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꾸고 해명 늘어놨지만 여전히 의혹투성이…전직 이사들 접촉 “난 치약사업 하러 왔는데…”
신일해양기술(전 신일그룹)이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박정훈 기자
신일그룹은 우선 돈스코이호에 150조의 보물이 들어있다는 주장을 철회했다. 언론에서 과거부터 돈스코이호를 150조 보물이 든 배라 소개해, 이를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돈스코이호에 들었다고 추정하는 보물의 가치는 10조 원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보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힘으로써 보물 가치 산정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음을 실토한 셈이다.
다만 최용석 대표는 “현장을 탐사하다 매우 의미있는 물건이 보관됐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상자 묶음을 육안으로 봤으며, 이것이 단단한 밧줄로 고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돈스코이호 안에 든 보물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로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있던 해당 외국인 탐사원은 “어떠한 상자도 발견한 적 없다”고 말해 회견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국내 경영진과 돈스코이호 탐사원 사이에도 의사소통은 물론 기자회견 준비가 미흡해 전혀 상반되는 주장을 한 것.
인양에 들어가는 비용도 80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가 300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대폭 줄여 잡았다. 최용석 대표는 “인양대금 300억 원은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나오고 있어 손쉽게 인양비용을 마련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미 인양을 위해 JD엔지니어링, 해양수중공사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수중탐사를 통해 돈스코이호로 추정 가능한 조타기, 포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신일그룹이 꼭 밝히고 싶던 것은 기업 실체였나
신일해양기술이 돈스코이호 탐사 과정이나 작업진행 단계보다 오랜 시간을 할애한 것은 신일그룹 실체에 대한 해명이다. 최용석 대표는 코인을 판매한 신일골드코인,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광채그룹 등과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싱가포르 신일그룹을 이끄는 유지범 회장, 홍건표 신일광채그룹 회장과도 선을 그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전임 류상미 대표가 이끌던 신일그룹은 ‘탐사 다큐멘터리나 영화 제작’을 목표로 세워졌다. 그러다 너무나 ‘운좋게’ 빠른 시일 내 돈스코이호를 발견했고, 인양과 수익사업과 관련해 구상을 하게 됐다. 그러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자 부담을 느낀 신일그룹이 전 이사진들이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 2기 이사진을 꾸려 최 대표가 신일해양기술을 이끌며 돈스코이호 인양 과정을 수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일요신문’은 2기 이사진으로 출범한 신일해양기술의 지분율 변화에 대해 질문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유상증자를 통해 류상미 전 대표의 지분이 35%까지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류상미 전 대표체제에서 이루어졌던 제일제강 인수로 인한 시세조종 의혹, 류상미 전 대표와 친인척인 유지범 신일골드코인 회장의 코인 발행과 무관하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현재의 신일해양기술은 앞서의 코인발행이나 시세조종과는 별개의 인적구성으로 순수하게 돈스코이호 인양에 임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류상미 씨의 지분이 35%나 남아있는 신일해양기술이 일전의 제일제강 인수, 코인 발행과 관련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 대표는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면 류상미 씨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있으니, 그 지분을 피해자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신일그룹 설립단계부터 살펴보니…
신일그룹 보물선 소동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설립단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일그룹은 류상미 대표가 지분의 70%를 투자해 김필현·김혜례·손상대 씨를 이사로 두고 설립됐다.
싱가포르 신일그룹 유지범 전 회장은 한국 신일그룹의 류상미 전 대표와 친인척 관계다. 유지범 회장은 한국에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를 세웠다. 다단계 판매망을 구축해 코인을 판매하는 것은 강서구 공항동의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에서 이뤄졌다. 류상미 씨는 한국 신일그룹을 세우고 보물선 인양사업에 박차를 가한다고 홍보해왔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것은 제일제강 인수밖에 없다.
표면상으로는 돈스코이호에 들었을 금화를 철석같이 믿고 사업을 시작한 것 같지만 실제로 이들이 추진한 사업은 코인발행과 기업인수에 방점이 찍혀있다. 한국 신일그룹 등기임원이었던 손상대, 김혜례 전 이사는 치약제조사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손 씨가 처음 신일그룹에 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치약유통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손상대 전 이사는 “신일그룹에 지분 한 푼 투자한 바 없고 그저 이름만 이사로 올려놓았다”며 “류상미 전 대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모든 계약과 경영 판단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신일그룹을 움직이는 사람은 유지범 전 회장이며 다만 한국 신일그룹의 내부자가 유 회장의 말에 따라 국내 경영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신일그룹을 움직이는 키맨은 수면 아래 따로 있었다는 것.
최용석 신일해양기술 신임대표는 그간의 의혹을 해소하고자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도리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정훈 기자
# 신일해양기술 최용석 대표 두고도 상반된 평가
손 전 이사에 따르면 신일그룹은 기업 인수를 하고 싶어 해 이를 담당할 사람을 물색해왔다. 물망에 오른 것이 최용석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대표다. 신일그룹은 건설사업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강해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과 자문계약을 맺었다. 자문을 받아 인수할 회사로 찾은 것이 제일제강이다.
보물선 탐사를 위해 설립한 회사가 설립하자마자 건설사 인수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당초 설립 목적과는 다른 행보다. 또 신일그룹이 아닌 류상미 전 대표와 최용석 현 대표가 개인으로서 제일제강 인수에 나선 것도 기업의 사업영역 확장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제일제강 인수를 자문하던 최 대표가 직접 제일제강 인수에 나선 것은 주가조작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최 대표는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 강력하게 부인하며 “제일제강 인수는 신일그룹과 무관하다. 제일제강 인수는 지난달 초이며 이달 5일 계약을 체결했고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경우 부정거래 공범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신일그룹과 제일제강에 대해 살펴보고 있으니 이런 부분까지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2기로 출범한 신일해양기술이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골드코인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류상미 전 대표의 지분이 여전히 신일해양기술에 남아있고, 이미 발생한 제일제강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피해와 코인발행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일해양기술은 돈스코이호 인양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다고 주장하며 인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사위는 굴려졌다. 보물선 인양이 사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계속 인양 사업을 진행한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신일광채이데아’ 유병기 회장 사기 혐의로 복역중 2017년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을 추진하던 신일광채이데아그룹 유병기 회장은 지난 6일 사기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유병기 회장은 2014년 중동 사업 진출을 명목으로 유치 받은 투자금을 편취했다. 특히 유 회장은 동종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차용금 편취로 재판받던 중 도망쳐 지명수배된 상태에서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이 문제가 됐다. 신일해양기술의 진교중 인양단장은 과거 신일광채이데아그룹 유병기 회장과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바 있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진 단장은 “그런 기억이 없을뿐더러 전혀 관계 없다”고 밝혔다. 유병기 전 회장은 유지범 회장과 홍건표 신일광채그룹회장과 함께 일했던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