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은에 걸그룹 멤버까지 먹방열기 동참…이영자 27년 만에 수영복자태 공개
# 먹방이 부추기다!
지난 6월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는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가 출연했다. 곱창 마니아를 자처하는 그는 한낮에 홀로 단골 곱창집을 찾아가 대로변 좌석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화사는 곱창을 굽고 뚝배기 전골, 볶음밥까지 뚝딱 해치웠다. 워낙 맛깔스럽게 곱창을 흡입하는 그의 모습에 ‘화사 곱창’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왔고 이튿날부터 시중의 곱창이 동나는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화사의 곱창 먹는 모습을 보고 식욕이 당긴 이들이 저마다 곱창집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후 화사는 간장게장, 김부각, 박대 등을 먹는 모습을 잇달아 선보였고 그럴 때마다 해당 음식은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화사로 인해 매출이 크게 뛴 축산부산물협회에서는 그에게 감사패와 곱창 상품권 100만 원 어치를 전달했다.
MBC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캡쳐
지난 8월 전파를 탄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도 한 미녀의 먹방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배우 한고은은 평소 좋아하는 국숫집을 찾아가 수북한 비빔국수를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흠잡을 데 없는 몸매의 소유자로 다이어트를 생활화할 것 같은 한고은의 의외의 모습은 단연 화제를 모았다.
시간을 5년 전으로 돌려 스토리온 ‘다이어트 마스터’라는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 한고은은 “배우로서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과다한 음식섭취는 하지 않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관련 뷰티 프로그램이 앞 다투어 제작되고 있었다.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대중이 생각하는 가치관도 달라지고,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스타들의 행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적잖은 여성 스타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참여해 먹성 좋은 모습을 앞다투어 선보였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내로라하는 여성 스타들이 출연해 자신의 냉장고를 공개한 뒤 그 속에 담긴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배우 박보영은 최근 영화 ‘너의 결혼식’의 개봉을 앞두고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게스트로 참여해 남다른 먹성을 자랑하는 MC들과 함께 프랑스 요리로 만찬을 즐겼다.
이 외에도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와 지수, AOA 설현과 트와이스 다현, 정연 등은 각각 tvN ‘놀라운 토요일’과 SBS ‘폼나게 먹자’ 등에 출연해 먹방 열기에 동참했다. tvN 관계자는 “잘 먹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스타들도 먹방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추세”라며 “외모를 가꾸기 위해 곡기를 줄이는 것보다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으며 인생을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 자신감이 매력이다!
지난 8월, 방송인 이영자는 자신이 진행을 맡고 있는 올리브 TV ‘밥블레스유’에서 수영복 자태를 드러냈다. 그가 방송에서 몸매를 공개한 것은 1991년 데뷔 후 27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 출처 = 올리브TV ‘밥블레스유’ 홈페이지
물론 이영자가 몸매를 자랑하기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해 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비롯해 ‘밥블레스유’ 등에서 먹방을 선도하는 대표적 방송인이다. 이는 자랑이 아닌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이영자는 파란색 수영복을 공개한 뒤 “얘들아 간다”라고 외치며 수영장에 입수했고 함께 출연한 최화정, 송은이, 김숙 등은 환호했다. 그 모습을 TV를 통해 바라본 시청자들도 이영자의 용기 있는 선택에 환호했다. 이영자는 자신이 진행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몸매에 자신 없지만 그냥 입었다”라며 “내 몸이니까, 사회적 편견에 그냥 버텨보려고 벗은 거다”라고 당당하게 밝혀 또 한 번 박수를 받았다.
올해 초 가요계를 강타한 5인조 걸그룹 셀럽파이브 역시 ‘탈 코르셋’을 외친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다. 셀럽파이브는 송은이, 신봉선, 김영희, 김신영, 안영미 등 개그우먼 5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인 이들은 ‘걸그룹은 어리고, 날씬하며, 예뻐야 한다’는 편견에 당당히 도전장을 냈다. 그들은 수준급 안무로 탄탄한 무대매너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탈 코르셋’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여전히 방송 곳곳에서 부지불식간 여성의 외모에 초점을 맞춘 설정이 난무한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는 신작 영화나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초대받고, 그들이 등장할 때 남성 MC들은 환호한다. 반면 오랜 동료인 개그우먼들이 얼굴을 비치면 “에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곤 한다. 일반적인 예능의 패턴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설정을 오랜 기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외모를 기준으로 삼은 편견이 자라났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주위의 시선과 외모를 가꿔야 한다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탈 코르셋’ 운동은 지지받아 마땅하다”면서 “하지만 외모 비하나 찬사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려는 방송 행태는 오랜 기간 반복돼왔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보고 조금씩 바로잡아가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