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의 태동지로 나를 보낸다”
전주로 들어가는 관문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 사진=전주시 제공
[일요신문] “만일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을 것이다(若無湖南 是無國家).” 왜적의 침입 앞에서 바다를 지켜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살리려 했던 충신의 고뇌와 번민이 서린 땅.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땅. 국난의 시기, 호남은 나라를 구한 구국의 땅이다.
전라도(全羅道)는 본래 전주(全州)와 나주(羅州)를 합쳐 부른 말이다. 그래서 전주는 예로부터 전라도의 중심이었다. 또한, 전주는 조선 태조 이성계(全州 李氏)의 본향으로 태조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이 있는 조선왕조의 정신적 고향이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해 약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전주는 오랜 역사성과 다양한 볼거리·먹거리로 유명하다.
전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주 비빔밥’은 비빔밥의 대명사로, 전주의 대표적인 먹거리다. 또한,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고풍스러움을 자랑하는 ‘전주 한정식’은 전라도 음식의 백미(白眉)를 보여 준다.
이 외에도 애주가들의 속풀이에 그만인 ‘전주 콩나물국밥’과 전주 일반 사람들의 생활상이 담긴 ‘전주 백반’은 찾는 이들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전주 막걸리‘를 마시며 민초들의 애환과도 마주할 수 있다.
천년고도 전주를 느낄 수 있는 ‘전주 한옥마을’.
허기를 달랬다면 ‘진짜 전주’와 마주할 때다. 화려했던 백제 문화의 부활을 꿈꾸었던 후백제 견훤왕의 이상과 왕업으로부터 민본(民本)의 나라 조선왕조 500년에 이르는 천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서려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慶基殿)’과 전라도 53관의 수도향교(首都鄕校)로 불린 ‘전주향교(全州鄕校)’, 자연과 어우러진 풍류의 멋을 머금은 전주8경 ‘한벽당(寒碧堂)’, 이성계의 5대조 목조 이안사가 전주를 떠나기 전에 살았던 구거지인 ‘이목대’와 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에서 발호하던 왜구 아지발도(阿只抜都)의 무리를 정벌하고 승전고를 울리며 개선하여 개경으로 돌아갈 때 야연(夜宴)을 베풀었다는 ‘오목대’, 국내 유일의 후백제 유적지인 ‘남고산성’과 ‘동고산성’,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로 “목숨을 바친 자”라는 뜻을 가진 ‘치명자산(致命者山) 성지’는 전주를 찾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다.
전주의 역사를 알았다면 이젠 전주의 멋과 마주할 차례다. 예로부터 예향(藝鄕)의 고장으로 불린 전주는 전통예술의 보고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전국에서 열리는 전통예술경연대회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조선 영조 8년(1732년) 지방 재인청(신청)과 가무 대사습청을 설치함에 따라 전주에 군사정, 의방정, 다기정, 진북정의 4개정을 두고 최초로 대사습대회가 베풀어진 뒤 매년 연례행사로 실시되었다.
전라도 53관의 수도향교(首都鄕校)로 불린 ‘전주향교’.
대안영화와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로서 이제는 국제적 위상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소리와 사람,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고품격 세계음악예술제인 ‘전주 세계소리축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예술 콘텐츠다.
전주에서의 하루를 알차게 즐겼다면 휴식은 옛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한옥에서 하룻밤 쉬어가는 것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역사와 오늘이 공존하고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전주에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 여행을 추천해 본다.
김장수 기자 ilyo22@ilyo.co.kr