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S홀딩스 4000억원 대형 사기사건으로 대표 구속…그 회사 사람들 이번엔 비엘파트너스에서 70억대 사기행각
비엘파트너스(BL Partners)는 투자자들에게 이런 말로 투자를 이끌어 냈다. 그런데 비엘파트너스가 특별히 노린 투자자들이 있었다. 바로 이미 사기를 당하고 있던 TNS홀딩스 피해자들이었다. 비엘파트너스 자금 모집책 대부분이 TNS홀딩스 사건의 모집책이었다.
비엘파트너스 홈페이지 소개 사진.
그런 TNS홀딩스 사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사기 사건이 터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등장한 비엘파트너스가 그 주인공이다. 비엘파트너스의 대표 노 아무개 씨는 TNS홀딩스의 본부장으로 TNS홀딩스 주요 임원이었다. 노 씨 외에도 TNS홀딩스의 투자를 권유하는 모집책이었던 김 아무개 씨도 비엘파트너스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했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은 “TNS홀딩스에서 사기 기술을 배워 더 큰 돈을 벌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른 건 사기에 내세우는 상품이 TNS홀딩스는 금융 상품을, 비엘파트너스는 실제 현물을 중심으로 유통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엘파트너스는 구체적으로 거래하는 상품명도 알려줬다. 라오스에 카지노 게임기 임대, 말레이시아에 통신 장비 유통,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마스크팩 납품, 필리핀 스포츠 토토 사업 컨소시업 양해각서 체결, 캐나다 브랜드 국내 론칭,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종이컵 납품 등 탄탄한 유통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홍보했다. 이들은 투자하면 최소한 물건은 갖고 있으니 원금을 날릴 일은 없다고 설득했다.
비엘파트너스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이율은 연 10~15% 정도였다. 피해자 A 씨가 비엘파트너스와 2016년 6월 계약한 내용 중 하나를 보면 2000만 원 계약에 만기 18개월간 이율 25.5% 상품이었다. 1년으로 보면 17%에 달하는 높은 이율에다 원금까지 보장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6개월, 12개월, 18개월마다 8.5%의 이자인 170만 원을 지급한다고 나와 있다.
A 씨가 비엘파트너스와 계약한 계약서 중 일부. 비엘파트너스는 만기 18개월에 25.5% 이자를 주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이란 점이 특히 끌렸다고 한다. 원금 보장과 높은 이율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행복한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2017년 10월 사실상 모태로 보여지는 TNS홀딩스가 사기로 판명나면서다. A 씨는 2017년 10월 모집책인 김 아무개 씨에게 비엘파트너스에 투자한 원금을 모두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대신 비엘파트너스 사무실로 불러 회사 대표인 노 아무개 씨와 함께 강남구에 있는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화장품 샘플이 가득했다.
이들은 “비엘파트너스는 TNS홀딩스와 다르다. 유사수신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화장품 샘플 판매를 통해 60~80%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샘플을 중국으로 수출해 샘플 업계 1위라며 회사가 탄탄하다고 오히려 홍보까지 했다. 두 사람은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 계약기간을 유지해달라. 회사 자금이 갑작스럽게 없다”며 원금 및 이자 지급 불가를 알렸다. 하지만 만기일이 지나고 나서도 투자한 1억 300만 원을 받을 길이 없어졌다. 재차 따졌지만 원금 지급 불가를 통보받았을 뿐이다. 그들이 자랑하던 ‘유통하는 물건이 원금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말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창고까지 보여주면서 신뢰를 얻으려고 했던 샘플 화장품 판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샘플 화장품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A 씨는 임신 중에 이 같은 피해를 겪게 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받게 된다. 20대에 모아 놓은 돈 거의 전부를 날렸기 때문이다. 노 씨, 김 씨를 용서할 수 없었던 A 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찾아 소송을 하게 된다. 피해자는 대략 150명에 피해액은 70억 원이었다.
문제는 약 1년 만에 70억 원이라는 돈이 증발해버렸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이 상환받은 금액도 없고 앞으로도 난항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피해자 B 씨는 노 씨를 찾아갔지만 돈이 없다는 대답에 “그럼 당신이 차고 있는 명품 시계라도 달라”고 하자 노 씨는 미쳤냐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에서는 노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사기), 유사수신 혐의로 구속했다. 이외에 김 씨 등을 포함한 모집책들은 투자자들에게 원금 보장이 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사실이 문자 대화 내용 등으로 인정돼 유사수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현재 비엘파트너스의 야심찬 사업계획서에 적힌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자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가 나올 뿐이었다.
피해자들은 노 씨뿐만 아니라 모집책들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의 사실상 대표격인 A 씨는 “모집책들은 유사수신 및 사기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모집금액 당 10% 이상의 수당을 받으며 함께 사기를 도모했다. 그럼에도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을 알고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사수신을 하고 있다”며 “쉽게 풀려나는 모집책들은 결국 본인이 우두머리가 돼 직접 사기를 치는 괴물이 돼가고 있다. 유사한 사건이 유사한 모집책들 집단에 의해 반복되는 만큼 엄한 처벌 등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달라”며 강한 처벌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