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날개 달고 더 멀리 날아보자’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최근 기업공개 준비에 나서면서 향후 항공운송시장 판도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증권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이스타항공이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은 연내 상장을, 이스타항공은 내년 하반기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2016년 공식 취항한 에어서울을 제외한 국내 저가항공사가 대부분 증시에 상장하는 셈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이미 2015년, 2017년에 각각 상장해 지난 16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1조 2137억 원, 9345억 원을 기록하며 저가항공의 달라진 위상을 보이고 있다.
3사 중 증시 상장에 가장 먼저 시동을 건 곳은 티웨이항공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6월 기업공개 추진 계획을 밝힌 후 10월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현재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에어부산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상장에 나섰지만 부산시 등 일부 주주의 반대로 무산됐다. 업계 일각에선 티웨이항공의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에어부산의 상장 재도전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지난 3월 2일 주주총회에서 기업공개 재추진을 논의하고 23일 주주사 대상으로 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기업공개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6일엔 대표주관사 선정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이번엔 과거와 달리 이사회의 공식적 합의도 이끌어낸 만큼 증시 상장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이스타항공은 내년 7월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재무 여건과 벨류에이션 준비 과정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저가항공사들이 앞다퉈 상장 속도전을 벌이는 이유는 대규모 자금 확보를 통한 신사업 추진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3사는 공통적으로 중·대형기를 추가 도입해 기존 중·단거리 노선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국내 저가항공사 최초로 유럽·북미 지역까지 노선을 늘릴 예정이다. 일본·중국·동남아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해외 프랜차이즈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에어부산은 시뮬레이터 장비, 정비시설 확보 등 인프라 구축을 꾀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상장 재원으로 시설을 확충하고 각종 사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며 “이는 회사 규모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미국 보잉사의 신형 여객기 도입으로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중거리 노선 확대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부터 변경될 리스 회계기준이 항공사 상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스 회계기준이 현행 K-IFRS 1017호에서 K-IFRS 1116호 바뀔 경우 항공기 운용리스는 비용이 아닌 리스 관련 자산·부채로 계상해야 한다. 저가항공사들이 대부분 항공기를 리스료를 내고 빌려 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는 절하될 수밖에 없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단순 회계기준 변경이 현금 흐름 등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부채비율의 상승은 좋을 게 없어 항공사들이 이를 사전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항공사들의 상장과 투자 가치는 이들의 지난 실적과 업황 호조 등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 항공운송 전문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제주항공이 낸 1000억 원 상당의 영업이익 등은 후발 상장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3, 4년간 10% 넘게 성장한 내국인 출국자 비율과 7월 도입 예정인 52시간 근무제 등을 고려했을 때 저가항공사들의 증시 전망은 밝다”고 분석했다.
저가항공사들이 비약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낮은 비용으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저가항공사들은 유통채널, 항공기 보수·관리, 이·착륙, 기타 서비스 부문 등의 원가를 절감해 저렴한 항공료로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적은 수의 항공기를 보유하며 대형 항공사의 ‘허브앤스포크 전략’(국가 간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다시 작은 노선을 연결)이 아닌 ‘포인트 투 포인트 전략’(지역과 지역을 직접 연결)으로 항공기 운용 효율성을 높인 점도 이들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류제현 연구원은 “항공 자유화 정책이 시행된 후 특별한 경험으로 여겨지던 비행기 탑승이 단순 교통수단 이용으로 변모하면서 가격이 중요 고려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저가항공사들이 상장 절차를 밟는 등 비약적 성장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낮은 비용으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 덕이다. 임준선 기자
전문가들은 저가항공사의 상장 등이 항공업계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겠으나 소비자 이익을 도모할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 내실화를 다지는 데 성공한 저비용항공사들의 상장으로 항공시장의 성장잠재력은 점점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곧 항공 서비스 질 향상 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비행업체간 경쟁이 항공료 인하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으나 항공 수요가 높은 시기엔 결국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장원리를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높아진 LCC 진입장벽에 비난 목소리 “기존업체 보호보다 안전관리 강화해야”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저가항공사의 면허 발급 요건을 강화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국토부 조치에 “기존 사업자들만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지난 3월 14일 입법예고하고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등록자본금 150억 원에서 300억 원 이상으로 상향 ▲항공기 요건 3대에서 5대 이상으로 확대 ▲기존 항공사 관리 강화 등을 포함한다. 과거 저가항공사 진입 촉진을 위해 완화했던 면허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플라이양양·에어로K가 제출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신청을 모두 반려하며 이 같은 기준 강화를 예고했다. 당시 국토부는 “과당·출혈경쟁에 따른 항공사들의 재무 건전성 악화, 안전투자 소홀, 소비자 피해 등을 방지하고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면허 신청을 반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플라이양양·에어로K 등을 비롯한 신규 업체들은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가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사실상 봉쇄하는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국토부가 과당경쟁을 근거로 들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 확대는 방관, 시장진입 면허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논리라는 입장을 내세운다. 전문가들은 시장진입 규제는 시기상조이며 안전관리에 힘쓸 때라고 역설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 항공시장은 오히려 공급을 필요로 한다”며 “지금 시점에선 시장진입 자체를 규제할 게 아니라 운항허가(AOC) 단계에서 안전문제 관리·감시를 강화해 항공사들을 긴장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