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이제는 도시재생이다2-도시재생 시험대에 오른 ‘인천’을 가다
인천 미추홀구의 ‘수봉마을’ 일대.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인천이 문재인표 도시재생 사업의 ‘바로미터’이자 ‘시험대’인 까닭은 자명하다. 인천은 2017년 도시재생뉴딜 시범사업 대상지 68곳 중 5곳이나 선정됐다. ‘인천을 선도하는 지속가능 부평 11번가(부평구, 중심 시가지형)’, ‘다시, 꽃을 피우는 정원마을(동구, 우리동네 살리기형)’, ‘만수무강 만부마을(남동구, 우리동네 살리기형)’, ‘상생마을(서구, 주거지 지원형)’, ‘패밀리 컬쳐노믹스 타운 송림골(동구, 일반 근린형) 등이다. 이는 도 단위를 제외하고 광역시들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사업 대상지에서도 인천은 경인 고속도로 지역, 가좌-십정 스마트재생, 중구 신흥동 공감마을(주거지 지원형), 미추홀구 수봉마을(우리동네 살리기형), 장사래 마을(주거지 지원형), 계양구 아나지마을(우리동네 살리기형), 효성마을(주거지 지원형), 강화 남산마을(주거지 지원형), 옹진군 백령도 심청이마을(우리동네 살리기형) 등 선정이 유력시 되고 있다. 확정은 8월 6일이다.
이처럼 인천은 선정 지역 숫자는 물론이고, 재생사업 모델 면에서도 골고루 포진돼 있다.
인천 동구 ‘정원마을’의 빈집과 오래된 자판기.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8월 1일 기자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미추홀구 도화동에 위치한 수봉마을이었다. 무엇보다 미추홀구는 최근 언론들 사이에서 인근 지역 ‘빈집’ 문제가 심도 있게 보도될 만큼 주거지역 슬럼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었다.
기자가 찾은 ‘수봉마을’도 매한가지였다. 골목골목 빼곡하게 자리한 노후 주택들은 이날 섭씨 40도까지 육박한 날씨만큼이나 답답하게 보였다. 갈수록 고지대인 터라 마을 중심은 사실상 ‘달동네’나 다름없었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마을 주민 80%는 이 지역에서 30년은 기본이고 50년 이상을 훌쩍 살고 계신 노년층 토박이 분들이다. 빈 집도 몇몇 있다”라며 “도시재생 사업대상지로 예정된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대부분 노인 분들이기 때문에 그저 살다 가면 그만, 큰 기대를 하는 눈치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공유부지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살기 편하게 정리하고 정비하는 작업은 꼭 필요해 보인다”라며 “그러한 부지들만 잘 정리해서 길만 좀 넓게 트여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동구의 정원마을 골목(좌)과 송림시장 일대(우)의 모습.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기자는 이어 좀 더 인천의 구도심지역으로 들어갔다. 인천 동구였다. 동구는 인천에서도 가장 낙후된 구도심으로 꼽힌다. 동구는 현대체절, 두산인프라코어, 동국제강 등 북항 인근의 대규모 사업장이 몰려있지만, 기반 시설 자체는 너무나 노후화 된 곳이다. 지하철이라곤 ‘도원역’이 전부이고, 전국 도심지 중 거의 유일하게 ‘롯데리아’가 없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선 화수사거리에 위치한 도시재생 구역인 ‘정원마을’을 찾았다.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마을 입구에 위치한 ‘낡은 자판기’였다. 1980년대 드라마 소품에서나 볼 법한 커피 자판기가 방치된 채 놓여 있었다. 마을을 조금 더 들어가 보니, 곳곳에 빈집이 있었다. 한 빈집은 언제 사람이 떠났는지, 풀이 무수히 우거져 있었다. 근처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었지만, 손 때 묻은 놀이시설만 방치된 채 텅 비어 있었다.
좀 더 비좁은 골목을 들어가니, 더위에 지친 노인들이 웃통을 벗어 놓고 누워있었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70대 주민 A 씨는 “이 마을 집들 상당수는 열에 취약한 슬레이트집”이라며 “너무 더워서 나와 있을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에 대한 얘기는 나도 들었다. 어차피 이곳은 재개발이 되고, 입주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돈이 없어서 새 아파트에 못 들어갈 사람들이 더 많다. 관리비조차 못 낼 사람들이다. 그저 주거지 개보수만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 답동사거리와 신흥사거리 일대.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차로 10분 남짓에 있는 ‘송림시장’ 인근 ‘송림골’ 역시 ‘일반 근린형’ 도시재생 구역이었다. ‘송림시장’은 말이 시장이지 사실상 몇몇 노포만 자리를 지킬 뿐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이곳에서 만난 상인조차 “예전엔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 이곳에선 복합커뮤니티센터, 송림상생빌리지 등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한 설명회가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구심지인 인천 중구의 ‘공감마을’ 도시재생 예정구역은 ‘주거지 지원형’ 구역이었다. 이곳은 답동사거리에서 신흥사거리 사이를 말한다. 무엇보다 ‘답동사거리’ 근처엔 인천을 상징하는 주요 근대 유적지 중 하나인 ‘답동성당’이 위치해 있다. 중구 자체가 인천 구도심지의 핵심이었기에 기존 근대 유산들과 도시재생과의 조화가 어떻게 이뤄질지 눈길을 끄는 곳이기도 하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남동구의 ‘만부마을’이었다. 이곳은 지난 4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직접 찾은 도시재생 구역이다. 당시 김 장관은 직접 노후주택을 시찰하고 공동작업장을 방문했으며 주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천 남동구 만부마을 일대.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당시 만부마을 주민들 100여 명이 간담회에 참석할 정도로 이 구역은 앞서의 그 어느 곳보다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곳이었다. 마을 한 가운데 커뮤니티 센터가 자리하고, 노후화 된 주택 벽면 곳곳은 이미 색칠작업이 이뤄져 있었다. 그 만큼 주민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렇듯 인천은 현재 곳곳에서 도시재생 작업이 예정돼 있다. 중구, 동구, 미추홀구 등 구도심지는 물론이고 서구와 계양구, 남동구, 부평구 등 서울과 가까운 지역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옹진군에 속한 도서지역도 도시재생 범위에 포함되니, 인천 전체가 도시기능 정상화 및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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