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체질개선 이행…후속 상장 이어질 가능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준필 기자
롯데정보통신은 1996년 설립된 시스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 통합 사업을 맡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역시 대부분 대기업 SI 계열사처럼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조사 결과 따르면 롯데정보통신의 그룹 내부 거래 비중은 2015년 86.2%, 2016년 91.5%, 2017년 93.5%로, 해가 갈수록 오히려 점점 더 높아졌다. 지난해 매출 6913억 원 중 6419억 원의 매출이 계열사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높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다. 과거 22.76%에 달했던 총수 일가 지분을 지난해 11월 롯데정보통신의 물적 분할을 비롯한 지배구조개편을 통해 털어낸 덕이다.
공모청약 때부터 흥행 부진이 우려된 롯데정보통신은 코스피 상장 첫 거래일인 지난 27일 주가가 5.07% 하락한 2만 9000원에 마감됐다.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인 2만 9800원을 밑돈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이 흥행 부진 이유로 보이지만 그룹 내 매출 의존도가 높은 것 또한 기관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라며 “해외 진출 확대에 따른 매출처 다각화로 향후 관계사 매출 비중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외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행 여부를 떠나 롯데정보통신 상장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를 성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에서는 부인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기에 이번 상장이 공정위 압박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롯데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공정위의 감시 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주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우량 계열사 위주로 상장하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처럼 큰 프레임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주들의 감시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이번 상장으로 향후 다른 계열사들의 상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정보통신 상장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면 코리아세븐, 롯데GRS(구 롯데리아), 롯데건설 등 그간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돼온 계열사들의 상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식에서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계열사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는 향후 후속 상장을 위해서라도 이번 상장에 많은 신경을 썼을 것”이라며 “그러나 앞선 호텔롯데 상장 실패로 기관투자자들이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의 롯데그룹 관계자는 “주주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우량 계열사 위주로 하겠다는 기본 원칙은 있으나 후속 상장에 대한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신동빈 눈물겨운 보석 신청 결과는? 지난 24일 롯데 총수 일가 경영비리에 연루돼 구속 중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보석 청구가 세 번째 기각된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의 보석 신청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신 회장은 지난 6월 20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직접 발언한 바 있다. 앞서 신 회장이 보석을 요청한 가장 큰 이유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 때문이었다. 신 회장은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주총에 참석해 직접 해명의 기회를 갖고 싶다”며 “해외로 나가는 것이 어렵다면 국내에서 전화 등의 방법으로 입장을 설명하고 싶다”고 말하며 절박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9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해임안이 부결되면서 신 회장의 보석 신청의 가장 큰 이유가 사라졌다. 재계에서는 재판부가 그간 보석 신청에 대한 검토 기간을 두 달 안팎으로 가졌던 점으로 미뤄볼 때 오는 8월께 보석 허용 여부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