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툰·위비툰 사업 종료설 솔솔…“수익률 저조하자 나 몰라라” 작가들만 발 동동
사업 부진을 이유로 투자 축소 의사를 밝혔던 KT의 웹툰 플랫폼 ‘케이툰’. KT 측은 10~11월 사이 사업 운영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케이툰 제공
그러나 이처럼 성공 일면만 보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던 비(非)문화콘텐츠 대기업들이 불과 2~3년 만에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하게는 몇 개월 동안 ‘간만 보다가’ 독자나 작가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업을 접어 비난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웹툰 업계에서는 “업계의 생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수익만 보고 뛰어들어 놓고서, 사업 부진을 모두 작가나 중개업체에 돌린 뒤 발 빼는 모습을 대기업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웹툰 업계를 가장 시끄럽게 한 것은 KT의 웹툰 플랫폼 ‘케이툰’이다. 기존에 있던 올레마켓웹툰을 리뉴얼해 2016년 출시한 케이툰은 대기업이 직접 공개적으로 웹툰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바 있다.
케이툰은 투니드엔터테인먼트로부터 웹툰 콘텐츠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투니드엔터테인먼트는 케이툰 출시 당시인 2016년 KT가 직접 투자에 나섰던 스타트업 기업이기도 하다. 30억 원가량을 투자했던 KT는 투니드 측과 함께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공동 조성하는 한편, 세계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아 왔다. 지난 4월에는 홍콩 란콰이펑 그룹 계열사인 란콰이펑 문화영화사와 웹툰 영화화를 위한 판권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외부로 보이는 것만큼 케이툰의 내부 사정은 장밋빛이지 못했다.
지난 6월 KT가 직접 케이툰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KT는 투니드를 통해 작가들에게 운영비를 현재의 3분의 1로 줄이고, 작가들의 원고료를 폐지하는 대신 유료수익분배만을 지급한다는 계약 조건 변경을 통보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웹툰 사업 부진에 대한 조치였다. 올레마켓웹툰부터 따지면 5년 만이었고, 케이툰으로 계산하면 고작 2년 만에 회사가 투자를 포기한 셈이다.
케이툰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웹툰·웹소설이 대부분 서비스 종료되고 있다. 사진=케이툰 홈페이지 캡처
당시 작가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친 KT는 잠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사업 축소 검토에 대해서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며 예산 감축 계획도 전면 백지화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는 앞선 ‘레진코믹스’의 소속 작가들에 대한 불공정 대우로 인해 웹툰 업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던 때였다. 이 때문에 케이툰 작가들 사이에서는 “KT가 내부적 일방 통보로 문제를 종결하려 하다가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이 몰리자 눈치를 보는 것이지 이미 사업을 접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예측은 어느 정도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현재 케이툰은 만화·소설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웹툰·웹소설이 아닌 출판 만화나 소설을 제공해 오던 서비스가 11월 15일부로 완전히 종료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이후 다수의 웹툰과 웹소설도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KT가 지난 7월 야심차게 준비한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 역시 운영 중단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이면서 문화콘텐츠에 문외한인 기업이 웹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본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 6월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웹툰 사업에 발을 담갔다. 웹툰 플랫폼 ‘위비툰’을 출시한 우리은행은 웹툰 콘텐츠를 이용해 모바일 고객을 모으고, 온라인 금융서비스와 핀테크를 강화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은 ‘4개월 천하’로 끝났다. 서비스 4개월 만인 이달 초, 위비툰 내부에서 “서비스 종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위비툰 역시 케이툰과 마찬가지로 웹툰 공급과 작가들을 관리하는 업체를 따로 둔 채 플랫폼만을 운영해 왔다. 해당 업체와의 계약 기간은 내년 초 종료된다.
이런 이유로 업체와의 계약만 무사히 해지된다면 우리은행 측은 소속 작가들에게 별 다른 배상을 하지 않아도 사업의 종료가 가능해진다. 당장 일할 곳이 없어지는 작가들만 대책 없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구조다.
우리은행이 야심차게 출범한 금융권 최초 웹툰 연재 플랫폼 ‘위비툰’은 사업 출시 4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익명을 요구한 한 웹툰 작가는 “지난해부터 웹툰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돼 왔었다. 레진코믹스나 폭스툰의 작가 보이콧, 계약 해지 등의 사태는 그런 문제들이 쌓이다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이런 플랫폼은 ‘중소기업이라서 제대로 된 운영이 되지 않았다’라는 방패라도 있었다”라고 짚었다.
이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플랫폼은 대기업의 자본 위에 구축됐고 작가들도 대기업을 믿고 계약을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대기업들이 제대로 홍보나 투자도 하지 않은 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얼마 안 돼 ‘돈이 안 된다’라며 곧바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여줬다. 플랫폼의 안정성을 실험하기도 전에 ‘대기업도 포기하는 사업’이라는 꼬리표만 남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의 권리는 더욱 수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카카오페이지 나홀로 성장세 주목 영상화 담당 ‘카카오M’ 내년 본격 서비스까지… 대기업들의 웹툰·웹소설 사업의 필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내 ‘신흥강자’로 자리 잡은 카카오페이지의 독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카카오페이지는 국내 3대 만화출판사인 서울문화사의 서울미디어코믹스와 학산문화사, 대원씨아이의 지분을 취득해 업계 내 지위를 공고히 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는 서울미디어코믹스 22.2%, 학산문화사와 대원씨아이 각각 19.8%의 지분을 확보해 이들 출판사의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 신문화산업은 물론,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지는 올해 2000만 명의 누적 이용자 수를 바라보고 있다. 연매출 17억 원으로 출발했던 사업 초창기에 비해 지난해 매출 1500억 원, 올 한 해 매출은 2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카카오페이지 제공 특히 웹소설의 경우는 “카카오페이지를 거치지 않고서는 팔 수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웹소설을 다루는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자사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할 뿐인 카카오페이지가 수익의 30%라는 다소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는 점이 업계 내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웹툰·웹소설 업계가 카카오페이지를 찾는 데에는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어마어마한 이용자 수 덕이 크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계열사이자 영상 제작 부문을 담당할 카카오M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하고 있는 작품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드라마·영화의 자체 제작도 가능해진다. 결국 웹툰·웹소설의 영상화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히고 있는 것. 한 유료 웹툰 플랫폼 관계자는 “현재 웹툰 플랫폼의 부동의 1위는 네이버웹툰이지만, 웹소설 분야에서는 카카오페이지에게 밀린다. 지금 카카오페이지의 성장세를 보면 웹툰 부문도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네이버가 네이버북스를 ‘시리즈’로 개편한 것도 카카오페이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이들 외에 좀 더 다양한 플랫폼이 만들어져 어느 한 곳의 독주를 막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기업이 손댔던 플랫폼인 ‘블라이스’나 ‘케이툰’ 등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웹툰·웹소설 작가 연대도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준비가 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짚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