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신사업 붐 불며 기업과 손잡고 헬스케어 회사 5곳 설립…의대교수 주주로 참여해 의료공공성 문제제기
서울대학병원의 영리 자회사에서 갖은 잡음이 나오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이 자회사 주식을 개인적으로 보유해 의료 공공성에 반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서울대학병원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정부는 대학병원의 영리 목적 자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서울대병원은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와 이지케어텍, SNUH벤처를 자회사로, 이지메디컴, 인더스마트를 출자회사로 뒀다. 서울대병원은 의료IT 전문기업인 이지케어텍을 통해 종합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의료상거래 전문업체인 이지메디컴을 통해 의료물품 관련 구매를 한다. 문제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가 의대교수와 기업 간 밀월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
헬스커넥트는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합작회사다. 원격의료가 주요 사업이었지만 규제에 제대로 사업을 해보지도 못한 채 적자만 쌓이고 있다. 매년 수십억 원 손실이 나고 있음에도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연구개발은 뒷전이다. 헬스커넥트가 2017년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0원이다. 헬스커넥트는 설립 당시부터 국립대병원이 영리 자회사로 운영해서는 안 되는 사업 분야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서울대병원은 이를 강행했다.
이지케어텍은 환자정보시스템을 다루는 회사로 서울대병원이 44.57%, 산업은행이 6.87%, 기타 개인이 48.2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지케어텍이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의료공공성의 선두에 서야 할 서울대병원이 환자 개인의 건강정보를 다루는 회사를 상장할 경우 수익성 추구로 인해 공공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환자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은 종종 있어 온 일이었다. 실제로 2014년 약학정보원이 환자의 개인 질병정보를 수집해 헬스케어 컨설팅 전문 업체에 판매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의 유출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의과대학 교수의 이지케어텍 주식 대거 보유가 확인됐다고 밝히자 논란이 확산됐다. 국립대 병원이 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해 뛰어든 신사업에 병원이 아니라 의대교수들이 주주로 참여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의대 교수들은 이지케어텍의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가 대학병원사업체의 내부자로 일하며 해당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상장을 준비하는 것. 서울대병원 노조는 내부거래를 활용한 이익획득도 문제로 제기했다.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여러 교수들이 비상장 주식을 들고 있다. 일부 교수는 가족 이름으로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의 출자회사인 이지메디컴은 의약품, 진료재료, 의료장비, MRO 등을 구매대행 해주는 비상장회사다. 서울대병원에 들어오는 물품을 이지메디컴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다. 이지메디컴 주주 구성을 보면 서울대병원이 5.55%,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23.79%, 윤 회장의 개인회사인 인성TSS가 15.20%, 나머지 개인이 지분을 갖고 있다. 결국 이지메디컴은 윤재승 회장 측 지분이 39.99%다. 윤 회장이 1대 주주나 다름 없다.
서울대병원은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지적에 계속 노출돼 왔다. 의약품업계는 이지메디컴이 독점적으로 서울대병원 등의 입찰을 대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윤 회장의 개인회사에 서울대병원이 지분을 출자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주는 셈이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지메디컴 이사회를 보면 윤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있으면서 경영에 참여하는데, 실질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서울대병원-윤재승 회장-대웅그룹의 3각 관계를 지적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이지메디컴이 윤 회장의 개인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표이사와 대웅 출신의 박 아무개 상무가 윤 회장에게 보고를 올린다는 것. 또 이지메디컴은 지난 6월 윤 회장과 함께하는 ‘소통의 산행’ 행사도 개최했다. 대웅제약에서 실시하는 산행 행사와 같은 맥락이다. 회장과의 산행에 앞서 일부 직원을 선발해 미리 회장에게 올릴 질문을 정하고 회장의 질문에 대비한 모범 답까지 연습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이지메디컴 한 관계자는 “윤 회장님은 사내에서 의사결정 최상단에 계신다. 서울대병원과 대웅, 이지메디컴 간의 관계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부 의과대학 교수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 윤 회장의 개인회사 이지메디컴에 지분을 댄 뒤 서울대의대 교수들이 지분을 사들이고 서울대병원의 일감을 몰아준 것은 기업의 모럴 해저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분당서울대병원장 재임 시절 이지메디컴 주식 6000주를 보유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었다. 약품과 의료기기 등을 선택할 권한이 있는 대학교수가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회사의 주주로 있는 것은 의료공공성에 반하는 처사다.
서울대병원 측은 “일부 서울대병원 임직원들이 주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주식소유가 병원의 거래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지메디컴은 회사의 설립과정을 설명하며 서울대병원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전자정부를 지향하던 2000년 초 전자입찰을 도입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이 100% 출자한 회사가 이지메디컴이다. 서울대병원만의 일감으로는 수익성을 찾기 힘들고 자본이 잠식되자 이지메디컴의 주식을 매각하고 공모했다는 것. 이때 일부 서울대병원 의과대학 교수들이 비상장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메디컴 관계자는 “외부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달리 서울대병원은 우리와 거래로 지난 3년간 670억 원의 구매비를 절감했다”며 “서울대병원 일감을 따내는 것은 조달청을 통해 이뤄져 어떠한 외력도 작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이지메디컴의 해명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립대 병원 의사가 주식을 보유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나온 일감을 한 곳에서 맡아한다면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지분정리가 필요해 보이고 의료 구매대행 업체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