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계열사·탈세 미변상 등 100억 규모 새 횡령 혐의 찾아…조 회장 측 “지분 없어…99년 사건은 공소시효 끝났다”
# 검찰이 새롭게 찾아낸 횡령 혐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영일 부장검사)가 조양호 회장을 처음 소환한 것은 지난 6월 28일. 당시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수백억 원 규모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7월 5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신중한 접근을 선택했다. 석 달이 흐르는 동안, 섣불리 접근하지 않고 새로운 혐의 입증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9월 20일. 조 회장을 재차 소환해 100억 원 규모의 새로운 횡령 혐의를 무기로 공세를 펼쳤다.
지난 7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준필 기자
검찰이 찾아낸 횡령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계열사에 허위로 ‘이름’을 올리고 수십억 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것.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2002년 별세하자, 고인이 살던 부암장을 계열사인 정석기업으로 넘겼다. ‘조중훈 기념관’을 짓겠다는 명분이었다. 때문에 상속세 없이 명의 변경(기증)이 이뤄졌다. 실제 기념관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부인 김정일 씨가 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 사이 김 씨를 포함, 친인척 등 3명이 정석기업 임직원으로 등재돼 받아간 급여는 20억 원이 넘는데 이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밖에, 조양호 회장이 과거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사건에 대해 ‘제대로 변상하지 않은 부분’도 검찰은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지난 1999년 대검찰청 중수부는 한진그룹 탈세 사건을 수사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이 밝혀낸 혐의 금액은 조세 포탈 673억 원, 해외 리베이트 1106억 원. 조 회장은 건강 악화와 피해액 변제 등을 이유로 4개월 만에 보석 석방됐는데 이때 약속한 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검찰 보도자료와 판결문 등에는 이 같은 변제 약속이 적시돼 있었는데, 조 회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해당 금액이 수십억 원이 넘는데 이에 대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횡령 등)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 공정위에서 넘긴 공정거래법 위반도 추궁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10여 곳이 넘는 사정기관이 일제히 수사한 대한항공 혐의도 이날 함께 확인이 이뤄졌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내용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검찰에 고발한 것은 위장 계열사 의혹과 거짓 자료 제출 혐의 등이다. 공정위는 조 회장은 2014∼2018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때 공정위에 거짓 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객실용품 납품 업체인 태일통상의 지분 90%가 조양호 회장 소유라는 내부 문건을 압수한 것. 위장으로 계열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속이는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인데, 수사당국은 이 과정에서 선대 회장 제안으로 한진그룹에 납품하게 됐다는 이명희 씨 동생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억울하다”는 대한항공…공소시효 지난 것도 추궁
하지만 조 회장 측과 대한항공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정일 씨 등 친인척이 ‘기념관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을 했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라는 것. 또 조 회장이 태일통상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위장 계열사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검찰이 지난 1999년 사건을 들춘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 회장 측 변론 흐름에 밝은 한 법조인은 “회사 내에서 판단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결정이고, 1999년은 이미 관련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20여 년이 지난 사건을 들추는 것을 보면 검찰이 어떻게든 구속을 하려고 집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 검찰은 조 회장이 부동산을 차명으로 소유한 혐의도 있다고 보고, 2차 소환까지 석 달의 시간 동안 차명 소유 혐의에 대한 수사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을 구속하기 위해 각종 혐의를 모두 끌어 모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 그렇다면 구속은? “검찰도 신중할 수밖에”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에 대해서는 법조계 모두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횡령과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만간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황. 수사팀 흐름에 밝은 법조인들은 “검찰이 애매한 상황에 몰렸다”고 평가한다. 언론 등 겉으로 드러난 혐의에 비해, 다툴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지금 외부적으로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전부 구속돼야 할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범죄 혐의적인 측면에서는 가벼운 것이 많다”며 “조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가 수백억 원이라고 하지만 직접 했다고 입증이 된 부분은 일부분이고 가족들 전체의 혐의를 혼자 적용받다보니 다소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조 회장 측도 자신만만한 입장이다. 조 회장 측 정보에 밝은 한 법조인은 “검찰이 과거 사건까지 모두 털었지만, 몇몇 검찰이 수사한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이 명백하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괜히 무혐의를 주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법원 재판까지 가면 상당수가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검찰도 영장 청구를 놓고 의견이 나뉜다고 들었다”며 “청와대 지시로 일제히 달려들어 대한항공 수사에 나섰지만, 지금 흐름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이 받을 후폭풍도 적지 않다. 검찰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재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