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건축을 위한 사업승인이 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3단지 15평형은 최근 2천만원 이상 떨어져 3억6천만∼3억7천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지난달 말 송파구 주공3단지에 대한 서울시의 연내 사업승인계획 발표 직후 아파트값이 2천만원 가까이 올라 3억9천만원까지 거래됐었다.
둔촌주공은 이달초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사업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삼성건설과 대림산업, 롯데건설, SK건설 등 4개사가 참여의사를 밝혀 지난 21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삼성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둔촌주공저층 25평형은 4억6천만∼5억원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보다 2천만∼3천만원 정도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재건축 시장에 각종 호재에도 재건축 아파트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를 ▲담보대출 한도 축소 ▲불투명한 내년도 부동산시장 여건 ▲주변아파트값 약세 등을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의 대표적인 투기종목이기 때문에 위의 세 가지 이유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재건축 아파트시장이 활기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재건축아파트 전문 중개업소에선 담보대출 한도 축소로 단기투기세력이 약화돼 호재가 발생해도 아파트값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아파트 담보대출 한도를 60%이하 수준으로 낮춰 예전처럼 은행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억원 이상이 대부분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선 자기 돈이 1억∼2억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적은 돈으로 단기 투자수익을 노리는 개인은 물론 대출로 여러 채의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했던 ‘작전세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기대하고 은행돈을 빌려 재건축 아파트를 산 일부 투자자들은 아파트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자 높은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 재건축 단지 인근 아파트값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재건축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매입가에 추가부담금과 금융비용 등을 투자해도 향후 배정받는 아파트가격이 더 높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주변 아파트 값이 주춤하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투자비용보다 입주시점의 아파트가격이 더 낮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추가부담금을 통보한 서울 강남구 도곡주공1차와 추가부담금을 잠정 확정한 송파구 잠실주공4단지, 동•호수 추첨이 끝난 화곡1지구에도 최근 부동산경기 불황과 인근지역 아파트값 주춤으로 매수자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특히 강서구 화곡동 화곡1지구는 아파트가격이 강세를 보였던 10월에는 13평형이 2억2천5백만원까지 거래됐다.
32평형을 배정받는 13평형의 추가부담금은 1억2천4백만원으로 총 투자액이 3억5천만원에 달한다. 현재 32평형의 시세는 로열층이 3억5천만∼3억6천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어 투자수익이 거의 없다. 화곡동 태인부동산 관계자는 “화곡 1지구가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앞이라고는 하지만 인근 아파트에 비해 호가가 너무 높다”며 “인근 등촌동의 인기 아파트인 대림아파트도 평당 1천만원 선으로 34평형이 3억4천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에도 불구하고 내년 부동산시장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한 매수자들이 선뜻 재건축 아파트 구입을 꺼리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단기 투자종목이다. 내년도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을 경우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가격이 급락할 위험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아파트에 작은 호재만 나오더라고 향후 아파트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수자들이 일반 아파트보다 매입에 더욱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 재건축 전문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인근 고려부동산 최재근 사장은 “현재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급매물만 간혹 거래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