1년 계약으로 트레이드 된 후 최고의 성적을 올린 덕분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거액의 FA 계약을 맺게 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시절 2년 연속 20-20클럽에 가입한 이후 3년 만에 신시내티에서 다시 20-20 고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0-20-100-100을 달성한 세 번째 1번 타자였다. 당시 추신수는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두 차례 경기를 건너뛰었다가 2013년 9월 24일 복귀하자마자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더욱이 이날 경기가 연장으로 진행됐는데 추신수는 10회말 끝내기 안타까지 뽑아내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MLB.com은 시즌 결산 기사에서 추신수를 ‘올해의 타자’로 뽑았는데 팀 내 간판 타자인 조이 보토를 제치고 차지한 타이틀이라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2018년 올스타에 뽑힌 것이다. 올스타 선발을 앞두고선 과연 내가 뽑힐 수 있을까 싶었다.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리그에서 야구를 더 잘하고 인기가 많은 선수들이 모인 자리가 올스타전 아닌가. 빅리그 데뷔 14년 만에 얻은 소중한 기회라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추신수는 올스타 선발 관련 소감으로 “실제 올스타 무대에 서봐야 실감이 나겠지만 지금은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있다”면서 “나보다 아내가 더 좋아하더라. 마이너리그 시절 퓨처스 올스타에 세 차례나 뽑혔을 때도 기뻤는데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되니 표현 못할 감동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성격이 남하고 다른 삶을 사는 걸 좋아한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한국어로 선수들과 대화하고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야구 생활을 이어갔을 것이다. 같이 야구했던 친구들이 프로야구에 지명됐을 때 그들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 남들이 닿지 못하는 곳에 가서 야구한다는 기쁨을 더 크게 누렸다. 전 세계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내 야구 실력을 겨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단 한 경기라도 해보는 게 소원이었다.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보고 방망이를 휘두른다면 야구 그만둬도 아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을 겪었고 기록을 만들어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지?’라고 말이다. 매 경기, 매 타석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왔다. 그게 쌓이고 쌓여 올스타 출전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이 흐름이 후반기 시즌 마칠 때까지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미국 볼티모어=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올스타’ 추신수 어떤 혜택 있나? 텍사스도 보너스로 1억 ‘턱’ 한국 메이저리거들 중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선수는 박찬호, 김병현뿐이었다. 추신수가 올스타에 선발되면서 한국인 야수로는 첫 올스타 선정이란 타이틀을 안았다. 올스타에는 아메리칸리그 32명, 내셔널리그 31명이 출전하고 양 리그에서 최종투표로 마지막 1명씩의 출전자를 가린다. 2018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7월 18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인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다. 추신수는 이번 올스타전 참가로 보너스 10만 달러(약 1억 1200만 원)를 받는다. 돈을 지급하는 곳은 MLB가 아닌 텍사스 레인저스. 2013년 텍사스와 7년간 1억 300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던 추신수는 여러 가지 보너스 조항을 추가했는데 올스타 선정, 골드글러브 수상, 실버슬러거 수상,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 등을 달성하면 각각 1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스타에 참가하는 선수는 자신을 포함한 3장의 일등석 항공권 티켓과 최장 사흘간 방 2개를 사용할 수 있는 일등급 호텔 투숙권, 출전 수당과 각종 기념품도 얻는다. 출전 수당은 1000달러(약 112만 원). 올스타전의 또 다른 이벤트는 레드카펫쇼. 보통 선수단 숙소가 위치한 곳에서 길 위에 붉은 카펫이 깔리는데 선수들과 그의 가족들이 메이저리그 후원사가 제공한 차를 타고 행진하며 팬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이 행사를 위해 추신수의 가족들은 볼티모어 원정 경기부터 동행중이다. 볼티모어에서 워싱턴 D.C는 승용차로 1시간 거리. 추신수는 이동에 대한 부담 없이 올스타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한편 KBO 정운찬 총재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참관할 예정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