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수임료? 터무니 없는 일, 1년 평균 3억~4억 벌어…브로커를 조심해야”
# ‘전관이면 수십억 번다?’
최유정 변호사
이처럼 엄청난 금액의 돈이 오간 것은 최 변호사가 판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게 주효했다. 판사들과 친분이 남달랐던 최 변호사는 ‘다른 보통의 변호사들과 달리 친분으로 양형을 낮출 수 있다’고 의뢰인들에게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의뢰인들 앞에서 해당 재판부와 전화를 하는 ‘확인 영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업계에서는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처럼 ‘전관’들은 100억 원을 벌 수 있을까. 대부분의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최 변호사의 경우 과장된 부분이 많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1년 동안 여러 사건을 맡아도 적게는 수억, 많게는 20억 원 정도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실제 가져갈 수 있는 수입의 평균치라고 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전관 변호사는 “어떤 사건을 맡게 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비용, 세금 등을 다 제외하고 나면 판사 출신들이 받아갈 수 있는 몫은 1년에 3억~4억 원 수준이 보통”이라며 “법원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경우 더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최유정 변호사처럼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사건을 보고 우리도 놀랐다”고 털어놨다.
검찰 출신들은 수입이 이보다 조금 낫다. 사건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이미 혐의가 공개된 법원보다 네트워크를 활용할 여지가 많아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세기 때문. 그럼에도 “100억 원은 말도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 역시 “대기업 비리 사건의 경우 20억~30억 원의 수임료부터 사건이 시작되지만, 통상 5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팀을 이뤄 대응할 만큼 큰 사건이 대부분”이라며 “한 변호사가 수십억 원을 가져가는 것은 1~2명의 검사장급 전관 변호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마저도 전관 효과가 사라지는 2년 뒤에는 확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실제 서초동을 주름잡고 있는 검사장 출신 A 변호사 정도만 현재 1년 수입이 수십억 원 수준이고, 나머지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의 경우 브로커를 쓰지 않을 경우 연 수입 5억 원 미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그럼 전관이 최고? 동기라도 원수가 더 많아”
그렇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현직 판검사들에게 이를 물어보면 나오는 공통된 대답은 ‘NO‘다. 전관이라는 이유로 의뢰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더 얻어낼 수 있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함께 근무할 때 사이가 너무너무 좋았던, 진짜 친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경우 오히려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내가 맡은 사건을 선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양해를 구하고 들어올 경우 말이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회피 신청을 한다”며 “전관이라고 강조하는 변호사들의 경우 안면은 있지만, 양형 등 사건에 대해 판단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양심 있는 변호사라면 자신 때문에 불편할 수 있는 친한 사이의 판사 재판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며 “그렇게 사건 하나 해서 돈을 챙기느니, 계속 봐야 할 친한 판사 동료 한 명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선 판사는 안면이 있는 전관 변호사가 들어올 경우 재판 일정에 편의를 봐주는 정도가 챙겨줄 수 있는 최고치라고 말했다. 물론 비율에 따라 결과가 첨예하게 나뉘는 민사 소송이나 이혼 소송의 경우 조금 더 전관 특혜가 있을 수 있다지만, 이마저도 옛날 같지 않다는 게 판사는 물론,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중론이다.
검찰도 전관 효과가 옛날 같지 않은 것은 비슷하다. 한 차장검사는 “사건에 선배 출신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며 찾아와도 앞에서는 ‘잘 챙겨드리겠다’고 얘기하고 뒤에서는 성과를 내려고 후배 검사들을 독촉하는 게 요새 검찰 수사 문화”라며 “전관이라고 해서 혐의를 봐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수사에 협조할 때 플리바게닝(유죄 인정 조건으로 형량 깎아주기) 등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정도가 장점의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굵직한 사건을 담당한 몇몇 검사들 역시 “모르던 변호사가 검사 출신이라고 찾아와 봐야 아무런 효과도 없다”며 “차 한잔 드리는 게 옛 검찰 출신 선배를 챙기는 예의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물론 예전처럼 사건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 알음알음 존재하지만, 걸렸다가는 잃을 게 많기 때문에 하지 않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게 모든 판검사들의 중론이다. 그렇기에 판검사들은 의뢰인들이 사건을 수임할 때 “무조건 전관이라는 타이틀에 속지 말라”고 조언한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가끔 전관이라는 것을 팔고 고등학교 선후배나 대학 동기,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가 들어오곤 하는데, 동기나 선후배라고 해서 다 사이가 좋지는 않다, 오히려 사이가 더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 않냐”며 “동기라는 것에 혹해 전관 변호사를 쓰는 것은 수임료는 더 쓰고 오히려 재판 결과는 더 안 좋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대응 능력 있는 ‘실력파’가 진짜 전관”
그럼에도 전관 변호사를 써야 하는 장점은 무엇일까. 판검사들은 실력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검찰이나 법원 출신의 경우 ‘처리 스타일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앞선 차장검사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사건에 접근할지, 어떤 자료를 어떻게 활용해 어떤 혐의를 적용하려 할지를 미리 예측해서 방어할 수 있는 증거를 만들어내는 게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진짜 능력”이라며 “진짜 전관을 쓰려면 수사에 실력이 탁월한, 우리가 공격하려는 논리를 잘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판사들 역시 설명은 비슷했다. “해당 재판부가 평소 어떤 스타일로 재판을 진행하는지, 증거 종류 별로 어떻게 가중치를 부여하고 해당 법에 대해 어떤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잘 알아야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며 “전관 변호사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능력은 재판부 성향과 처리 과정을 잘 안다는 것이지 이들과 양형 등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의뢰인들이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예민한 정보에 대한 내부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면, 검찰이나 법원 내 평판을 잘 확인하라고 설명한다. 한 검사는 “최근 사직한 검사장들 가운데 어떤 검사장은 ‘안타깝다,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댓글이 500개가 넘게 달렸고, 어떤 검사장은 댓글이 200개 수준에 불과했다”며 “어떤 전관들이 내부에서 실력적으로나 인품으로 존경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의뢰인들이 선임 전 확인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