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 해답, 북한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린닥터스 개성공단 병원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4.27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그동안 중앙정부에만 집중돼 왔던 대북사업에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참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방정부의 이런 움직임 이면에는 북측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남측의 자본이나 기술력과 결합하면 침체 일로를 걷는 지방경제의 활성화에 크게 도움된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개성공단에서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해온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재단은 오는 9일 오후 2시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경제인, 의료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교류협력시대에 지방정부 역할’이라는 세미나를 마련한다.
부산시가 후원하는 이번 그린닥터스 세미나는 침체된 부산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대북사업에서 모색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은 ‘평화와 번영의 상징-개성공단’이라는 기조강연을 통해 개성공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히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을 부산시민들에게 설명한다.
‘개성공단을 보면 평화와 통일이 보인다’고 강조해온 김 이사장은 세미나에서 “남북경협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개성공단은 원래 참여정부가 북측에 먼저 제안했으며, 퍼주기 등 북측에 시혜를 베풀어주려 한 게 아니라 거기서 우리경제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며 실제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의 경영지표들을 통해 다른 공단에 비해 월등한 기업경쟁력의 비교우위를 제시한다.
실제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발제조업체 A사가 2015년 78억원을 투자해 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에 비해 베트남 호치민에 진출한 신발제조업체 B사는 같은 기간에 199억원을 투자해 당기순이익은 13억원에 그쳐 수익률에서 5배나 차이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특히 일각에서 제기하는 개성공단의 퍼주기 등의 주장에 강력 반박한다. 일일이 통계자료를 제시하면서 퍼주기가 아니라 퍼오기라고 되받아친다.
남측의 일자리를 북측에 빼앗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상시적으로 구인난을 겪는 국내 사양산업과 한계기업, 중소·영세기업들의 일자리를 개성공단에서 창출했다고 말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주장에도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한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2004∼2006년 북한 근로자의 1인당 임금은 6만 3천원, 2015년 15만원이었다. 이는 중국이나 중동, 러시아 등의 근로자 임금 3분의1∼6분의 1에 그친다.
특히 김 이사장은 2009년처럼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땐 북측에서 쌀이나 현물 등을 요구해와, 북측 당국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핵무기 개발자금으로 빼돌렸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한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 사업 하나로 평화, 경제, 안보, 통일이라는 여러 이점들을 우리가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진향 이사장의 기조강연에 이어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남북교류협력시대에 지방정부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남북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지방자치단체 등 각계각층이 다방면으로 협력과 교류왕래, 접촉을 강화한다’고 공포함으로써 중앙정부 일변도의 대북사업에 지자체 참여의 길이 트였다”고 강조한다.
진 교수는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 동참 허용 이점으로는 ▲대북채널의 다채널을 통해 남북관계 안정성에 기여 ▲남북의 상호 시장 및 상품 개척을 통해 상호 이익 도모 ▲지역사회의 이익증진 ▲중장기적으로 남북의 ‘중앙집권적 교류협력 틀’ 변화 유도 ▲장기적으로 남북 동질성 회복과 사회통합 배경 마련 등을 꼽는다.
진 교수는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대북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경계하면서 “북한에서 당장 혹은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파악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정한 다음 어떻게 하고, 지자체에 무슨 이익이 돌아오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마지막 주제발표에 나선 그린닥터스 재단 정근 이사장은 “대북사업은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와 긴밀히 연결돼 있으므로 당장 지자체에서 나서서 특정 사업을 추진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처음부터 이윤을 도모하는 경제협력사업을 앞세우기 보다는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마중물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당장 부산시가 뛰어들 수 있는 대북 인도주의 사업으로는 북한 결핵 퇴치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 결핵은 이미 세계에서 최고의 유병률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어떤 약제에도 잘 낫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들이 많으므로 이대로 방치했다간 향후 남북왕래가 활발해지면 자칫 북한 결핵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메르스 같은 보건위기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날 ‘북한 결핵과 황해도 해주 구세요양원 복원 프로제트’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근 이사장은 “부산시와 함께 그린닥터스가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치료소인 황해도 해주 구세요양원을 복원할 것”을 제안한다.
구세요양원은 캐나다 출신 미국선교사인 셔우드 홀 박사가 1928년 10월 황해도 해주 남산 기슭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치료소이다. 홀 박사는 구세요양원의 운영비 마련을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을 제작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별장을 해방 이후 북한 김일성 주석의 가족들이 이용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어 김정은 현 국무위원장의 가계와도 전혀 무관치 않다.
정근 이사장은 “홀 박사 가족이 1940년 무렵 일제의 탄압을 못 견디고 미국으로 쫓겨 가면서 부산항에서 조선인 친구가 준 태극기를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눈물지었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부산시와 그린닥터스가 100년 전 홀 박사의 유지를 받들어 황해도 해주 구세요양원을 복원하는 데 앞장서자고 강조한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회장), 김광모 부산시의회 교육위원장, 하명신 부경대 교수, 윤태준 씨젠의료재단 부경검사센터장, 유정석 그린닥터스 국제협력이사 등이 패널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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