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소공연 소속단체 전수조사 등 탄압 논란…일각에선 ‘소공연 투쟁 정치적 의도’ 의심도
이날 국회 산자위 위원들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최근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 16개 정부기관을 동원해 소공연 소속단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려 했던 것에 대해 “중기부가 공안부서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소공연 탄압 논란에 대한 공방이 격해지면서 급기야 일부 산자위 위원들이 국감장을 나가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동안 소공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8월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소공연을 향한 정부의 불편한 기류는 올 초부터 감지됐다. 청와대가 지난 1월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면서 소공연 회장만 초청하지 않은 것이다. 소공연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생존권 투쟁을 예고하고 나서다.
소공연 관계자는 “우리는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장 실무자 위주로 간담회가 진행된다고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이후로 소공연은 각종 정책결정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배제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4월 동반성장위를 구성하면서 소공연 추천 인사를 배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공연은 700만 소상공인의 공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상공인업계 유일 법정단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소공연 패싱 논란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해 2월에는 여권이 소공연 회장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회장 선거 최종 후보자는 최승재 현 회장 1인이었다. 그러자 소공연 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에서 “회비 미납을 이유로 일부 단체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것은 무효”라며 ‘임원선거 공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선거는 3월 30일로 미뤄졌다.
이에 대해 소공연 지역회장단은 “정추위는 최 회장의 후보 적격성을 문제 삼기 위해 임의로 급조한 단체”라며 “연합회를 관변단체로 만들려는 정치권의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소공연이 여권의 개입이라고 의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공연 관계자는 “정추위 정인대 위원장은 ‘소상공인 1만인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가했던 인사다. 정 위원장 외에도 정추위 인사 중 상당수가 문 대통령 지지선언에 참여했거나 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다.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도 정추위가 낸 탄원서에 서명을 했다. 우리로서는 여권의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정추위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했지만 홍 장관이 작년 말 정추위 소속 인사들과 논의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국감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9월에는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최승재 회장 관련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정추위는 지난 3월 최 회장을 횡령 및 배임죄로 고발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회장 선거 연기도 그렇고 최 회장 사건도 그렇고 정추위가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기관에서 움직이는 방식이다. 여권에서 정추위를 앞세워 우리를 탄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최 회장 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이렇게 내용이 없는 고발장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 그런 사건을 검찰이 재조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공연은 사무실에서도 쫓겨날 처지다. 소공연은 정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연구원(중기연) 2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갑자기 중기연 측에서 사무실이 부족하다며 퇴거를 요청한 것이다.
소공연은 지난 2016년 중기연 측의 요청으로 해당 사무실에 입주했다. 당시 중기연은 관련단체인 중기연과 소공연이 한 건물에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입주를 요청했다. 소공연 측은 “불과 2년 만에 중기연 측 인원이 사무실이 부족할 정도로 늘었겠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소공연 내년도 지원예산은 20%나 삭감됐다. 소공연 지원예산은 2015년 5억 원, 2016년 10억 원, 2017년 15억, 2018년 25억 원으로 매년 상승해왔다.
소공연 측은 “소공연이 2014년 설립된 신생 단체고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는데 예산을 20%나 삭감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는 소공연의 집행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라면 부진한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삭감하면 된다. 전체 예산에서 20%를 일괄 삭감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예산이 삭감된다는 것도 통보받은 것이 아니라 국회를 통해 알아냈다. 내년 예산 20%가 삭감되면 활동에 큰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함께 일하는 직원 중 몇 명을 내보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경찰청, 행안부 등 16개 기관을 동원해 소공연 소속 61개 단체의 운영 실태를 조사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중기부 측은 “사찰이 아니라 산하단체에 대한 합법적인 관리·감독 절차”라고 주장한다. 소공연 측은 “중기부 측에서 요청이 있으면 자체감사를 해서 결과를 보고해 왔다”면서 “우리가 자체감사 한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소속단체만 조사하면 되는 것이지 소속단체 전체를 전수 조사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리가 최저임금 인상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차등적용하자는 것인데 왜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마치 반정부단체처럼 취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기존 주장만 되풀이한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최저임금 투쟁을 이어나가는 데 지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회원들이 혹시 자기한테도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한다”면서 “우리는 소상공인‘연합’회다. 연합체이다보니 회원들이 흔들리면 결집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공연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최저임금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임대료, 가맹비, 카드수수료 등 소상공인을 힘들게 하는 요인은 따로 있는데 최저임금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소공연은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들어진 단체고, 최승재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친정부 집회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소공연 측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투쟁했고 과거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소공연 측은 “임대료나 카드수수료 등도 소상공인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지만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아니지 않나. 반면 최저임금은 불과 2년간 약 30% 가까이 인상됐다. 소상공인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런 급격한 인상을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 소공연이 최저임금 반대 투쟁에 나선 것은 회원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감에서 정부의 소공연 탄압 의혹을 제기했던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제를 반대했다고 온갖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데 이게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뭐냐”면서 “여러 의혹 중에서도 사무실 퇴거 요청이나, 예산 삭감, 소공연 소속단체 실태조사는 명백한 정부의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