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작가간담회 취소…2월 재계약 앞두고 작가·레진 간극 좁혀지지 않아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레진코믹스 사무실 앞에서 ‘레진코믹스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고성준 기자
11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과 이미 계약이 해지된 작가, 웹소설 작가, 독자 등 40여 명이 모였다.
당초 11일과 13일은 레진코믹스와 현직 레진코믹스 전속 작가들의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8일 집회 신고를 확인한 대관처 측에서 레진코믹스 측에 사용 불가 통보를 내렸다. 이 때문에 간담회가 전면 연기되면서 사옥 앞 집회만이 진행된 것이다.
이날 작가들은 레진코믹스에 대해 “간담회에 웹소설 작가와 계약 해지된 웹툰 작가들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간담회는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속 작가들을 대상으로만 진행될 예정이었다. 앞으로의 사업 방향과 계약 조건 등을 논의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미 계약이 해지된 웹툰 작가나 사업 자체가 종료된 웹소설 작가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
집회에 참가한 한 웹소설 작가는 “우리가 떼를 쓰자고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게 아니다. 레진코믹스의 졸속 경영으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었던 입장이고,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레진코믹스와 계약을 하게 될 다음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진코믹스 측은 난색을 표했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웹소설 작가와 계약이 해지된 작가들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그런 자리를 마련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집회가 열리고 있는 레진코믹스 사옥. 고성준 기자
이날 집회에 참석한 작가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또 다른 사안은 ‘블랙리스트’ 문제였다. 레진코믹스는 사측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야기를 개인 SNS에 게시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 배제 등의 불이익을 주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같은 블랙리스트 관리는 레진코믹스의 한희성 대표의 특별 지시라는 폭로도 터져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집회 참여 웹툰 작가는 “‘블랙리스트’라고 적힌 문건이 따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레진코믹스 내에서 요주의 작가로 낙인 찍혔던 작가들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입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한희성 대표의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레진코믹스는 이 사안에 대해 11일 새벽 작가들에게 보낸 간담회용 PPT 자료로 설명했다. ‘블랙리스트’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레진코믹스의 프로모션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긴 자료였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작품 홍보 프로모션은 외력에 의해 작동되는 게 아니라 정해진 메커니즘이 있다. 예컨대 인기도, 연독률, 독자 참여도 등을 모두 고려해서 높은 순위의 작품을 우선 선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늘 동일한 방식으로 프로모션을 정하게 되면 같은 작품만 계속해서 메인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방식을 바꾼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느 작품을 의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 시스템 자체가 아니다”라며 “블랙리스트라는 게 있으면 저희가 오히려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레진코믹스 작가 간담회는 1월 중에 재개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