셉테드 디자인-취약계층 지원 등 침입 범죄 지난해 38.2% 감소
성남시는 최근 도시 안전과 범죄 예방의 화두로 떠오른 ‘범죄예방환경설계(셉테드,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mental Design)’ 디자인을 구도심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셉테드 디자인은 범죄에 취약한 구도심 지역의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범죄 발생 가능성을 미리 막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 전략이다. 다른 구에 비해 노후화 정도가 심한 수정구에 최근 1년 8개월간 50억 원의 예산을 투입된 것도 이 같은 계획에 따른 것이다.
도로나 상·하수도를 정비하고 낡은 어린이 놀이터를 리모델링하는 등 도시 미관 개선으로 범죄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성남시의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제한된 경찰 인력의 순찰 활동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기 에 도시 미관 개선을 병행해 그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어두운 골목길에 매립식 백색등인 ‘솔라표지병’을 설치한 것도 셉테드 디자인의 일환이다. 올 들어 신흥동, 단대동, 분당동 등 12개소에 615개 솔라표지병을 설치했다. ‘여성안심귀갓길’ 문구를 골목길 노면에 도색하거나 유리렌즈에 빛을 투사해 벽면, 바닥, 천장 등에 이미지와 문자를 투영하는 LED 영상 장치인 ‘로고젝터’도 솔라표지병과 함께 시민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고 있다.
지난해 8400여 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안전마을길 디자인개선사업’은 셉테드 디자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성남여고 후문 일대의 노후한 담장을 여성과 청소년 친화적인 환경으로 디자인해 심리적 안전 확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역 현안과 대상지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인터뷰, 설문조사, 협의체 구성 등의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요자 중심 운영의 좋은 선례로 기록됐다.
치안 소외 계층에 대한 정조준형 정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자칫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사는 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한 안심벨과 CCTV 설치 예산을 직접 지원해주는 제도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여성세대원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주민등록상 1인 여성 세대주 또는 여성만 있는 가구에는 가구당 10만 원의 CCTV 설치비와 함께 월 9900원의 이용료를 지원, 실질적인 보탬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구도심의 재개발 지역도 집중 관리 대상이다. 범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2016년부터 3년간 210만 화소의 CCTV 80여 대을 설치하고 중앙통제실을 갖춘 관제시스템을 구축해 24명의 순찰자가 24시간 순찰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성남시 도시정비과에 따르면 관련 조치 후 재개발 구역 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단독주택 외벽에 특수형광물질을 발라 범인 검거에 활용하는 ‘특수 형광물질 도포사업’은 타 도시에서 잇따라 벤치마킹에 나설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정경찰서에 따르면 2013년 1831건에 달하던 수정구 내 침입 범죄가 이 사업 도입 첫 해인 2014년 1118건으로 전년 대비 39% 급감한 데 이어 2015년 892건(20.3%), 2016년 767건(14.1%), 지난해 474건(38.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남시는 시민이 재난이나 사고, 범죄로 피해를 입으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성남시민 안전보험’ 제도도 내년부터 도입해 시행한다. 사고 지역과 관계없이 성남시에 거주하는 시민은 누구나 가입 절차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민 안전 강화 정책을 민선7기 주요 공약으로 약속했던 은수미 성남시장은 “재난이나 범죄를 미리 막는 예방과 사후 보상 모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2016년 시범 운영된 바 있는 ‘성남시민순찰대’를 생활 거점별로 재도입해 각종 재난·재해는 물론 사건, 사고로부터 시민 안전을 확보하고 이를 공공일자리 창출과도 연계해 시와 시민이 함께 안전한 성남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