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감 1년간 지속되다 점점 감소” “행복지수 일반인과 차이 없다” 연구결과 나와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더욱이 별다른 노력 없이 어느날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터. 그런데 잠깐. 정말 로또에 당첨되면 마냥 행복할까. 혹시 돈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더 불행해지는 건 아닐까.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시샘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을 해보지만 정작 당첨될 확률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벼락부자가 된다면 그것만큼 부럽고 샘이 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 불어닥쳤던 메가밀리언 광풍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도 대부분 그랬다. ‘내가 안 될바엔 차라리 아무도 되지 말았으면’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었다. 이에 최근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는 ‘과연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몇몇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1조 8천억 원대 복권 잭팟이 터진 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복권 판매점 앞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메가밀리언 복권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EPA/연합뉴스
메가밀리언의 다섯 개 숫자를 맞힐 확률은 정확히 2억 5889만 850분의 1, 그리고 여섯 개 숫자를 모두 맞히는 잭팟에 당첨될 확률은 3억 257만 5350분의 1이다.
10월 23일, 마침내 이런 비현실적인 확률을 뚫고 복권 역사상 최고의 당첨금을 획득한 행운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메가밀리언 당첨 번호 여섯 숫자를 모두 맞힌 사람은 단 한 명.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유소 편의점에서 복권을 구매한 당첨자의 신원은 현재 알려지지 않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댈라웨어, 조지아, 캔자스, 메릴랜드,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텍사스와 함께 당첨자 신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3개월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누적된 당첨금 총액은 무려 16억 달러(약 1조 8216억 원)였다. 이는 2016년 파워볼 당첨금이었던 15억 9000만 달러(약 1조 8105억 원)보다 많은 액수다. 더욱이 파워볼 당첨금은 세 명이 나눠 가졌다.
사정이 이러니 미 전역에서 로또 광풍이 불었던 것은 당연한 일. 추첨을 앞두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장당 2달러(약 2300원)하는 메가밀리언 복권이 초당 200장씩 팔려 나갔는가 하면, 메릴랜드주에서는 추첨을 두 시간 앞두고 분당 9100장씩 팔려 나가기도 했다. 복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나올 수 있는 전체 숫자 조합의 75%가 구매됐다. 이는 3억 개 이상의 숫자 조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고액 당첨 복권 판매처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심슨빌의 KC마트도 화제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조만장자가 된 당첨자가 탄생하자 그가 복권을 구매한 편의점 역시 화제로 떠올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심슨빌의 주유소에 위치한 KC마트로, 인도 출신의 이민자 부부가 운영하는 편의점이었다.
1등 당첨자가 발표되자 KC마트 앞은 언론사 취재진과 명당 자리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더욱이 복권 판매처인 이곳 역시 당첨 수익금을 나눠 가지게 됐기 때문에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1등 복권이 나온 곳은 수익금의 1%를 가져가되, 최대 수령액은 5만 달러(약 5700만 원)로 제한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당첨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나온 것은 주정부 입장에서도 호재다. 상금에 대한 소득세가 6000만 달러(약 680억 원)에 달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첨자는 일시불로 수령할 시에는 세금 25%를 제외한 9억 1300만 달러(약 1조 320억 원)를 받는다. 연금으로 수령할 시에는 30년에 걸쳐 나눠 받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복권에 당첨되면 행복할까. 이에 ‘데일리비스트’는 지난 수년간 진행된 횡재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복권 당첨자의 행복 수치는 눈에 띄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삶의 만족도는 높았다”고 말했다.
1978년, ‘개인 인격 및 사회심리학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그랬다. 극단적으로 다른 두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행복 지수를 측정한 이 조사는 각 그룹에게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를 묻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질문 대상은 당첨 금액이 5만~100만 달러(약 5700만~11억 원)인 일리노이주 복권 당첨자 스물두 명과 사고로 신체의 일부가 마비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TV시청, 친구들과 어울리기, 재미있는 농담 주고받기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는지 답했다. 그 결과 복권 당첨자들의 행복 지수는 5점 만점에 3.33점이었던 반면, 사고자들의 행복 지수는 3.48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별로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여러 연구 결과, 복권 당첨자의 삶의 질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으나 행복 수치가 눈에 띄게 변화하지는 않았다.
2001년 영국에서 실시된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9000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진은 복권에 당첨되거나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의 경우, 약 1년 동안 행복감이 지속되다가 그 후 점차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8년 실시된 ‘네덜란드 우편번호 복권’ 연구 결과를 보면 복권에 당첨되거나 당첨되지 않았을 경우, 심리적 변화는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매주 우편번호를 무작위로 추첨해서 소정의 상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당첨된 가정의 행복 지수와 당첨되지 않은 이웃의 잠재적인 질투심을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조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또 이웃의 경우에도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들이 덜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5월, 스웨덴의 ‘국가경제연구원’이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 33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복권에 당첨된 후에도 특별히 더 행복해진 것 같지는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10만 달러(약 1억 원) 이상에 당첨된 경우에는 더 그랬다.
다만 잭팟에 당첨된 경우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10년간 지속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삶의 만족도란 삶의 전반적인 질에 대한 것으로, 이는 사람이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나 연구진들은 이 경우, 아마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이 복권을 구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따라 변화를 느꼈을 가능성 역시 크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복권에 당첨된 기쁨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심리학자들은 ‘쾌락의 쳇바퀴’라는 전문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쾌락의 쳇바퀴’란 러닝머신 위의 사람들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느꼈던 터질 듯한 행복감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데일리비스트’는 초기의 흥분된 감정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은 진화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간이란 진화 과정에 따라 비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진정한 행복과 충족을 끊임없이 추구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소문내지 말고 변호사 고용하라” 워싱턴포스트가 당첨자에 보낸 조언 16억 달러가 걸린 메가밀리언 당첨 번호 여섯 숫자. 복권 역사상 최고액 당첨금의 주인공이 탄생하자 ‘워싱턴포스트’는 누군지 모르는 당첨자에게 당첨 후 행동 요령에 대해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가령 너무 흥분해서 여기저기 소문내지 말 것, 당첨금을 찾기 전에 침착하게 변호사나 회계사를 먼저 고용할 것 등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인내심’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말했다. “절대 서둘지 말라.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한 ‘워싱턴포스트’는 당첨금은 1년 안에 언제든 수령이 가능하므로, 이 기간 동안 변호사를 고용하고, 필요하다면 신탁을 설립하면서 준비하고 또 준비하라고 말했다. 사실 아무런 준비 없이 흥청망청 당첨금을 써버리다가 급기야 길거리로 나앉는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다. 뜬금없이 워터파크를 통째로 매입하거나, 도박으로 날리거나, 약물에 손을 대는 등 악몽으로 변한 경우도 있다. 가령 1997년 3100만 달러(약 353억 원)에 당첨됐던 빌리 봅 해럴 주니어는 파산 후 결국 자살을 하고 말았다. 자살 직전 그는 자신의 재정 고문에게 “로또에 당첨된 것은 내 인생 최악의 일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
‘비운의 당첨자’ 잭 휘태커, 회사도 망하고 딸·손녀도 잃고… 복권 당첨 후 불운을 맛본 잭 휘태커(왼쪽). “차라리 복권을 찢어버렸어야 했다.”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 아침. 웨스트버지니아주 퍼트냄카운티에서 건설업 관련 청부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잭 휘태커(71)는 설마하는 마음에 반신반의하면서 파워볼 번호를 맞히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 놀랍게도 그는 1등에 당첨됐고, 그렇게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됐다. 당시 파워볼의 당첨금은 3억 1490만 달러(약 3600억 원)였으며, 그가 일시불로 수령한 액수는 세금을 제한 후 1억 1338만 6407달러(약 1300억 원)였다. 그때만 해도 그는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복권에 당첨되기 전에도 이미 순자산 1700만 달러(약 193억 원)를 보유한 건실한 사업가였던 그는 사실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다. 때문에 돈에 대한 욕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그는 주기적으로 복권을 구매하기보다는 누적 당첨금이 1억 달러(약 1100억 원)가 넘을 때만 재미삼아 복권을 구매하곤 했다. 따라서 운좋게 1등에 당첨된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부였다. 먼저 당첨금의 10%를 지역 기독교 자선단체에 기부했으며, 1500만 달러(약 170억 원)를 들여 교회 두 곳을 건설했다. 복권을 구입한 편의점 직원에게는 12만 3000달러(약 1억 4000만 원)짜리 집과 지프차 한 대를 선물했으며, 여기에 더해 4만 4000달러(약 5000만 원) 수표를 선물하기도 했다. 또한 유명세에 따라 여기저기서 기부를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자 결국 1400만 달러(약 160억 원)를 들여 ‘잭휘태커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재단은 저소득층 가정에 먹을 것과 의복을 제공하는 자선 단체였다. 당시 재단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얼마나 많은 기부 요청이 들어왔던지 하루 열 시간 동안 편지봉투를 열어 보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요청 내용도 가지가지였다. 가령 ‘새 카펫이 필요하다’ ‘오락시설이 필요하다’ 등등이었다. 이렇게 휘태커가 기부금으로 지불한 액수는 최소 5000만 달러(약 560억 원)에 달했다. 그야말로 갑자기 모두의 산타클로스가 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를 회상하면서 휘태커는 ‘ABC뉴스’를 통해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나를 따라왔다. 야구장이나 농구장을 갈 때마다 150명가량의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돈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당첨 후 그의 인생이 마냥 장밋빛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불행한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사업이 갑자기 위기를 맞게 된 것도 그런 불행 가운데 하나였다. 거의 불만을 제기하지 않던 고객들이 갑자기 휘태커의 회사를 상대로 이런저런 불만을 제기하면서 법적 소송이 줄을 이었다. 휘태커가 이를 위해 지불한 소송 비용만 300만 달러(약 34억 원)였다. 그는 “복권 당첨 후 나 또는 내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법적 소송만 400건이 넘었다”라고 말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에 대한 질문에 그는 “모두가 공짜로 뭔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씁쓸해했다. 회사가 파산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자 그는 매일 폭음을 했다. 밤이 되면 동네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돈을 흥청망청 써댔다. 휘태커는 “나는 나한테 일어난 일들을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과도 점차 사이가 멀어졌던 그는 더이상 친구도 없었으며, 점점 외로워져갔다. 그런 가운데 심심치않게 절도를 당하면서 사태는 더욱 나빠져만 갔다. 하루는 스트립클럽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안에 있던 54만 5000달러(약 6억 원)가 든 서류가방을 통째로 도둑맞기도 했다. 평소 서류가방에 현금을 잔뜩 넣고 다니던 습관에 대해 그는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라고 답하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또 한번은 연인 사이인 클럽의 총지배인과 무용수 감독이 짜고서 휘태커의 술에 약을 타고는 그의 돈을 강탈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유일한 희망이자 가장 위로가 됐던 사람은 손녀딸이었다. 손녀딸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돈을 썼던 휘태커는 매주 2000달러(약 220만 원)씩 용돈을 주었으며, 자동차도 한 번에 네 대를 선물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과도한 사랑은 결국 손녀딸 주위에 나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마약상들이 그랬다. 결국 손녀딸은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재활원을 드나들었음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2003년, 마침내 사건이 터졌다. 손녀딸의 18세 남친이 휘태커의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됐던 것이다. 검시관의 보고에 따르면, 소년은 옥시코돈, 메타돈, 메페리딘, 코카인 등의 약물을 과다복용해 사망했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4년에는 손녀딸이 실종된 지 2주 만에 죽은 채 발견됐다. 시체는 방수포에 둘둘 말린 채 버려져 있었다. 당시 손녀의 혈액 속에서 코카인과 메타돈이 발견됐지만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007년에는 딸마저 죽은 채 발견되면서 그의 악몽은 정점에 달했다. 명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살인 사건임을 의심치 않았다. 또한 2016년에는 휘태커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 집은 이미 전소된 상태였으며, 휘태커는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이미 심신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휘태커는 “나는 복권에 당첨된 것이 후회된다”고 말하면서 “파워볼의 저주가 틀림없다”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는 “당첨된 후부터 사람들의 탐욕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갖고 있으면, 늘 누군가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차라리 복권을 찢어버렸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돈은 사람을, 특히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