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례 압수수색 성과 없자 “나올 때까지 턴다” 수사 범위 넓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지난 10일에도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실 등 3~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사관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는데, 이는 삼성전자 관련 10번째 압수수색이었다.
사건이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중, 검찰 손에 자료가 들어갔다. 수사 도중 노조 관련 삼성전자 측의 와해 시도 관련 문건이 검찰에 넘어간 것. 사건을 별도로 배당한 검찰은 4월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서비스 수원 본사 5차례 등 삼성전자를 10번이나 찾았다. 윗선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해, 삼성전자 미래전략실(미전실)의 개입 의혹을 찾겠다는 의도의 압수수색이었다.
미전실의 개입 여부를 찾아내는 것은 큰 성과다. 삼성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총수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전실을 만들고, 총수를 정점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오너의 지시를 이행하게끔 구조를 만들어놨다. 때문에 미전실까지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핵심 경영진을 노조 와해 시도 책임자로 엮어낼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지난 10일 압수수색 대상에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이상훈 사장의 사무실도 포함됐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은 본사와 일부 자회사의 노무·인사 관련 지원업무 등도 맡고 있는데, 검찰은 이 사장이 노조 탄압과 와해 관련 공작에 대해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 관계를 떠나 대외용 성과내기에 급급한 수사‘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압수수색은 물론, 잇따라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는 등 삼성전자 미전실의 개입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 실제 윤 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상무, 유 아무개 전 해운대서비스센터 대표, 도 아무개 양산서비스센터 대표, 함 아무개 동래서비스센터 대표 등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루된 삼성전자 관계자들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윗선’과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지목된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이사의 경우, 지난 5월 15일과 6월 11일 청구된 두 차례 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검찰이 목표로 했던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은커녕, 삼성전자서비스 회사도 제대로 털지 못한 모양새다.
석 달여 동안 계속된 수사가 모회사인 삼성전자로 올라가는 데 실패하자, 검찰은 황급히 수사 방향을 틀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로 수사를 확대했다. 노조탄압에 반발해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 염호석 씨의 ‘시신 탈취’ 과정에서 브로커 관여 정황을 포착하고 브로커 이 아무개 씨와 염 씨의 부친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특히 부친 염 씨가 삼성으로부터 6억 원을 받고, 거짓 진술을 경찰에 한 정황도 확인했다.
확대한 수사 전선은 오히려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정보관 출신 김 아무개 씨가 삼성과 염 씨 부친 사이에서 의사소통 역할을 한 것이 드러났고, 전 경찰청 정보국 노동정보팀 소속 간부였던 김 씨가 노조 관련 정보를 삼성 측에 전달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도 찾아냈다.
고용노동부가 개입한 정황도 찾아냈다. 검찰은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인 삼성전자 노무 자문위원 송 아무개 씨 등이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 27일에는 구속시키는데도 성공했다. 송 씨 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대응 계획 수립에 참여했는데, 송 씨와 노무자문 계약을 맺은 주체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아닌 삼성전자였다. 검찰은 김 씨와 송 씨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가 아닌 삼성전자와,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조직적으로 노조 와해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표면적 성과로 ’삼성전자 본사‘를 생각했던 검찰이 생각대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자, 다소 공격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모양새”라며 “경찰과 고용노동부 부분을 성과로 만들어냈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수사가 제대로 안 됐던 검찰이 억지로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처벌받게 됐다고 느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