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 대표, 트럼프 방한 때 ‘70명 국빈 만찬’도 참석…자격 논란에 “영어 능력 가장 탁월”
9월 6일 서울대학교 학생 전용 포털 사이트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이다. 해당 글에는 구체적인 공기업의 이름이 나오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추정가능한 부분을 남겨뒀다. ‘(대표의) 나이가 무려 42세’, ‘다만 이 분이 전직 대통령 손주사위’기도 하다는 점이었다. 또한 ‘그 전에 스타트업 대표였다는데 회사 이름을 검색해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정보가 안 나올수 있나’고 덧붙여져 있었다.
장상현 인베스트 코리아 신임 대표 사진=KOTRA
논란이 더 커진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가족관계 때문이었다.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손녀사위였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DJ의 장남인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의 맞사위다.
장 대표가 비단 문제가 된 점은 그의 특별한 가족관계 때문은 아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베스트 코리아 대표 선임을 두고 코트라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부터 진행된 인베스트 코리아의 공개채용 전형에는 24명이 지원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원자 24명 중 최연소인 점은 ‘일부 지원자가 연령을 기재하지 않아, 최연소인지 여부는 확인 불가’라고 밝혔지만 지원자 중에서도 어린 편으로 알려졌다. 물론 역대 최연소인 점은 분명하다. 또한 최근 5년에 비춰봐도 장 대표는 42세로 전 대표, 전전 대표보다 10세 이상 어린 나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발로 뛰어야 한다”며 “나이가 어린 점이 좋은 점수를 받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력 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게시판에 올라온 글처럼 스타트업 대표였다는데 검색해도 알기 힘들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전 경력이 인천글로벌캠퍼스 운영재단 대학지원팀 차장이다. 자연스럽게 차장이 곧바로 대표로 취임할 만한 경력이 되느냐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이번 채용에는 빠졌지만 전임 대표 채용시에는 ‘대기업 임원, 정부부처 국장급 등’으로 경력 조건을 명시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코트라 내부 관계자는 “지원자들 중에는 쟁쟁한 사람이 꽤 많은데, 이들을 놓고 비교해보면 장 대표의 경력이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민준 KOTRA 노조위원장은 장 대표 선임을 두고 유감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박 노조위원장은 “나이와 경력을 보고 기존 전임자와 비교해 부족하다고 생각해 유감을 표했다. 다만 실제로 몇 번 만나보니 젊고 의욕도 있으신 것 같아 지켜보는 입장이다“라며 ”내부에서 걱정을 많이 한 것은 맞다. 익명 소통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의혹의 눈빛으로 본 것도 사실이다. 다만 며칠 지나고 대면하면서 우려는 불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관계자의 말처럼 코트라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나머지 23인의 지원자 경력 중 허술한 사람도 있지만 대기업 임원급 이상이나 스위스 연방은행 임원, 스웨덴 투자유치기관 고문,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장 등을 맡은 지원자도 있다. 앞서의 코트라 관계자는 “직급보다는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인베스트 코리아가 한국에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일을 하는 만큼 외국 대학을 유치하는 직무를 맡았던 경험이 도움될 것으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외국 대학 유치 경험이 도움될 수 있겠지만, 차장 직급으로 일한 것과 인베스트 코리아 대표가 과연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 의구심으로 보는 눈길이 많다. 또한 인베스트 코리아 대표 선임 관련 법령에는 박사 학위가 필요한데 장 대표는 박사 학위도 갖추지 못해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한홍 의원은 “선임 관련 근거에 따르면 ‘해당 분야의 실무경험이 3년 이상인 국내외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사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로 나와 있어 박사 학위가 없는 장 대표를 선임할 경우 코트라 사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분야의 전문가여야 하는데, 장 씨는 지원자격 요건을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논란이 더 커진 데는 장 대표가 DJ 손녀사위라는 사실이 있다. 그의 눈에 띄는 행적 중 하나도 다시금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선 25년 만에 국빈 방한했을 때 청와대 국빈 만찬장에 그도 자리를 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국빈 방문에 우리나라 측에는 70명이 자리를 했다.
당시 장 대표가 앉은 자리는 6테이블이었다. 6테이블에는 박수현 당시 청와대 대변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그리고 그 옆에 장상현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차장이 앉아 있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와 야당 원내대표, 대기업 회장에 옆에 앉기에는 아무래도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차장은 의전상으로도 어색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테이블로 눈을 돌려봐도 당시 장상현 차장 이외에는 정재계, 문화계 유력인사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상징성 있는 인사들이 자리해 의구심을 더하게 했다. 13일 앞서의 윤 의원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윤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유력 인사들이 자리한) 국빈만찬장 자리에 장상현 씨가 앉아 있었다. 금수저 대물림이다”라며 “연봉이 성과급 포함해 2억 4000만 원까지 받는 자리다. 이런 공기업 인사를 두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앞서의 의혹에 대해 “글로벌 투자유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영어구사 능력이 제일 좋았다. 면접자들 중 유일하게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구사했다. 이를 종합 평가해 최적임자로 선발했다”며 “의혹이 보도되고 있지만 전부 사실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뽑았다. 논란이 일고 있지만 내부는 장 대표를 지지하는 목소리다”라고 반박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