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고위관계자 수사 관여 가능성…청와대와 교감 있었나
이재명 경기지사. 박은숙 기자
이재명 지사와 관련해 불거지고 있는 의혹들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다. 또 자극적이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려 했다는 것부터 시작해 여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 ‘혜경궁 김 씨 트위터’ 논란, 조폭 연루설 등이 이 지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사로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개인 신상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6월 지방선거 때 나온 ‘혜경궁 김 씨’를 제외하곤 대부분 오래전부터 거론됐던 것들이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 지사는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경찰은 지난 10월 12일 이 지사 휴대폰 두 대를 압수하고, 그가 근무했던 성남시청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바른미래당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이 지사를 고발한 데 따른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지사 압수수색 소식에 대한 민주당 반응이었다. 지방선거 격전지였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겼고, 유력한 ‘잠룡’으로 꼽히는 이 지사가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됐지만 민주당에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친문 핵심 김경수 경남지사가 특검 조사를 받을 당시 수많은 의원들이 앞다퉈 논평을 내놨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시장과 가까운 정성호 의원만이 경찰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참으로 요란하게 압수수색을 했다. 이 지사 형의 정신질환 및 입원조치는 2012년부터 외부로 문제되었고, 이미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일이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고 당선이 되자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겠냐 하는 것 같다”면서 “법집행에 공평, 공정, 정의가 관철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권 최대 계파이자 주류인 친문 진영에선 싸늘한 시선이 역력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친문 의원들은 “경찰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압수수색을 했겠느냐” “경찰 수사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수사 개입 여지가 있다” “이 지사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했다. 이 지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대해 비문계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지켜봐왔던 친문계 행태와는 너무 다르다. 자기 쪽 인사들이 수사를 받게 되면 SNS 등을 통해 경찰과 검찰을 얼마나 비판했느냐. 김경수 지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재판 결과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례도 적지 않다. 지금 친문계 분위기는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이나 괘씸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를 우군이 아닌 적으로 보는 것이다. 야당과 언론 등에서 (이 지사를) 공격하고 있는데 여당 주류에서조차 이렇다면 이 지사는 사실상 지금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다.”
친문 진영이 이 지사에 대해 반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사가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선을 치르면서다. 그리고 올해 6월 지방선거 때 이 지사는 친문계 ‘공공의 적’이 됐다. 이 지사는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과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고, 양측은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혜경궁 김 씨’ 사건도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친문 정치인은 물론 지지자들도 이 지사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경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이 지사의 상처는 깊었다. 여권 안팎에선 ‘이 지사 정치 경력은 여기까지’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와 관련된 파일들이 도마에 오른 것과는 별개로 여권 주류인 친문 세력과 등을 진 게 치명상이었다. ‘이재명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친문 진영에서 퍼졌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경선 때 친문과 세게 붙었고,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대권을 생각하면 차라리 경기지사 경선에서 지더라도 살살 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지사 측과 비노 진영에서 ‘이재명 죽이기’ 실체를 의심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이 지사를 쳐내기 위해 여권 핵심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골자다. 경찰 수사 후 이 지사 발언을 살펴보면 이러한 기류가 확연히 감지된다. 이 지사는 압수수색 당일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문제 되지 않은 사건인데 6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왜 이런 과도한 일이 벌어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 지사는 친문 진영을 향해 화해 메시지도 보냈는데, 이 역시 경찰 수사가 정치적 의도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대선 때) 싸가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손해만 될 행동을 했다. 그 후과를 지금 받고 있다. 그래서 업보라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과 그 지지자를 향해 간접적인 사과를 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후부터 이 지사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경기도지사 경선 땐 온갖 협박을 들어야 했다. 한 친문 의원은 ‘임기를 다 마치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친문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 개선을 해야 했다. 이 지사가 뒤늦게라도 친문 쪽에 그런 제스처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의 비문계 의원은 “이 지사를 겨냥한 일련의 경찰 수사에 친문 핵심들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지사 측도 그런 의심을 품고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사로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고발에 따른 정상적인 수사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면 분명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친문 의원 역시 “이 지사를 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경찰 수사에 관여했다는 것은 이 지사 측의 피해의식일 뿐이다. 모두 이 지사가 주변을 관리하지 못해 생긴 일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전·현직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모습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직도지사에 차기 주자로 꼽히는 여권의 정치인을 경찰이 독자적인 결정에 의해 압수수색했다고 보긴 어렵다. 청와대 재가까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교감이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현직 사정기관 관계자도 “절차만 놓고 보면 경찰 수사를 뭐라고 하긴 어렵다. 그런데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다른 정치인들 사례를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고려가 경찰 수사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 측은 물론 여권 내부에선 친문 실세로 통하는 한 사정당국 고위 인사가 경찰 수사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이재명 죽이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 고위 인사와 가까운 한 친문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그 사정당국 고위 인사가) 이 지사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사생활에 문제가 많은 이 지사가 차기 주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면서 “이 지사 수사 내용을 거의 매일 보고받고, 수시로 체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점까지 검증, 난감하네~’ 이재명-김부선 공방 한 편의 막장 드라마 사면초가에 몰린 이재명 지사가 초강수를 뒀다. 김부선이 소설가 공지영 씨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 신체 특정 부위에 ‘동그랗고 큰 까만 점’이 있다”고 말한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자 스스로 신체검증에 나선 것이다. 김부선은 이 지사 ‘점’이 불륜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지사는 10월 16일 오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받았다. 병원 의료진은 7분간 이뤄진 검증 후 “이 지사 신체 주요 부위에 동그란 점이나 레이저 흔적, 수술 봉합, 절제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처음엔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지만 SNS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서 신체검증을 하게 됐다”면서 “우리도 수치스러웠는데 이 지사는 오죽했겠느냐. 그런데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부선 법정 대리인인 강용석 변호사는 “신체의 점 하나로 하늘을 가리려나 보다”면서 “다른 신체 비밀도 있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했다. 새로운 폭로를 예고한 셈이다. 앞서의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이냐. 김부선이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잘 알 것이다. 이런 소모적인 싸움이 어서 끝나 도정에 전념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의 ‘점’을 둘러싼 공방에 씁쓸한 반응이 주를 이룬다.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은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신체 특정 부위의 점까지 등장해 민망하기만 하다. 부끄럽다. 정치가 더욱 조롱받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SNS 등을 살펴봐도 진실 규명보단 흥미 위주로 변질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