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 갇혀 숨지고 이불에 눌려 숨지고…책임감·도덕성 결여 비난 거세
지난 17일 4살 여자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된 어린이집 통원 차량 모습.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 주차돼 있다. 이성진 기자.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에 한 어린이집에서 4살 여자 어린이 A 양이 통원 차량에 7시간 동안 갇혀 있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A 양을 포함 총 8명의 어린이가 탑승한 차량이 오전 9시 40분 어린이집에 도착했지만, A 양만 미처 내리지 못한 것. 경찰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오후 4시가 돼서야 A 양이 등원하지 않았다고 판단, 부모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발견 당시 A 양은 안전벨트를 푼 채 뒷좌석에서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동두천소방서 관계자는 “출동했을 당시 A 양은 청색진(사체에서 나타나는 푸른빛)을 보였고 호흡이나 맥박이 없는 심정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아이들의 차량하차 여부와 출석체크 등 기본적인 안전·교육 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어린이집은 인적이 드문 산등성이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이웃들에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담당 교사들이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린이집 맞은편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인적 드문 곳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보통 평일엔 문을 여는데 오늘(18일)은 문을 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두천 경찰 관계자는 “당시 1차 조사에서 함께 하차한 보육교사는 평소 차량 하차 시 아이들이 따라 내리다 보니 오늘도 모두 내린 줄 알았다며 거듭 죄송함을 구했다”며 “운전자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 책임소재가 보육교사, 운전수, 어린이집 원장 등 모두에게 있으며 부검 이후 추가 조사에 따라 그 경중을 판단,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부 충격으로 숨진 것이 아니라는 부검 1차 소견을 전했다.
지난 18일 생후 11개월 된 아이가 사망한 어린이집 모습.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곳으로 교사가 11명이나 될 정도로 제법 큰 규모다. 이성진 기자.
18일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에서 한 보육교사가 생후 11개월 된 아이에게 이불을 씌우고 온몸으로 올라타 위에서 눌러 숨지게 한 것. 아이는 낮 12시부터 3시간 넘도록 방치돼 있었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본 어린이집 교사 신고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강서소방서 관계자는 “사망한 지 몇 시간 만에 발견된 건지는 부검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청색진이 사후 2~3시간 이후에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불로 덮인 시각과 사망 시간이 얼추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보육교사는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억지로 재우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보육교사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어린이집 원장 등을 상대로도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문제는 당시 어린이집에 교사 11명이 있었음에도 아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두천 어린이집 사망 사건과 그 원인이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보육교사가 이불을 덮고 위에서 누르던 당시 주변엔 2명의 교사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하지만 그 2명은 각자 자기 일을 하느라 몰랐다는 입장을 내세웠다”며 “CCTV 자료를 통해 과거에도 보육교사가 이런 행위를 저지른 적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육교사가 어린이집 원장과 자매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른 교사들이 이러한 비정상적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혐의를 받고 있는 보육교사와 다른 교사들 사이에 일종의 권력·상하관계가 형성되면서 이를 묵인했을 수도 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권력관계를 포함해 일단 폭넓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두 어린이집 모두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평가인증제에서 90점 넘는 점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도적 결함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보육환경과 보육인력의 전문성 등 어린이집의 수준을 나타내는 해당 지표가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인증평가는 모든 어린이집이 아닌 희망하는 어린이집들만 일정 비용을 치르고 받는 것으로, 대부분 평가를 받기 전 우수한 점수를 따내고자 온 노력을 기울인다”며 “결국 높은 점수가 나올 수밖에 없고, 평가도 3·4년 주기로 이뤄지다 보니 그 사이 보육교사가 바뀌는 것을 점수에 반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에선 각종 대책을 내놓지만 그 실효성이 떨어질뿐더러 잘 준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부터 2016년 7월까지 5년새 어린이집 안전사고 비중은 243%로 대폭 증가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책으로 ‘슬리핑 차일드체크’ ‘어린이집 등원 확인 시스템’ 등이 거론되지만 이 또한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의 결여된 책임성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한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제도적 미완도 문제지만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개인들의 긴장감이 떨어져 발생한 측면이 크다”며 “결국 개개인 스스로가 교사라는 직무 마인드를 고취하거나, 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