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교육위‧피감기관 반응…“한쪽으로 편향된 시각” vs “현 정부와 잘 맞는 사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날마다 의혹이 하나씩 추가되며 야당은 이를 빌미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그가 몸 담은 국회 교육위원회 관계자들은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사진=박은숙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은혜 의원의 교육부 장관 후보 지명 철회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5일 기준으로 약 6만 명의 인원이 참여했으며, 하루에 약 1만 명의 인원이 늘고 있다. 국민청원을 비롯한 비판 여론이 점점 거세지며 유 후보자 본인은 물론 그를 지명한 청와대도 부담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경력과 전문성이었다. 유 후보자는 자신의 학창시절 꿈이 교사였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 입학한 것도 교사가 되기 위해서였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게 된 뒤 학생운동을 시작하며 교육계와는 관련 없는 길을 걸었다. 이후 보좌관으로 국회에 들어오고,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교육 분야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교육위에서 활동하게 됐다. 교육 관련 활동은 상임위 활동이 전부였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유 후보자는 “아이를 키우고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교육 현안과 관련해선 대부분의 국민이 특정 부분의 전문가”라며 “전문가라는 것의 해석이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서도 굉장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현안에 대한 갈등이 첨예하고 여러 현안이 굉장히 난제인 것이 사실인데, 의견을 잘 수렴하고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교육개혁을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자가 이처럼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그가 이전에 내놓은 교육 정책들 때문이다. 그는 과거 ‘비정규직 교사를 정규직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이 법안을 두고 많은 교사와 교사 지망생들,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유 후보자는 법안 발의를 철회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지금 와서 또다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 현장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과연 이런 법안을 발의했겠느냐”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 나아가 유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이 됐을 때 비슷한 정책을 다시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유 후보자는 “그 법이 필요했던 당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당시 취지를 살려 법을 만들 이유는 지금은 별로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울러 자녀의 위장전입 문제는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겪는 논란이다. 유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에 대해 “둘째 출산을 앞두고 엄마로서 아이를 세심하게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딸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자는 “딸의 주소지 이전은 자녀의 보육상 목적으로 이뤄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며 부동산 투기나 소위 강남 8학군 등 명문학군으로의 진학을 위한 부정한 목적은 결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에도 휘말렸다. 유 후보자의 아들은 2016년 신체검사에서 ‘불안정성대관절(십자인대 파열)’로 5급 판정을 받고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대해서도 유 후보자는 해명에 나섰다. 아들이 만 14세였던 2011년 유도연습을 하다가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고, 만 17세였던 2014년에 축구를 하던 중 같은 부위를 다쳐 다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들이 면제받은 십자인대 파열이 고위공직자 자녀의 주된 병역면제 사유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피감기관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유 후보가 피감기관 소유 건물에 지역구 사무실을 두고 사용해왔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이었던 유 후보자가 피감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자회사인 한국체육산업개발 소유 일산올림픽스포츠센터에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개설해 사용해 왔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임대운영지침대로라면 사무소 임대 계약은 관련 산하단체나 영리목적의 업체‧단체‧개인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유 후보자의 임대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유 후보 측은 “사무실을 알아보다가 입찰 공고를 보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입주했다”면서 “임대료를 빠뜨리지 않고 지급한 만큼 특혜 등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숱한 논란이 따를 것을 청와대가 예상 못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유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현 장관들 가운데 현역 의원의 수가 1기 내각(5명)보다 2명 늘어나 7명이 된다. 이를 두고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현역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 장관 비율 30%’를 맞추기 위해 유 후보를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기준들을 무리하게 맞추려다 보니 자질이 부족한 인물을 지명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치권 안팎으로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유 후보자와 같은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수년간 활동했던 한 보좌관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에 비해 급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더라”며 “특히 너무 교육 노조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분이라는 점에서 말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교육부 장관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부총리까지 하는 건데 과연 그것까지 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나온다”면서도 “그래도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보좌관도 “상임위 활동을 할 때 보면 (유 후보자의) 시각이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더라”며 “국무위원이란 균형감각을 갖고 자신들이 역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을 진행해야 하는데, (유 후보자는) 그런 부분이 편향돼 있다”며 앞서의 보좌관과 같은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당 상임위에 6~7년을 계셨다고 하니, 완전 생판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전체적인 줄기는 잘 알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물론 부정적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 의원과 함께 상임위 활동을 해온 한 야당 의원은 “유 후보자는 현장에서 교육 관련 경험은 없었지만, 진지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더라. 교육부 장관의 소임을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며 “아무리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장관으로서 조직을 좌지우지하며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위의 피감기관인 한 재단 관계자는 “유 후보자의 장관 자질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 정부랑은 잘 맞는 분이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 간사도 하셨으니 현 정부와는 연결은 잘 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야당은 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선전포고에 나섰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의원 불패 신화는 깨져야 될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야당이 이같이 현역 의원에 기선제압을 하는 것은 9월 정기국회 개회 시점에서 여당으로부터 주도권을 쟁탈하기 위한 신경전으로 읽힌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