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자들 과당경쟁 우려에도 매출 쑥쑥…면허 발급 요건 낮아질 전망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재무안정성 취약 우려로 면허 신청이 반려된 ‘플라이강원(옛 플라이양양)’과 ‘에어로케이’를 비롯해 ‘에어프레미아’, ‘에어대구’, 이상 4곳이 올해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는 각각 지난 5월 30일과 지난 9월 17일 국토부에 항공운송면허 신청서를 제출했다. 에어프레미아는 플라이강원과 같은 지난 5월 면허 신청을 추진했지만, 국토부의 항공사업법 법령 개정에 따른 협조 요청에 따라 10월 중 면허 신청에 나선다. 2019년 운항 예정을 밝힌 에어대구는 투자금 유치를 완료하는 대로 면허 신청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의 국내선 계류장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들이 운항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허 신청 사업자가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났음에도 분위기는 좋다. 우선 지난해 국토부가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의 면허 신청을 반려한 사유로 든 ‘재무안정성 부족 우려’가 완화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2곳에 대해 항공사업법 면허 요건인 자본금 150억 원에는 충족하지만 재무안정성이 부족하다며 면허 신청을 반려했다. 이후 국토부는 올해 초 국내 항공사업법상 면허 요건을 자본금 300억 원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양사가 항공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면허 신청 요건을 하향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자 국토부는 300억 원으로 올린 자본금을 다시 150억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미 신규 사업자들은 자격 요건을 훌쩍 넘는 자본금을 갖췄다. 등기부등본 기표 기준 플라이강원의 자본금은 346억 원이다. 에어로케이는 자본금 450억 원을 투자금으로 유치했다. 면허 신청 전인 에어프레미아는 자본금 370억 원을 갖춰놓은 상태다.
국토부가 제기한 LCC 시장 포화 및 과당경쟁 우려도 약해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LCC 신규 사업자 면허 발급 검토 당시 비공개 간담회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사업자를 불러다 면허 발급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당시 LCC 1곳과 2곳을 각각 가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과당경쟁에 따른 공멸을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존 사업자들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었다. 노선 확대와 여행 수요 증가 등 호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국내 6개 LCC의 매출액은 2016년보다 35.8% 늘어난 3조 6313억 원을 기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35년까지 여객 수요가 연평균 4.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와 보잉은 2035년까지 각각 연평균 4.5%, 4.7%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이유로 국토부가 기존 사업자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반영해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을 차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도 시장 과당경쟁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5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당경쟁의 우려’ 조항을 삭제하는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지역사회의 면허 승인 요구 목소리도 크다. 충청북도 관광홍보 담당 관계자는 “항공 시장을 제대로 보고 기존 사업자보다 소비자 편익을 우선해 면허 발급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토부는 지난해 ‘청주공항 용량 부족에 따른 사업계획 실현 애로’를 면허 발급 반려 사유로 들기도 했는데 청주공항 국제선 연간 이용 가능 용량은 152만 명, 지난해 이용객은 18만 5900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에어대구 등 4곳 신규 사업자가 올해 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요신문
지난 8월 17일 국토부가 대량 실직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진에어 면허 유지 결정을 내린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토부가 신규 LCC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국토부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항공운송사업 면허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부 항공정책실 과장 및 사무관이 지난 8월과 지난 9월 각각 교체됐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교체됐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자들도 최근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올해 7번째 LCC 사업자 등장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많으면 2곳 정도 면허 발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고,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둔 LCC 신규 사업자 등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