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엔 역사의 슬픔이, 한곳엔 희망찬 미래가…
우베인 다리의 풍경.
북쪽이나 인도로 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예다나봉 브릿지. 아치형 철교이고 에야와디(Ayeyarwady) 다리라고도 합니다. 미얀마를 관통하는 2100km의 강 이름이 에야와디 강입니다. 옛 이름은 이라와디(Irrawaddy) 강입니다. 1989년 군부정권이 이름을 바꾸었지만 아직도 언론에서는 옛 이름을 쓰기도 합니다. 제가 인도 국경으로 갈 때나 서북부로 여행을 갈 때 이 다리를 통과합니다. 천년고도 바간(Bagan)으로 갈 때는 페리가 이 다리 밑을 지나갑니다. 이 다리를 통해 수없는 티크목, 보석원석, 밀과 농산물을 실은 트럭이 오갑니다. 미얀마 경제를 살리는 상징적인 다리로 2008년 완공되었습니다.
에야와디 다리. 인도 국경으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샨 주에서 온 빠오족 여인들이 여행을 왔다.
반면 우베인 다리는 1850년 만들었으니 168년이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목조다리입니다. 당시 우베인 시장이 왕궁을 짓고 남은 티크목으로 다리를 세웠습니다. 타웅타만(Taungthaman) 호수를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일몰이 아름답기에 저녁 5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립니다. 1.2km를 걷다보면 외국인도 많지만 이곳 시민들도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손님이 오거나 결혼을 하거나 또는 마음이 울적할 때, 이 다리를 걷게 되는 것입니다. 승려들이 탁발을 위해 이 긴 다리를 건너 반대편 마을로 오기도 합니다.
바간으로 가는 페리는 에야와디 다리 밑을 지나간다.
우베인 다리는 168년을 이겨낸 티크목 다리다.
지난날 이 도시의 슬픈 기억을 담은 저의 시가 노래가 된 지가 2년. 저는 이 도시로 이사를 왔고 가끔 이 다리를 건넙니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거나 이웃이 결혼을 할 때. 직원이 이 도시를 떠나기 전, 이곳에서 석별의 정을 나누며 마지막 사진들을 찍곤 합니다. 오늘은 두 개의 다리를 한꺼번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옛 직장 선배가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분이 두 개의 다리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다리를 걸으며 우리는 그간 양쪽으로 떨어져 지낸 긴 시간을 연결해야만 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다리 위에서 문득 4행시의 노래를 씁니다. ‘다시 우베인 다리에서’.
그대의 눈물을 보았기에/ 더 이상 깊은 호수를 볼 필요가 없어요
그대의 슬픔을 호수가 가져갔기에/ 더 이상 긴 다리를 혼자 걷지 않겠어요
그대의 고독을 호수가 껴안았으니/ 더 이상 눈부신 석양을 바라볼 필요가 없어요
그대의 상처를 호수가 안았으니/ 더 이상 푸르른 밤 호수를 보지 않겠어요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